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출마에 국민의힘 "환영" vs 민주 "홍길동이냐"
입력: 2020.12.20 14:42 / 수정: 2020.12.20 14:42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입당해 공정한 경선"…정청래 "완주 못 할 듯"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렸다. 안 대표가 통합의 대상으로 언급한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 후보라고 당당하게 말 못하는 홍길동 후보가 나타났다"고 혹평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권교체가 가장 중요한 목표다.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야권이 힘을 합해야 하고, '야권단일후보'로 맞서 싸워야만 한다"며 국민의힘과 힘을 합칠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한 그는 국민의힘 경선 가능성에 대해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 공정한 경쟁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다 좋다"며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선 후보인 김선동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안 대표의 출마 결심을 환영한다"며 "야권주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히 경쟁해 주기를 기대한다. 이제 야권은 이름있는 인물과 잠재력을 갖춘 인물들 간의 진검승부를 펼치는 멋진 한 판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국민의힘 후보인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은 "안 대표가 단일한 대오로 무능한 정부와 민주당 10년 서울이 가져온 서울의 정체와 퇴보를 심판하는 대열에 함께 나서 주신 것에 환영하고, 감사드린다"라면서도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하겠다면 제1야당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공정하게 경선을 치르는 것이 정도다. 국민의당에 있다가 국민의힘 후보가 정해진 후 야권후보단일화를 하겠다는 건 국민의힘 지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서울시장 보선 출마 제안을 받고 고심 중인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는 야권의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야권분열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 되기 때문에 국민의힘과 통합 경선을 할 것을 간곡히 제안한다"고 했다.

이어 "통합 경선에는 당 밖의 금태섭 후보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야당 승리의 플랫폼이 되어 안 대표, 금 전 의원도 합류해서 야당의 체질을 혁신하고 중도 지향성을 강화하고 국민들의 비호감을 줄여나간다면 서울시장뿐 아니라 내후년 대선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한 뒤 소통관 앞에서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한 뒤 소통관 앞에서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환영한다"며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 시민과 국민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는 이야기에 강하게 공감한다.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거짓에도 무기력했던 야권은 승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중진 윤영석 의원은 "안 대표는 박원순에 서울시장을 양보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단일화를 양보해서 오늘날 한국 정치를 이렇게 만든 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며 "안 대표가 정권교체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만큼 국민의힘과의 야권 통합에도 적극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어 "국민의힘도 2022년 3월 대선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제1야당으로서 포용력 있게 안 대표와의 서울시장 보선 후보단일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가장 바람직한 것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을 한 후 국민의힘 서울시장 출마 희망자들과 안 대표의 '원샷 경선'을 해서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지만, 만약 합당이 안 되면 국민의힘 내부 경선에서 선출된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전 의원간 '순차 경선'을 통해서라도 야권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에선 국민의당 대표이면서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하지 않겠다는 안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는 홍길동인가. 국민의당 대표로서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면서도 '당당하게 국민의당 후보로 싸워서 이기겠노라'고 말 못하고 야권단일후로 나겠다고 말했다"며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말 못하는 홍길동처럼 국민의당 후보라고 당당하게 말 못하는 홍길동 후보가 나타났다. 그래서 안철수의 출마 선언이 아니라 홍길동의 출마 선언 같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은 또 "설령 국민의힘 측에서 응한다한들 안철수가 국민의힘 후보를 무슨 수로 이길 수 있겠는가. 안 후보가 이길 것 같으면 응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오늘 안철수의 출마 선언은 불출마 선언 같고, 홍길동의 출마 선언 같다. 출마 선언은 했으되 완주를 못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그래도 뛰는 것만큼은 잘 뛰시니 열심히 뛰시라. 부디 완주를 빌며 끝까지 뛰시라"고 비꼬았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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