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자체장의 기관 부정 채용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국회의원의 특권 중 하나로 꼽히는 '보좌직원 채용'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정한 기자 |
이름만 올려놓고 월급 타기·유지 자녀 인턴 고용 등 횡행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 20대 국회 모 의원실에 새로 들어온 인턴 직원은 지역 유지의 딸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여기(국회)에 관심이 있어 들어온 게 아니라 잠깐 있다가 나갈 예정이라 일하게 됐다고 하더라. - 여당 보좌진 A
# 모 의원실은 '출근하지 않는 보좌진'이 있다더라. 의원이 선거운동하며 해당 관계자에게 약점을 잡혔다. 관계자는 '나를 채용하지 않으면 다 말하겠다'고 협박했고, 결국 채용할 수밖에 없었단 거다. - 야당 보좌진 B
최근 은수미 성남시장의 기관 부정 채용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정치인들의 '낙하산 인사'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지자체장 선거캠프 출신 인사들의 부정 채용 문제 뿐 아니라 국회 의원실 내 부정 채용 문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은 의원 비서관을 지내다 사직한 이모 씨는 지난달 25일 은 시장 선거캠프에서 일한 27명이 성남시와 산하기관에 부정 채용됐다면서 국민권익위에 신고했다.
이에 은 시장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몇 가지 점들에 대해선 명확하게 사실과 다르거나 오해가 있다"면서도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해 조속히 의혹을 해소하는 한편 혹여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선거 보은 인사'는 정치권에선 '흔한 일'이다. 국회에선 더 자주 보고 들을 수 있다. 외부 기관 등 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번 논란과는 달리 국회의원은 보좌진 전원을 채용하는 권한을 가져 법적 문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의원의 배우자 또는 4촌 이내의 혈족·인척은 보좌진으로 임용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조치는 이뤄졌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의원이 모든 인사권을 쥐면서 의원실 한 구석을 내어주는 것도, 비우는 것도 '엿장수 마음대로'다. 보좌진 A 씨는 "하려고 하면 누구나 (채용)할 수 있다. 의원이나 보좌관이 마음만 먹으면 아는 사람 자녀나 친구를 인턴이나 입법보조원으로 뽑는다"고 했다.
여야 보좌진들은 친인척 채용 외 보좌진 채용 권한을 가진 의원에게 일자리 청탁 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남용희 기자 |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예를 들면 의원이 확보할 수 있는 9명 직원 중 누군가가 인턴으로 일하다가 퇴직했다. 그 자리에 주변 지인을 이름과 얼굴만 올리는 경우가 있다. 의원 입장에선 그 자리를 비워서 월급이 날아가는 것보다 지인에게 주는 게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끔 업무망을 보다가 각 의원실 직원들을 둘러보면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인턴으로 올라와 있는 경우가 있다. 그건 대부분 지인이란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보좌진 B씨는 의원이 지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 우리 당은 6급 이하 보좌진이 50% 넘게 바뀌었다. 특히 수행비서 같은 경우는 의원 본인 사람을 데려오는 게 당연하다. 돈과 일정을 관리하는 행정비서 같은 경우도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별정직은 사실상 채용 기준이 없다. 친족을 채용하면 안 된다는 법도 유명무실한 게 지인이나 지역 출신 인사들이 채용되면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 씨는 "어떤 의원실은 당 소속 당직자들이 보좌진으로 이름을 올려두고 세비를 받고 있기도 하다"며 "보좌진 채용 가이드라인이 발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보좌진 C 씨는 지역구에서 연이 있어 채용된 경우를 보고 "회의감이 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통화에서 "20대 때 아는 보좌진 방에 지역 유지의 딸이 있었는데 아무리 실수를 하고 근태가 엉망이어도 해고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관례적으로 선거 끝난 뒤에 그 지역에서 활동한 사람들을 보좌진으로 등록해 몇 개월 정도 월급을 준 뒤에 다른 사람을 채용한다. 이해관계 당사자를 뽑는 경우가 많다"며 "채용공고가 뜨지 않았는데도 새로 들어온 사람이 있고, 내부 추천이 아니라면 대부분 그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인사권을 가진 의원에게 비판할 수 없다"면서도 "일을 하지 않고 세비를 받는 건 문제가 된다"고 했다. 지난 14일 열린 국회 본회의. /남윤호 기자 |
C 씨는 "그렇다보니 보좌진들 특성이 천차만별이다. 전공도 출신도 다양하다. 인턴 자리가 가장 절차가 간단하기 때문에 낙하산도 많다"며 "채용 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적인 소양을 따지는 자격시험을 도입하는 건 무리가 있겠지만 공고를 올려서 적절한 절차를 통해 채용하고, 암암리에 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광역시의회처럼 사무처에서 공채로 보좌진을 채용하고 배정한 뒤 따로 의원에게 활동비를 지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행 지방자치법엔 유급보좌관 채용의 근거가 없어 지방의회·광역시의회 의원들은 보좌진을 직접 고용할 수 없다. 대신 의회 자체에서 보좌진 업무를 맡는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을 공개 채용해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회의원이 자신과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을 두고 특별히 지적할 순 없다"면서도 "그걸 바꾸고 싶다면 국회에서 보좌관을 일률적으로 뽑아 의원실 소속으로 두지 않고 사무처에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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