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코돌이·피해호소인' 2020년 정치권 신조어…'김현미·조국' 관련 신조어도 눈길
입력: 2020.12.30 05:00 / 수정: 2020.12.30 05:00
올해 정치권은 코로나19로 유례없는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 정치, 코돌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지난 8월 25일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된 국회의사당 모습. /배정한 기자
올해 정치권은 코로나19로 유례없는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 정치', '코돌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지난 8월 25일 코로나19로 인해 폐쇄된 국회의사당 모습. /배정한 기자

코로나19로 좌절하고, 문화계 쾌거에 박수…추미애·윤석열 충돌 신조어도 다수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올해는 여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력 대권주자의 극단적 선택 등 거대 이슈가 정치권과 사회를 강타했다. 충격과 좌절의 연속이었지만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남성그룹 BTS가 빌보드를 석권하는 쾌거를 이루면서 온 나라가 들썩였다. 정부 여당의 부동산 정책 역효과로 집값 폭등,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하면서 정권을 향한 쓴소리도 쏟아졌다. 이 가운데 검찰 개혁을 내세운 여권과 '거대 여당 독주'를 막겠다는 야권의 대립으로 국민 분열은 심화했다. 새롭게 맞이할 2021년은 희망과 화합이 넘치기를 바라면서 <더팩트>가 2020년 정치권 신조어를 되돌아봤다.

◆코로나의 여의도 습격...'코로나 정치', '코돌이'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은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유력 당 대표 후보가 코로나19 확진자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되고, 예정된 회의가 당일 갑작스럽게 연기되는 등 진풍경이 펼쳐졌다. '코로나 정치'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 치른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초선 국회의원들을 일컫는 '코돌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경북대 국문과 남길임 교수 등 3명은 논문 '코로나19 신어의 수집과 사용 양상 연구'에서 주요 매체 기사들을 분석했다며 이같은 신조어를 공개했다.

이와 관련 21대 총선 전날인 지난 4월 14일 당시 김종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2004년 총선에서 대거 국회에 들어온 소위 '탄돌이'들이 지금도 이 나라 정치를 좌지우지한다"며 "이번에 코로나를 틈타서 '청와대 돌격대', '코돌이'들이 대거 당선되면, 국회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나라는 진짜 망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탄돌이란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열풍을 타고 상대적으로 손쉽게 국회의원이 된 이들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길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악수하는 등 대면 유세가 어려워지면서 인물과 공약 검증보다 대통령과 정당 지지도가 총선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한 지적이었다.

이와 함께 '재난기본소득'이 정부 코로나19 복지 대책과 관련해 '선별 지급'과 '보편 지급' 논쟁이 붙으며 새로운 용어로 자리 잡았다.

정치권이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을 환영하면서도 홍보물로 활용하거나 공약으로 내세워 기생충 코인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재정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정치권이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을 환영하면서도 홍보물로 활용하거나 공약으로 내세워 '기생충 코인'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재정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기생충에 기생하는 정치권? '기생충 코인'

2월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작품·감독·각본·외국어영화상 등 4관왕을 휩쓸면서 '기생충 신드롬'이 일었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정치인들이 4월 총선을 앞두고 기생충 인기에 편승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생충 코인'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봉준호 감독 고향인 대구·경북(TK)지역 의원들이 봉 감독 관련 공약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구 달서병 후보로 나왔던 강효상 의원은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해 세계적인 영화 테마 관광메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곽상도 의원도 대구 남구 출신인 봉 감독의 어린 시절을 언급하며 영화관 등 문화시설 확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도 '기생충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강병원·이재정·권미혁·오영훈·박찬대 의원 등은 '기생충' 포스터에 자기 사진을 넣어 패러디한 홍보물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당 차원에서는 문화예술 부문 총선 공약을 만들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 2월 한국판 '엥테르미탕(intermittent·프랑스의 예술인 실업보험 제도)'을 도입해 11개 분야 문화예술인 2만 명에게 월 106만 원의 '활동소득'을 5.5개월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은 영화가 담고 있는 빈부격차, 계층갈등 해소 메시지를 외면한 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치권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두고 피해호소인 용어 공방을 벌였다. 지난 7월 10일 박 전 시장 빈소로 들어서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 /배정한 기자
정치권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두고 '피해호소인' 용어 공방을 벌였다. 지난 7월 10일 박 전 시장 빈소로 들어서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 /배정한 기자

◆박원순 시장 죽음과 '피해호소인'

지난 7월 9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은 정치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대표적인 시민운동가이자 현직 서울시장, 여권 유력 대권주자였던 그가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대응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서울시 공무원 A 씨를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해 "성추행 혐의를 부인하는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용어 선택에 A 씨를 피해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에 깔린 탓이다.

당시 이해찬 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피해호소인'이라고 말했고, 당 대표 후보자였던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도 각각 '피해고소인',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인'이라고 칭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 30명은 입장문에서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부정 여론이 높아지자 결국 민주당은 7월 17일에야 A 씨를 '피해자'로 부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일단락됐지만 '피해호소인'이란 용어는 사회에도 화두를 던졌다. MBC는 지난 9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 제기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호소자라고 칭해야 하는가(제3의 호칭도 상관없음)'라는 논제를 냈다. 2차 가해 논란이 일자 MBC는 피해자에게 사과하면서 재시험을 치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호소인'은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공직자의 인식을 파악하는 잣대로도 활용됐다. 지난 24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사건 발생 초기 여권에서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불렀다고 지적하자 정영애 후보자는 "피해자로 부르는 것이 옳다'"고 답했다. 야당은 정 후보자가 성추행 가해자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적격 의견도 냈지만 결과적으로 여야는 "여가부 장관의 자질을 갖췄다"며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 부동산 정책 비판을 받으며 영끌, 빵투아네트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지난 9월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서 발언하는 김 전 장관. /이새롬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 부동산 정책 비판을 받으며 '영끌', '빵투아네트'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지난 9월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서 발언하는 김 전 장관. /이새롬 기자

◆김현미 전 장관과 '영끌', '빵투아네트'

정부와 집권당이 올해 대출규제, 공시가격 현실화, 임차인 '계약갱신청구권' 보장 법제화 등 강력한 수요억제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 폭등, 전세 품귀와 같은 역효과가 나타났다. 비난의 화살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했다.

김 전 장관이 국회에서 한 발언들은 빠짐없이 이슈화됐다. 대표적인 게 이른바 '영끌' 발언이다. 이는 '영혼까지 끌어모으다'를 줄인 말로, 아주 사소한 돈까지 아끼고 모아 집을 마련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김 전 장관이 지난 8월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다주택자와 법인 등이 내놓은 물건을 30대가 '영끌'해서 샀다는데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하면서 국민 다수가 아는 유행어로 탈바꿈했다.

지난달 30일에는 김 전 장관이 아파트를 '빵'에 비유하며 야당의 부동산 정책 실정 지적을 반박해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김 전 장관은 전세 대책에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이유를 묻자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답했다. 아파트 공급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음을 강조한 말이지만 아파트를 '빵'에 비유한 것은 치솟는 집값에 고통받는 서민들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이를 두고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철저하게 무능한 이 정부가 아파트 정책에 실패해 놓고 이제 와서 정책 실패는 인정하지 않고 죄 없는 아파트를 빵이 아니라고 탓하니 국민들 속을 또 뒤집어놓는다"고 비판했다. 김 전 장관을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해 '마리 '빵'투아네트'라는 별명도 생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올해에도 조만대장경 등 신조어의 주인공이 됐다. 자녀 입시·사모펀드 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이 지난 11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올해에도 '조만대장경' 등 신조어의 주인공이 됐다. 자녀 입시·사모펀드 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이 지난 11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추윤대전'과 '조만대장경'

올해 하반기 정치권 화두는 1월 추미애 장관이 법무부에 입성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 장관 간 갈등을 일컫는 '추윤대전'이었다. 추 장관은 인사권으로 윤 총장의 측근들을 내쳤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주요 사건에서 윤 총장을 배제했다. 급기야 윤 총장 직무정지와 '정직 2개월' 징계까지 내리며 사태는 극단에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신조어가 탄생했다. 특히 지난해 '조로남불(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의 내로남불 합성어)',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등으로 비판받은 조 전 장관도 어김없이 등판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0년여간 SNS에 1만5000개가 넘는 글을 올렸고 현재도 활발하게 SNS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과거 교수 시절 작성한 날카로운 비판글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정치권에선 조 전 장관이 과거 SNS에 올린 글과 현재 달라진 입장을 비꼬며 그를 '조만대장경'(조국과 팔만대장경의 합성어), '조스트라다무스'(조국과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합성어)라고 불렀다.

실제 조 전 장관은 지금과 달리 과거 윤 총장을 응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11월 9일 트위터에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윤 총장을 향해 "굴하지 않고 검찰을 지켜주세요. 사표 내면 안됩니다"라고 한 글을 리트윗하면서 "더럽고 치사해도 버텨주세요!"라는 글을 썼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처분 조치를 내린 후 조 전 장관의 반응과 대조되면서 화제가 됐다.

또 추 장관이 재판부 판사들의 정보들을 모은 검찰 문건을 '판사 사찰'이라며 윤 총장을 직무정지시킨 것과 관련해서도 조 전 장관의 과거 글이 회자됐다. 조 전 장관은 2012년 트위터에 "1. 정당한 직무감찰과 불법사찰의 차이가 뭐냐고? 첫째, 공직과 공무와 관련이 없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법이다. 2. 대상이 공직자나 공무관련자라고 하더라도 사용되는 감찰 방법이 불법이면 불법이다. 예컨대, 영장없는 도청, 이메일 수색, 편지 개봉, 예금계좌 뒤지기 등등"이라고 했었다. 이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도청 등 불법적인 감찰 방법이 사용되지 않아 불법사찰이라고 볼 수 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조 전 장관은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나서자 SNS를 통해 '가덕도 노무현 국제공항'이라고 이름 짓자며 환영했다. 하지만 그가 8년 전 트위터에서 동남권 신공항을 '선거철 토목공약'이라며 비판한 글이 공유됐다. 이를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조만대장경은 21세기 정감록"이라며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모든 일이 그 안에 이미 예언돼 있다"고 지적했다.

추윤 갈등에 부정 여론이 확산하면서 이낙연 대표의 대권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을 일컫는 이른바 '추풍낙연'(추미애 바람에 이낙연이 지다)도 신조어로 떠올랐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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