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결산<상>] 코로나19·기생충…다시 보는 文대통령 상반기 행보
입력: 2020.12.30 05:01 / 수정: 2020.12.30 05:01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월부터 코로나19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2월 말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1차 유행과 8월 광화문 집회 이후 발생한 2차 유행에 이어 현재 3차 대유행이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월부터 코로나19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2월 말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1차 유행과 8월 광화문 집회 이후 발생한 2차 유행에 이어 현재 3차 대유행이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년 경자년이 저물고 있다. 코로나19 라는 미증유의 질병 사태와 각종 재난 탓에 국민이 매우 힘들었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역대급'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밑 즈음,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 1년 주요 행보를 반기별로 나눠 되돌아봤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관련 행보 무게…'짜빠구리' 회동 눈길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한 해 동안 계속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데 국정 운영의 무게를 뒀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번지면서 외교보다는 내치 비중이 컸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는 안정적인 방역으로 'K-방역' 위상을 높였다. '드라이브스루 검사' 등 '한국형 방역 모델'에 대한 국제사회의 호평으로 K-방역이 세계의 표준이 되기도 했다. 위기를 가장 빠르고 모범적으로 극복해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강조해온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에도 연대와 협력을 화두로 제시했다. 올해 1월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문 대통령이 1월 28일 코로나19 감염증 대응 의료기관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의 안내로 현장 의료시설을 둘러보는 모습. 마스크를 쓰고 있음에도 심각한 표정이 보이는 듯하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1월 28일 코로나19 감염증 대응 의료기관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의 안내로 현장 의료시설을 둘러보는 모습. 마스크를 쓰고 있음에도 심각한 표정이 보이는 듯하다. /청와대 제공

◆1월…코로나19 '국내 상륙'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중국 우한발 감염병이 국내에 파고들면서 방역 당국은 선제적 대응과 예방책 마련에 나섰지만, 엿새 뒤인 26일까지 확진자가 3명으로 늘었다. 특히 설 연휴(24~27일) 지역 간 이동과 국내·외 여행 인구 증가에 따른 감염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24시간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면서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마라고 당부했다.

설 연휴가 끝난 뒤인 28일 문 대통령은 현장 대응 체계를 점검하기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했다. 국내에서 두 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치료를 받는 곳이었다. 문 대통령은 병동에 들어서기 전 손 소독제로 손을 소독하고 마스크를 썼다. 의료원 관계자들과 악수도 생략했다. 감염 예방을 위한 수칙들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 차원에서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선제적 조치를 발 빠르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제적 조치' 지시에 방역 당국은 즉각 움직였다. 방역당국은 잠복기를 고려해 13~26일까지 중국 우한 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을 전수조사했다. 당시 여론도 비슷했다. 당시 한시적으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50만 명을 넘었을 정도였다.

문 대통령이 2월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아카데미 영화상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 팀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은 문 대통령, 봉준호 감독, 김정숙 여사, 배우 송강호(왼쪽부터) 씨.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2월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아카데미 영화상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 팀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은 문 대통령, 봉준호 감독, 김정숙 여사, 배우 송강호(왼쪽부터) 씨. /청와대 제공

◆2월…'기생충' 팀과 '짜파구리' 오찬

지난 2월 10일(한국 시간) 미국에서 낭보가 들려왔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영화제(오스카) 시상식에서 대상 격인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것은 101년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이며, 오스카 역사상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영화사는 물론 세계 영화사의 새 역사를 쓴 소식에 문 대통령은 직접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우리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 봉 감독님과 배우, 스태프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면서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있는 국민께 자부심과 용기를 줘 특별히 감사하다"고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생충' 팀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20일 문 대통령은 거듭 축하고 격려하면서 "'기생충'을 통해 우리 문화예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 우수하고 세계적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오찬 메뉴에 김정숙 여사가 직접 기생충 관계자들에게 헌정하는 '짜파구리'가 특별식으로 테이블에 올랐다.

기생충 출연배우와 제작진이 자유롭게 수상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 "여기까지 온 게 꿈만 같고, 너무 맛있는 밥 잘 먹고 가겠다"고 언급한 배우 최우식에게 문 대통령은 "다음 계획이 뭐예요"라고 물었다. 영화 속 유행어인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를 인용한 것으로 읽혔다. 문 대통령 내외는 지난해 6월 휴일을 이용해 '기생충'을 관람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3월 1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방문해 코로나19 대응에 분투 중인 직원들을 격려하는 모습. 문 대통령 왼쪽 인물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정 청장은 현재 3월보다 흰머리가 더 많이 생겼다. 격무와 스트레스 때문으로 추측된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3월 1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방문해 코로나19 대응에 분투 중인 직원들을 격려하는 모습. 문 대통령 왼쪽 인물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정 청장은 현재 3월보다 흰머리가 더 많이 생겼다. 격무와 스트레스 때문으로 추측된다. /청와대 제공

◆3월…질본 '깜짝 방문'(feat. 정은경)

질병관리청으로 격상되기 전인 지난 3월 11일 문 대통령은 충북 청주에 있는 질병관리본부(질본)를 방문했다. 관계자들의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보고와 브리핑을 생략하고, 필수 인원만 수행한 가운데 사전 예고 없이 이뤄졌다는 게 당시 청와대의 설명이었다. 실제 인사말의 원고도 없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질본이 너무 애쓰고 있고 고생이 많고 안쓰러워 진작 감사하고 싶었으나 너무 바쁜 것 같아 오면 폐가 될까 봐 안 왔다"며 "오늘 브리핑이나 보고 안 받겠다. 지시할 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 주변에 있는 질본 관계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방역 최일선에서 고생하는 질본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행보였다. 문 대통령은 질본 직원들의 저녁 밥차를 통해 갈비찜이 포함된 한색으로 '특식'을 제공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당시 질본은 워낙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보니 관계자들이 밥 시간대를 놓쳐 식사를 못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정은경 당시 본부장(현 청장)은 "더 노력하고 분발하겠다. 항상 믿고 격려해주시는 것이 저희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국민 피해를 줄이고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하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된 정 청장은 최근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문 대통령이 4월 18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는 모습. 문 대통령은 4월에만 이틀에 한번꼴로 세계 각국 정상들과 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이 4월 18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는 모습. 문 대통령은 4월에만 이틀에 한번꼴로 세계 각국 정상들과 통화를 했다.

◆4월…코로나19 관련 연쇄 정상 통화

4월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1차 유행'이 진정세를 보였던 때다. 당시 우리나라는 유럽 등 세계 주요 나라들에서 확진자들이 폭증했던 것과 대조됐다. 세계 각국 정상들의 SOS가 빗발쳤다. 한국에 코로나19 진단키트와 의료물품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로 스타트를 끊었다.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차츰 진정세를 보였던 3월에는 더 바빠졌다. 이집트·아랍에미리트(5일), 터키(6일), 프랑스(13일), 스웨덴(20일), 스페인·사우디·미국(이상 24일), 캐나다(26일), 리투아니아(27일), 에티오피아(30일), 불가리아(31일) 등 12개국 정상과 통화했다.

총선을 치렀던 4월은 정상 간 통화 횟수가 더 늘었다. 문 대통령은 콜롬비아를 시작으로 덴마크(2일), 베트남(3일) 페루(4일), 호주·폴란드(7일), 에스토니아(8일), 인도(9일), 우크라이나(10일), 우즈베키스탄·부탄(13일), 미국(18일), 인도네시아(21일), 핀란드(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24일), 오스트리아(28일) 정상과 통화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정상 통화를 한 셈이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빌 게이츠 빌&멜린다 게이츠재단 이사장과도 전화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정상들과 통화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국제사회의 협력과 연대를 강조하면서 한국의 경험을 국제사회와 적극 공유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5월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양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 참석해 대화하는 모습. 이때만 하더라도 협치 기대감이 컸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5월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양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 참석해 대화하는 모습. 이때만 하더라도 협치 기대감이 컸다. /청와대 제공

◆5월…靑에 모인 文-여야 원내대표

녹음이 짙어가는 계절인 5월 28일 문 대통령은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거대 양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것은 지난 2018년 11월 제1차 여·야·정 상설협의체 회의 이후 1년 6개월여 만이었다.

문 대통령은 '협치'에 방점을 찍었다. 회동 자리에서 "과거에는 뭔가 일이 안 풀릴 때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만나려다 보니, 만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라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현안이 있으면 만나고 없더라도 만나서 정국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오찬 메뉴로는 협치를 상징하는 '비빔밥'이 테이블에 오르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두 원내대표는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청와대 관저 뒷산에 석조여래좌상을 찾아 합장했다. 통일신라시대 불상인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1977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세 사람의 종교는 모두 다르다. 문 대통령은 가톨릭, 김 원내대표는 개신교, 주 원내대표는 불교 신자다.

문 대통령이 김 원내대표에게 불상 앞에 있는 시주함을 가리키시면서 "여기에다 넣으면 복 받습니다"라고 농반진반으로 덕담을 했다. 그러자 주 원내대표가 양복 상의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 "대통령님 것과 김 대표님 것까지 같이 준비해 왔습니다"라고 하면서 봉투를 시주함에 넣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주 원내대표에게 "복 받으시겠습니다"라고 덕담했다. 이후 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는 합장을 한 채 불상 앞에서 세 번의 예를 올렸다. 각자의 신앙을 초월한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이 6월 15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축사를 영상을 통해 전하는 모습. 문 대통령이 맨 넥타이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문 서명식 당시 착용했던 넥타이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6월 15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축사를 영상을 통해 전하는 모습. 문 대통령이 맨 넥타이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문 서명식 당시 착용했던 넥타이다. /청와대 제공

◆6월…'DJ 넥타이' 맨 文대통령

6월에는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북한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9일 북한은 남한과 통신연락망을 차단하는 한편 남한을 '적(敵)'으로 규정하는 등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군사적 도발을 시사하면서 남북관계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졌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15일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에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북한에 "대화의 창을 닫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또 "평화는 누가 대신 가져다주지도 않는다.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남과 북이 함께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넥타이'를 통해 남다른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영상 메시지에서 문 대통령이 착용한 넥타이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문 서명식 당시 착용한 '6·15 넥타이'였다. 김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이 제공한 것이다.

또한 문 대통령이 발언한 연단(演壇)은 2018년 4·27 판문점선언 공동발표 당시 사용한 연단이었다. 이와 관련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6·15 남북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하고, 4·27 판문점선언을 준수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하>편에선 7~12월 문 대통령의 주요 행보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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