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10주 만에 민방위복을 다시 착용했다. 내부에서도 내년 보궐 선거를 앞두고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위기 의식이 퍼지고 있다.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 대표(가운데). /국회사진기자단 |
野 'K-방역 실패' 공세 방어하며 예의주시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면서 집권여당 내 위기의식이 번지고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극찬 받던 'K-방역'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려 목소리가 커지면서 내년 4월 보궐 선거를 앞두고 '코로나 역풍'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백신 확보와 피해 계층 지원 등 투트랙으로 '코로나' 위기대응 총력전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16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10월 7일 이후 10주 만에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고 회의를 진행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대한 당내 위기의식이 커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특히 21대 총선 때는 빗나갔던 '코로나 역풍'이 내년 4월 보궐선거 때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더 K-서울선거기획단' 단장 김민석 의원은 지난 15일 "전체적인 선거상황은 여전히 빡빡하다"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민생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유념하며 시민들의 말씀을 경청하는 기조를 유지해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초선 A 의원도 <더팩트>와 통화에서 "아직 연말이라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코로나19 대유행 상황과) 선거를 직접 연결하기엔 무리"라면서도 "선거라는 게 민심과 직결되니 여당에 좋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국제사회의 'K방역'에 대한 극찬과 위기의식에 따른 지지층 결집으로 총선에서 압승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전망이다. 지난 주말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선 이후 이틀 연속 1000명대 확진자가 발생, 제3차 대유행이 시작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정부와 여당의 '백신 미확보'를 비판하며 집중 공세하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남윤호 기자 |
야당은 당장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의 코로나 대응 무능론으로 공세를 퍼붓고 있다. 특히 정부의 '백신 미확보'를 비판하며 내년 1월부터라도 백신 접종을 맞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정부 여당이 내년 보궐 선거에 맞춰 코로나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당 회의에서 "지금도 코로나 백신이나 지원금 스케줄을 내년 재보선에 맞췄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코로나 백신 접종 시기 조율설'을 꺼냈다. 그러면서 "(자영업 대책, 백신 준비, 전국민 자가진단키트, 의료인 수급 등) 12월 현재 해결된 것은 단 하나도 없다"며 "이쯤 되면 우리가 자랑하던 K-방역이 신기루가 아니였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정부와 여당간 백신 접종 가능 시기 예측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백신 접종 로드맵의 조속한 제시와 백신 구매 외교단 구성, 민간 합동 총괄 컨트롤타워 구성 등을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야당 공세에 '안전성이 최우선'이라고 방어하면서 백신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코로나 국난극복 K뉴딜위원회 방역본부장인 김성주 의원은 이날 "코로나 방역에서 실패한 미국과 영국이 백신 개발에서 앞서 백신 접종을 먼저 시작했다고 우리가 부러워하는 것이 맞는가"라고 반문하며 "K방역의 성공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우리 방식의 치료제 개발과 백신확보 전략을 세우는 것이 옳다"고 했다. 이어 44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는 정부 발표를 강조하면서 "백신 수급에서도 그 시기와 양에서 걱정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A 의원은 "내년 초반에 치료제와 백신이 나온다고 하니 앞으로 몇 달이 중요하다. 당은 방역과 치료를 위한 조직과 예산 체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생활치료센터나 병상 확보, 사회적 거리 두기 안착 등 방역과 관련한 기본 조치들과 더불어 치료제가 나왔을 경우에 대비해 전 국민 자가진단 방안 검토나 임시진료소 확대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임대료 인하 등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피해를 본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대책도 집중 논의 중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3조 원 이상 규모의 긴급피해지원 예산이 편성돼 있는데 새해가 밝는 대로 (피해 업종과 계층에) 즉시 집행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갖추겠다"며 "직접일자리 예산(30조5000억 원 규모)도 1월부터 집행되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영업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을 위해 '임대료 인하' 지원책을 띄우고 있다. 이성만 원내부대표는 "임차인의 임대료를 낮추는 획기적 방안이 절실한 때"라며 "더 늦기 전에 임대료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내년도 예산에 반영된 3조5000억 원의 3차 재난지원금을 확대해 임대료를 직접 지원하거나 '착한임대료'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 14일에는 이동주 민주당 의원이 일명 '임대료 멈춤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해 논의의 물꼬를 텄다.
민주당 한 수도권 의원은 "치료제와 백신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한다는 건 단순한 발상"이라며 "코로나 상황을 1년 내내 겪었는데 이 과정에서의 손실과 피해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분담해나갈지가 내년 선거의 바로미터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