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수처법 개정' 강행…국민의힘, '시간 끌기' 전략 실패
입력: 2020.12.09 00:00 / 수정: 2020.12.09 00:00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육탄저지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윤 위원장의 의사봉이 날아가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오른손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붙잡힌 상태에서 왼손으로 의사봉을 쥐고 책상을 두드려 공수처법 개정안 의결을 선포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육탄저지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윤 위원장의 의사봉이 날아가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오른손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붙잡힌 상태에서 왼손으로 의사봉을 쥐고 책상을 두드려 공수처법 개정안 의결을 선포했다. /국회사진취재단

'혼돈의 법사위' 거대여당 실력 발휘…공수처 출범 9부 능선 넘어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지지부진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이 9부 능선을 넘었다. 8일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강력한 반발 속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고 '기립 표결'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상임위 문턱을 넘은 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비토권을 사실상 삭제(추천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7명 중 6명에서 5명 이상으로 완화)하고, 공수처 검사 자격요건을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 재판·수사·조사 실무 경력 5년 이상'에서 '변호사 자격 7년 이상'으로 완화하는 게 골자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 9일 본회의에서 개정된 공수처법을 의결할 방침이다. 174석을 보유한 거대 여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운 실력 발휘에 나섰고, 국민의힘 등 야당은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민주당 "더 이상 못 기다려…" 다수의 힘 적극 활용

기존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7월 15일 출범했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하고,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구성 등에 시간을 끌면서 현재까지 출범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야당이 비토권을 보유한 상황에선 현실적으로 공수처 출범이 힘들다고 판단, 야당과 협상을 진행하면서 투트랙으로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는 공수처법 개정도 추진했다.

공수처법 개정 처리 D-day를 9일로 잡은 민주당은 8일 국민의힘의 안건조정위원회 카드 등을 통한 추가 지연 전략을 무시하고 수적 우위를 앞세워 일사천리로 법사위 전체회의까지 통과시켰다.

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 의원들이 8일 오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 표시로 기립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 의원들이 8일 오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 표시로 기립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에 앞서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제 더 미룰 수 없다. 이제 결말을 봐야 할 시간"이라며 "법사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심사 의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그대로 실행해 옮겼다.

국민의힘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국회 본관 법사위 회의실 앞에 국민의힘 의원 20여 명 이상이 모여 '의회독재 공수처법 규탄', '친문무죄 반문유죄 공수처법 OUT', '권력비리 방탄 공수처법 저지' 등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586 운동권들 안 부끄럽냐", "자식보기 안 부끄럽냐",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등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민주당을 규탄했다.

급기야 법사위원들 외에 다른 상임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법사위 회의장으로 들어가 의결 방해 시도를 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의 의사봉이 날아갔고, 윤 위원장은 날아간 의사봉을 겨우 건네받았지만,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오른손을 잡고 놔주지 않아 왼손으로 의사봉을 쥐고 책상을 두드려 공수처법 개정안 의결을 선포했다.

이후 주 원내대표는 회의장 밖으로 나와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에게 "대한민국 국민을 개·돼지로 알지 않는 이상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시행도 되기 전 이렇게 온갖 절차를 위반하면서 이런 짓을 하는 것을 국민이 똑똑히 봤을 것"이라며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문재인 정권, 민주당은 오늘 이 법을 무도하게 개정하면서 '폭망의 길'로 들어섰다고 확신한다. 국민이 함께 분노해주시고 민주주의·법치주의를 함께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오늘 법사위를 비롯한 몇 개 상임위에서 그렇게 목소리를 높여 외치고, 항의했지만 (민주당의) 절차를 무시한 날치기가 속속 진행됐다"며 "자기들은 공수처를 만드는 것이 사는 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공수처를 만드는 길이 죽는 길로 간다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을 것이다. 저는 국민의 민심이나 역사에 심히 이런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의 무도한 짓을 결코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의총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민주당과 집권 세력의 반민주적 행태를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선출된 권력이 어떻게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권력을 농단하는지 똑똑이 목격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하는 행태는 과거 정부의 실패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것을 넘어 청와대, 입법, 사법 등 전 헌법기관에 대한 일상적 '국정농단'이 자행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또 "국민의힘은 현재의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모든 법적, 정치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후 주 원내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 수십 명은 민주당 주도로 법사위 회의가 열리고 있는 현장으로 달려가 손팻말을 들고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다른 법안들이 의결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

이에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주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하라,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라며 경고한 뒤 "평생 독재로 꿀을 빨다가 이제 와서 상대 정당을 독재로 몰아가는 이런 행태야말로 독선적 행태"라고 비판하면서 회의를 계속 진행했다.

결국 민주당 주도로 공정경제 3법 중 하나인 상법 개정안이 의결된 뒤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국민의힘 '육탄저지' 시도 뚫고 다수 '쟁점 법안' 일괄 처리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뒤 윤 위원장은 절차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법안심사에 못 볼 꼴을 봤다. 정부, 법원에서도 법안 처리에 협조하기 위해 출석해 있는데 국회의 민낯을 보여드린 것 같아 송구스럽다. 국민에게도 죄송하다"라며 "21대 국회가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고 있는데, 이렇게 국회가 과거의 모습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에 대해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 위원회는 (의결한) 법안에 대해서 충분한 심사를 해왔고, 특히 공수처법·상법 개정안 등은 소위만 네 차례 열고 논의했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세 차례 소위에 불참했고, 한 번 들어와서 표결을 할 수 없다면서 법안 처리에 반대했다"며 "마지막 날에 들어와서 의결하려는 순간 안건조정위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안건조정위를 열어서 국회법에 정해진 절차와 규정에 따라 조정안을 만들었고, 전체회의에 부의해 규정에 어긋남 없이 법안 심사를 했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대기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대기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또한 그는 "그 법들이 본인들 마음에 안 든다고 이렇게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고, 가로막고 나서 혼란스럽고 시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며 "본 위원장이 의결하려는데 의사봉을 뺏고, 손을 잡고 의사봉도 칠 수 없게 만드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이것은 엄연한 의사진행 방해이고, 국회법은 이런 경우 매우 엄중히 처벌하도록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은 "지난해와 올 초 있었던 패스트트랙 사건에 연루된 여러 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행동이 왜 반성 없이 반복되는가. 이런 행동이 더 이상 반복 안 되게 하려면 패스트트랙 사건을 엄정하게 법원에서 판결해야 한다"며 "매번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뒤로 빠져나간다면 국회는 앞으로도 이런 모습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라고 패스트트랙에 연루된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공수처법·상법 개정안 외에도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5·18 왜곡처벌법, 경찰법 개정안, 세월호 참사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 활동 기간을 늘리는 법안(사참위 특별법) 등 다수 쟁점 법안을 힘으로 밀어붙여 상임위를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들은 모두 9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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