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4일 영상시무식 신년사에서 "상반기에 남북협력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울 수만 있다면 하반기에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제 궤도에 본격 진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
"'대전환의 시간', 우리 앞에 열리고 있다"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4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집중된 '대전환의 시간'이 우리 앞에 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영상시무식 신년사에서 "'우보만리'(牛步萬里)라고 한다. 소의 걸음이 느리지만 만 리를 간다는 뜻이다. 2021년, 소의 해를 맞이해 우리 모두 묵묵하고 끈질기게 다가올 평화의 결실을 향해 함께 걸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우리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다시 한 번 평화의 봄을 불러올 수 있는 가능성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마침내 기회의 시간이 오고 있다. 저는 북한이 우리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대화와 협력의 메시지를 보내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기회의 시간'으로 향하는 좋은 정세의 출발을 남북이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반기에 남북협력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울 수만 있다면 하반기에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제 궤도에 본격 진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또 통일부 직원들에게 "이제 도래하는 '남북의 시간'에 통일부는 민족의 부로서 그 중심에 서야 한다"라며 "우리의 종착지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며 대한민국은 오직 평화를 통해서만 더 강력해지고 위대해질 수 있다. 통일부가 그 사명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을 기억하며 늘 자부심을 가지셨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렇기에 통일부는 작은 조직이지만, 동시에 강한 조직이 되어야 한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새로운 혁신과 쇄신의 다짐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다음은 이 장관의 신년사 전문이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통일가족 여러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흰 소의 신성한 기운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히 충만하길 소망합니다.
'우보만리'(牛步萬里)라고 합니다. 소의 걸음이 느리지만 만 리를 간다는 뜻입니다. 2021년, 소의 해를 맞이하여 우리 모두 묵묵하고 끈질기게 다가올 평화의 결실을 향해 함께 걸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오늘 온라인 시상을 생략했지만, 업무성과와 노력을 인정받아 수상의 기쁨을 안으신 분들께 미리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통일부를 대표해 새해의 희망을 전해주신 여러 직원 여러분들께도 따뜻한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늘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몫을 든든히 해내고 계신 통일 가족 여러분들께 더 멋지고 아름다운 결실이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자랑스러운 통일가족 여러분,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웠던 지난 시간을 흔들림 없이 넘어와 준 여러분께 고맙습니다. 지나간 2020년은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코로나의 위기 속에서 모든 이들이 참으로 힘들고 고단한 시간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특히 우리들에게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아쉬움이 참 많은 한해였습니다.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협상의 동력이 약화된 가운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한반도에는 긴장이 크게 고조되었고, 대남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함으로써 그나마 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이후 우리로서는 '작은 접근' 등을 통해 쉼 없이 평화의 문을 두드리면서 대화와 협상의 국면을 열고자 노력해 왔지만, 지속되는 코로나의 확산으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성과를 이루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다만,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이 있었고 서해 우리 국민 피격 사건에 대해서 북측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사과하였으며, 당 창건일 열병식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유화적인 대남 메시지를 발신하는 등 작지만 남북관계의 진전과 정세의 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남긴 측면들 또한 존재합니다.
이제 새해의 첫 달을 맞이하면서 북한의 제8차 당대회 그리고 미국 대통령의 취임 등으로 한반도의 운명을 둘러싼 정세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가시화 될 예정입니다. '토르'라는 영화를 보면 9개의 세계가 일렬로 정렬할 때 우주의 기운이 강력하게, 또 강대하게 집중되는데, 이것을 컨버전스(Convergence)라고 합니다. 비유하자면, 이와 같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집중된 '대전환의 시간'이 우리 앞에 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다시 한 번 평화의 봄을 불러올 수 있는 가능성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마침내 기회의 시간이 오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우리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대화와 협력의 메시지를 보내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기회의 시간'으로 향하는 좋은 정세의 출발을 남북이 함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반기에 남북협력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울 수만 있다면 하반기에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제 궤도에 본격 진입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준비하는 사람이 더 큰 평화를 만들 수 있듯이, 실현 가능한 일부터 선제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동안, 코로나 대응을 포함한 보건의료, 기후변화, 재해재난 등의 인도협력에서 출발해 식량과 비료 등 민생의 협력으로 확대하고 철도, 도로 등의 비상업적 공공인프라 협력을 추진하는 단계적인 협력의 구상을 우리는 '남북의 시간'을 기다리며 지속적으로 마련해 왔습니다. 여건이 마련되어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남북 대화와 협력이 진전된다면 남북 정상 간의 약속과 합의가 전면적으로 실현되는 순간이 어느새 우리 앞에 다가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한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남북관계는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팬데믹 이전과 팬데믹 이후는 확실히 다른 시대일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밝히신 한반도 생명안전공동체의 구상은 시대적 상황과도 그 궤를 정확히 함께하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새로운 시대에 맞게 평화, 경제, 생명, 안전의 가치를 담은 '남북관계의 뉴노멀'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통일가족 여러분! 올해는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3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입니다. 7.4남북공동성명, 6.15·10.4선언, 판문점선언 등 기존 남북합의의 정신과 방향을 계승하면서도 남북 간 새로운 가치와 지속성, 확장성을 제도화의 영역에서 뒷받침하는, 말하자면 남북관계의 총체적 제도화의 진전 문제도 이제 적극 검토해야 할 때입니다.
국회비준 등의 제도적 진전이 이루어진다면 남북관계는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림 없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입니다. 다른 한편,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정책적 공조 또한 튼튼히 하겠습니다. 새해에 출범하는 바이든 정부가 비핵화 협상에서 좀 더 긍정적 조치를 취하고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밝혔던 북한도 다시 유연한 태도를 취한다면 한반도 평화의 수레바퀴는 다시 또 굴러가게 될 것입니다.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북미관계가 실질적으로 선순환하면서 마침내 한반도에서 낡은 냉전과 대립에 종지부를 찍고, 평화체제를 실현하는 순간 또한 우리가 앞당기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통일가족 여러분, 이제 도래하는 '남북의 시간'에 통일부는 민족의 부로서 그 중심에 서야 합니다. 우리의 종착지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며 대한민국은 오직 평화를 통해서만 더 강력해지고 위대해질 수 있습니다.
통일부가 그 사명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을 기억하며 늘 자부심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그렇기에 통일부는 작은 조직이지만, 동시에 강한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새로운 혁신과 쇄신의 다짐이 필요한 때입니다.
특히 우리 안에 아직도 남아있는 무력감과 소극적이라는 두 개의 그림자를 반드시 걷어내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동료애로 내부의 굳건한 단결의 기운을 높여가야 할 때입니다. 특히 간부들은 주변 동료와 후배들에게 좀 더 따듯하게, 배려심을 갖춰 다가서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의도적 행위는 물론, 무심코 일어나는 '갑질'의 관행 또한 결코 없어야 합니다.
저는 갑질 문화의 배격을 위해 분명한 실천을 할 것입니다. 저부터 솔선수범하겠습니다. 양성평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그 어떤 부처보다 앞선 문화를 정착시키는 통일부가 되었으면 합니다. 당장 고위간부의 구성부터 남녀구성 비율을 개선하긴 어렵겠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차별과 폭력 등 성 일탈 행위에 대해서 저는 단호히 대처하겠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내부에서 되풀이되는 낮은 청렴도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한해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인사, 예산의 문제 그리고 직원들에 대한 교육훈련과 자기 성장, 재충전의 기회에 있어서도 투명함과 공정함을 확립함으로써 바람직한 조직문화와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축적된 역량'에 기초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면 통일부는 닥쳐올 상반기 소중한 시간에 큰 정세에 집중하고 우리의 강점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통일부에서 일하는 시간이 긍지가 되고, 자랑이 되도록 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해 여러분을 뒷받침하겠습니다.
제가 늘 존경하는 문익환 목사님께서는 "이 땅의 역사를 산다는 것은 벽을 문으로 알고 부딪히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021년, 실낱같이 찾아온 소중한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고 아름답고 따듯한 꿈, 평화와 통일의 꿈을 향해 담대하게 도전하는 통일부가 되었으면 합니다.
통일 가족 여러분, 제가 처음 출근하면서 말씀 드렸듯이 "전략적 행보로 대담한 변화를 만들고 남북의 시간에 통일부가 중심이 됩시다." 새해에 늘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