[TF이슈] 이낙연의 '李·朴 사면', 긁어 부스럼일까?
입력: 2021.01.05 00:00 / 수정: 2021.01.05 00:00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4일 이 대표는 말을 아꼈지만 당 곳곳에서 찬반 의견이 나왔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4일 이 대표는 말을 아꼈지만 당 곳곳에서 찬반 의견이 나왔다. /국회사진취재단

민원전화 폭주·당내 이견 있지만…'이슈선점' 가능성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신축년 새해 벽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 후폭풍이 거세다. 야당 비판은 물론 여당 핵심 지지층에서도 비난이 터져나왔다. 86그룹·친문 의원들도 공개 석상에서 사면론 반대 입장을 굳히면서 '국민 통합이 아니라 국민 분열이 될 것'이란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재상고심 선고를 오는 14일로 앞둔 상황에서 정국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논란이 불가피한 문제인 만큼 당 안팎을 잘 추스릴 경우 이 대표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4일 이 대표는 우선 말을 아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 대표는 코로나19 관련 3차 재난지원금 등 민생 관련 의제 이외에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이날 최고위원회를 중계하는 유튜브 채널 '씀TV' 댓글창엔 이 대표를 향한 비난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대표 측근 인사들은 지지층 혼란 수습에 나섰다. 정무실장인 김영배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대표가) 공식적으로 회의를 하거나 그렇게 해서 (사면을 언급하기로) 결정한 사항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 청와대와의 교감 등에 대해 "어제(3일) 대표께서도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논의가 있었거나 말씀을 나누신 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했다. 당 대표가 신년 구상을 밝히는 인터뷰 자리였기 때문에 포괄적 방향을 밝히는 그런 구상에 대한 설명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최종심 결론이 나오면 그 뒤로 (사면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을까 그렇게 예상해볼 수 있겠다"며 "국민적 논의들 속에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게 저는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라고 했다.

이밖에도 "돌이켜보고 생각할 때 어떤 방법으로 이 난국을 탈피할 것이냐. 이 점에서는 이 대표의 고심을 한편으로 이해해야 될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설훈 민주당 의원), "잘한 판단이라 생각한다. 통합은 정치의 임무다"(코로나19 국난극복본부장 김한정 의원), "민주당과 대표의 운명이기도 하다. 민주당과 민주당의 어떤 대표든 이 문제를 대통령의 짐으로 떠넘길 수 없다. 대통령의 짐을 덜어드려야 한다"(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는 등 이 대표 측근의 설득과 옹호가 이어졌다.

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양향자 최고위원 등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검찰총장 탄핵,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과 같은 중대한 사안은 더더욱 국민 상식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사진취재단
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양향자 최고위원 등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검찰총장 탄핵,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과 같은 중대한 사안은 더더욱 국민 상식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사진취재단

하지만 '친문' 박주민 의원과 양향자 최고위원, 86그룹인 우상호 의원 등은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특히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우 의원은 "두 전직 대통령의 가장 큰 피해자인 국민에게 단 한마디의 반성도 없이 사면 운운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당 이견이 확인됨은 물론 지지층의 항의성 민원 전화도 폭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화문촛불연대'라는 한 시민단체는 여의도에 위치한 민주당 당사를 찾아가 항의성 점거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3시간 넘게 '이명박근혜 사면 완전 철회해주십시오'라는 피켓을 들고 이 대표에게 면담 요청했지만 만나진 못했다.

중도통합적 성향인 이 대표가 현재 상황을 수습하지 못할 경우 리더십에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 대표는 열세를 나타냈다. 3일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 지지율은 15.0%에 그쳤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2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이 30.4%로 단독 선두를 차지했고, 20.3%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뒤를 이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45.3%가 이 지사를 지지했다. 이 대표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34.8%로 집계됐다. (응답률 5.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리얼미터 누리집 참조)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의 최종심이 확정되고 여야 사면 논의가 물살을 탈 경우 이 대표가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청년미래연석회의 출범식에 참석한 이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의 최종심이 확정되고 여야 사면 논의가 물살을 탈 경우 이 대표가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청년미래연석회의 출범식에 참석한 이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이와 관련해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사면 문제는) 자충수 성격은 맞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법적으로 최종심도 나오지 않았는데 사면·복권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맞지 않다"며 "정치적으로도 여야 간 합의나 국민적 논의 등 정치적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했는데, 마치 어떤 국면을 탈피하기 위한 느낌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와의 교감도 깊이 있는 것 같지 않다"며 "자칫 잘못하면 정치적인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박 교수는 "(이 대표가) 이슈 메이커가 됐다"며 "어쨌든 14일이 지나면 여든 야든 사면 문제를 언급할 거다. 그때 국민통합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면 이 대표한테 완전히 기회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대표 자체가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단 통합적 이미지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은 건 확실하지만, 논의가 커지면 상황에 따라 주도권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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