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무 중 위법 행위로 수감된 것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회=이새롬 기자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여당 잘못…고개 숙여 사죄 말씀 드린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지금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돼 있다. 국가적으로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가 국민과 역사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 입장을 발표했다.

검정색 정장에 푸른색 꽃무늬 넥타이를 맨 김 위원장은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 2명이 동시에 구속 상태에 있다. 저는 오늘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국가를 잘 이끌라는 공동 번영의 책임과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유임받게 된다.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기도 하다"며 "저희 당은 당시 집권 여당으로 그러한 책무를 다 하지 못했고 통치 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 있었다"고 인정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을 잘 보필하라는 지지자들의 열망에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 외려 자리에 연연하며 야합했고 역사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위기 앞에 하나되지 못하고 분열했다"고 말했다.

또한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받아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국민을 하늘처럼 두려워하며 공구수성의 자세로 자숙해야 마땅했으나 반성과 성찰의 마음가짐 또한 부족했다"며 "그러한 구태의연함에 국민 여러 분께서 느끼셨을 커다란 실망감에 대해서도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더욱 성숙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했는데 민주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한 작금의 상황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끼며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를 모두 인정하며 "다시는 우리 역사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쌓아온 과거의 잘못과 허물에 대해 통렬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김 위원장은 이날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을 모두 인정했다. 그는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 짙게 깔려있다. 특정한 기업과 결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과정에서 편의를 봐준 혐의 등이 있다. 또한 공직의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도 있다.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우리 역사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쌓아온 과거의 잘못과 허물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며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쇄신을 통해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역사를 돌아보면 헌정사의 모든 대통령이 불행한 일을 겪었다. 외국으로 쫓겨나거나, 측근의 총탄에 맞거나, 포승줄에 묶여 법정에 서거나, 일가 친척이 줄줄이 감옥에 가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우리나라 어떤 대통령도 온전한 결말을 맺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두 전직 대통령은 영어의 몸이 돼 있다"며 "국가적으로도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모든 역사적 과정에 대해서도 오늘의 기회를 빌어 반성하고 사죄하며 우리 정치의 근본적 혁신 방향을 모색하는 과제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지방선거·총선에서 참패한 상황을 언급하고 "국민 여러분께서는 저희당에게 준엄한 심판의 회초리를 들어주셨다.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며 언제나 반성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정당정치의 양대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 함께 무너진다는 각오로써, 국민의힘은 국민의 힘으로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민생과 경제에 대한 한층 진지한 고민을 하고 준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김 위원장은 "이 작은 사죄의 말씀이 국민 여러분의 가슴에 맺혀 있는 오랜 응어리를 풀어드릴 수는 없겠지만 다시한번 진심을 담아 고개 숙인다. 저희가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마쳤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