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진] '어대낙'은 됐는데, 흔들리는 '어대후'
입력: 2020.12.09 05:00 / 수정: 2020.12.09 05:00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후보 선호도 지지율이 7개월째 내림세를 보이면서 어대후도 흔들리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이 대표. /남윤호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후보 선호도 지지율이 7개월째 내림세를 보이면서 '어대후'도 흔들리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이 대표. /남윤호 기자

이낙연, 대선후보 지지율 '답보'…'이대만'으로 끝나나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김정환)),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최택(박보검))을 두고 설왕설래했던 때가 있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혜리)의 남편이 누가 될 것인가를 놓고 팬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벌써 5년 전 이야기다.

드라마에선 '어남택'이었지만, 현실에선 '어남류'(어차피 남자친구는 류준열)였다. 정치권에서도 이와 유사한 말로 표현되는 일이 있다. 당시 유행어를 빗대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은 바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29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 결과는 이미 예견됐고, 절차적 수순을 밟은 것으로 이해됐을 정도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어대낙'(어차피 당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말이 나왔다. 문재인정부 초기 총리를 지내며 차기 대선주자로 독주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대낙'과 달리 요즘 이 대표의 대선주자 선호도는 들쭉날쭉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어대후'(어차피 대선후보)가 가능하겠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지지율을 보였다. 이 대표의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가각 △1월 29.9%, 2월 30.1%, 3월 29.7%, 4월 40.2%, 5월 34.4%, 6월 34.3%, △1월 24%, 2월 25%, 3월 23%, 4월 26%, 5월 28%, 6월 28% 등이다.

그러다 지난 7월부터 이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본격화한 시점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 논란에서 이 대표가 갈등 조정보다는 친문 눈치를 보며 추 장관을 두둔한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졌고, 지지율은 하락세에 들어섰다. 또,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먼저 선점, 이 대표의 지지율 하락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정치적 선명성을 내지 못하면서 '엄중낙연'이라는 부정적 표현도 나왔다. 현안에 대해 신중하거나 지나치게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의 이런 모습과 관련한 대화가 오갔다. 그들은 대체로 "이 대표가 엄중낙연에서 많이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많이 변했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러나 9월 이후 이 대표의 대선후보 선호도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지난달 30일 리얼미터 조사 결과 이 대표 20.6%, 윤석열 검찰총장 19.8%, 이재명 경기지사 19.4% 등 오차범위다. 이 대표의 지지율은 7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자 민주당 일부에서는 '제3의 인물 찾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낙연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압도적 지지율을 보였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과 긴급재난지원급 지급, 부동산 정책 등과 관련해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중도층 등에서 일부 지지율 이탈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그래프는 리얼미터 대선후보 선호도 변화 추이./리얼미터(단위:%)
이낙연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 선호도에서 압도적 지지율을 보였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과 긴급재난지원급 지급, 부동산 정책 등과 관련해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중도층 등에서 일부 지지율 이탈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그래프는 리얼미터 대선후보 선호도 변화 추이./리얼미터(단위:%)

당사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제3 후보'로 정세균 국무총리, 이광재·김두관·박용진 의원, 이인영 통일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거론된다. 당내에서는 컨벤션 효과를 위해 이 대표나 이 지사 외에 새로운 인물 부각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것으로 보인다.

'어대후'가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이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수처 등 입법 성과를 내 지지층으로부터 긍정 평가를 끌어내야 한다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또, 대표 임기 종료(내년 3월 9일) 후 치러지는 4월 7일 보궐선거(서울·부산시장)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어대후'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중대 변곡점이 될 것 같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어남류'가 아닌 '어남택' 결과에 많은 시청자가 아쉬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남류'의 반전이었다. 이 대표의 '어대후'는 현재진행형이고, 2022년 3월 9일에 있을 20대 대선까지는 약 1년 5개월이 남았다. 이 대표가 이 기간 동안 지지율 상승 모멘텀을 만들어 '어대후'를 증명할지 아니면, '이대만'(이대로 대표만)으로 끝날지는 결국 그의 정치적 행보에 달렸다. 그런데 언제나 민심은 급변하고 정치 시계는 생각보다 참 빠르게 흘러간다.

대선후보 선호도 지지율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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