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김종인 '대국민 사과', 늦췄지만 '설왕설래' 지속
입력: 2020.12.10 05:00 / 수정: 2020.12.10 05:00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탄핵 사태 등 당의 과오에 대한 사과를 늦어도 다음 주 내로 강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에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릴레이 철야 농성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탄핵 사태 등 당의 과오에 대한 사과를 늦어도 다음 주 내로 강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에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릴레이 철야 농성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찬반 양론 표출…사과 수위 따라 외부 논란으로 번질 듯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 시점을 늦추기로 했다. 당초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4년째 되는 날인 9일 사과문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전력을 다해 맞서야 하는 시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일각의 지적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당의 (잘못된) 과거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는 분명하다"면서도 "정국 상황을 고려해 정기국회 이후로 일정을 연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늦어도 다음 주 내에는 김 위원장의 사과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김 위원장의 사과 수위에는 일정 부분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일 국민의힘 소속 3선 의원들은 단체로 김 위원장을 찾아가 대국민 사과에 대해 물었, 김 위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중점을 맞추기보다는 탄핵 사태 이후 두드러진 혁신을 보이지 못한 것에 대한 내용이 될 것이라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3선 의원은 통화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을 김 위원장이 대신해 사과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당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당의 전반적 과오에 대해사과하겠다는 뜻이라고 했고, 비민주적 정부 탄생에 우리도 책임이 있다는 얘기도 했다. 이에 의원들은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김 위원장의 사과에는 당내 일각의 불만의 최소화하기 위해 탄핵 사태 외에도 당 혁신 부족, 문재인 정권 탄생을 초래한 잘못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 위원장의 사과 자체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 나왔다. 원내지도부의 일원인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이 착각하고 있는데, 첫째 수시로 '직'을 던지겠다는 것은 어른의 자세가 아니다. 위협적이지도 않고 그저 '난 언제든 떠날 사람'이라는 무책임한 뜨내기의 변으로 들려 비아냥을 불러올 뿐"이라며 "비상대책 임무에 충실하고, 위원장으로서의 처신을 가벼이 하지 않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또한 배 원내대변인은 "국민 삶을 피폐하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가장한 귀태(鬼胎) , 바로 문재인 정권"이라며 "국민을 현혹해 제 배만 불리는 이 혁명 세력은 정권으로 탄생하지 말았어야 했다. 김 위원장이 눈물을 뿌리며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일은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잘못된 역사를 여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병수·장제원 의원 등도 공개적으로 김 위원장의 사과 계획을 비판했다.

반면 김 위원장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내 대선주자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4년 전 오늘 국회는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그 뒤 4년 동안 우리 당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라며 "온몸을 던져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고, 그러는 사이 헌법 가치와 민주주의는 문재인 정부에 의해 파괴되고 유린되고 있다. 이제는 사과드리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우리는 탄핵에 책임이 있는 정당인데, 사죄와 반성이 늦었다"라며 "보수는 책임을 피하지 않는다. 헌정사상 가장 무능하고 지탄받을 정권이 탄생한 것도 우리 책임이다. 국민을 절망에 빠뜨리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최악의 정권을 탄생시킨 가장 큰 잘못에 대해서도 국민께 사죄해야 한다"고 김 위원장에 힘을 실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 입법 강행을 규탄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 입법 강행을 규탄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의원들 중에선 박진·하태경·곽상도 의원 등도 공개적으로 김 위원장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사무처노동조합도 성명서를 통해 "당의 지난 과오에 대한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계획에 감사와 지지를 표한다"며 "사과드릴 대상은 국민이다. 국민의 일꾼으로 사소한 잘못일지라도 국민께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은 지극히 당연하며, 이는 계파와 개인의 신념 문제가 아니다"라고 김 위원장을 지지했다.

다만 의원들 사이에선 반대 목소리가 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시기상으로도 맞지 않고, 다시 여당의 프레임에 끌려들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 반대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부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실제 사과가 이뤄질 경우 논란을 외부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내부 반발을 고려해 사과 수위를 낮출 경우 중도층에 '무늬만 사과'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역효과가 나올 수 있고, 반대로 고강도 사과가 이뤄질 경우 핵심 지지층이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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