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 보장, 어떻게?
입력: 2020.12.21 05:00 / 수정: 2020.12.21 05:00
여당은 내년 1월 초쯤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수처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다. 검찰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제공
여당은 내년 1월 초쯤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수처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다. 검찰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한쪽으로 기우는 공수처 우려…여야 합의 '처장 후보' 미지수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연말이면 들뜨기 마련인데 올해는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삼켜버린 올해, 지칠 대로 지친 느낌이다. 방역 최일선에서 분투하는 의료진도, 경영난에 시달리는 영세상인들도, 일상을 잃어버린 시민들도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올해는 최악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마치 체한 듯 답답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연말 정국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전후로 계속되는 정쟁과 진영 논리에 따른 분열로 혼란 그 자체다. 개혁과 혁신에는 갈등과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현 정부에서 검찰 개혁을 하는 과정은 여러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지난해 이른바 '조국 사태'부터 올해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윤 총장과의 충돌로 파생된 것들이다. 인사 문제와 검언유착 관련 수사·감찰을 두고 법무부와 검찰은 대립했고,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직무배제 명령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윤 총장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면서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란이 일단락 지어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윤 총장의 불복 소송으로 '추·윤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올해가 끝날 때까지 혼란스러운 정국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참 안타깝다.

이런 상황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공수처의 역할과 기능을 생각해 보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검찰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 크다. 공수처는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공수처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야당은 최근 정권의 입맛에 맞는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야당 비토권을 없앤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국민의힘 김종인(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야당은 최근 정권의 입맛에 맞는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야당 비토권'을 없앤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국민의힘 김종인(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문 대통령은 15일 검찰을 향해 "공수처는 검찰권을 약화시키는 괴물 같은 조직이 아니다"라고 했다. 공수처가 독재를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야권에는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사정의 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인데, 어떻게 독재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하지만 어떻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지에 대한 방도는 명쾌하지 않다. 여당은 야당의 비토권을 없앤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공수처 출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내년 1월 초쯤에는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여야 합의로 공수처장 후보가 나올지 미지수다. 어떻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지에 대한 방도는 명쾌하지 않다.

취지는 좋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뜻대로 되지 않았던 핵심 정책도 있다. 굳이 하나를 예로 들자면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혁신도시다. 동서 화합과 국가균형발전을 꿈꾼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153개의 공공기관을 지역을 안배해 지방으로 옮겼다. 나라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경제의 활로를 틔우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혁신도시는 교육과 교통 등 정주여건의 부실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양질의 기반 시설을 갖추지 못한 채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기러기 가족이 양산됐고, 현재도 많이 개발되지 못한 채 썰렁한 도시로 남아 있다. 도시 건설에 소요된 수년의 기간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말 "혁신도시 기공을 다소 서두른 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전 국토를 고루 발전시키겠다는 대의와 정당성은 누구나 공감할 만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정책으로 회자되고 있다.

공수처 설치 취지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만, 가장 중요한 정치적 중립성이 관건이다. 부랴부랴 속도만 내다가는 잡음이 나올 수 있다. 결과 못지 않게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과연 문 대통령과 여당이 어떻게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지 궁금하다. 잘못하면 좋은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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