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김종인, '李·朴 과오' 사과 강행…고집인가, 묘수인가
입력: 2020.12.08 05:00 / 수정: 2020.12.08 05:00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과오 대국민 사과에 대한) 당내 반발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거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며 본인 뜻대로 조만간 대국민 사과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이날 오전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과오 대국민 사과에 대한) 당내 반발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거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며 본인 뜻대로 조만간 대국민 사과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이날 오전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내부 반발에도 9일 강행할 듯…정치적 효과 미지수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예고하면서 당내 일각에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중도층과, 3040 세대를 끌어안기 위해선 이제는 사과해야 한다"며 오는 9일께 사과를 강행한다는 방침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국회 막판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로 인한 여야의 극심한 원내 갈등 상황에서 이 결단이 국민의힘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7일 오전 비공개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들에게 "오는 9일 이·박 전 대통령 과오에 대해 사과할 것"이라며 "못하게 한다면 더는 비대위원장직을 맡을 수 없다"고 했다. 9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4년째 되는 날로 김 위원장은 이날 반드시 사과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당연직 비대위원(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 2명을 제외한 6명의 비대위원은 김 위원장의 말에 공감하고 그 의지를 이행하기 위해 맞춰가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더 치열하게 다가가야 한다. 어려움이 있어도 위원장의 행보에 힘을 실어야 된다는 게 비대위원들의 전체적 의견"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당 회의에선 주호영 원내대표가 원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일부 의원들이 김 위원장의 사과를 반대하고 있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금은 시기가 좀 좋지 않으니 사과를 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인데, 이에 김 위원장은 "할 건 해야 한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내 반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거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판단하는 대로 할 테니, 그것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할 필요 없다"고 했다.

한 비대위원은 "시간, 장소, 사과 내용에 조금 조정이 있을 수는 있지만, 김 위원장이 한다고 하니 9일에 사과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사과문도 작성한 뒤 마지막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위원장이 이명박(왼쪽)·박근혜(오른쪽)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더팩트 DB
김종인 위원장이 이명박(왼쪽)·박근혜(오른쪽)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더팩트 DB

김 위원장의 강경한 태도에 맞서는 반대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원내지도부의 일원인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이 이번 주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꼭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기사가 도는데 잠시 인지 부조화(가 왔다), 아찔하다"며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스승으로, 문재인 정권 탄생 그 자체부터 사과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위원장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요청으로 민주당 비대위원장 겸 선대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이후 민주당은 19대 대선(2017년),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18년), 21대 총선(2020년)까지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승을 기록했다.

장제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의 사당이 아니고, 정통성 없는 임시기구의 장이 당의 역사까지 독단적으로 재단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며 "절차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서병수 의원은 전날 "지금은 행정·입법·사법을 장악해 독재를 꿈꾸는 무도한 좌파 586 세력 단죄를 위해 당 내외 세력을 한데 모으고, 당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게 우선으로 대국민 사과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방침에 불만을 가진 의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실제 사과를 할 경우 김 위원장 퇴진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민주정당이라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 있지만, 여론조사도 그렇고 (당 지지율이 상승해) 분위기가 좋은데 비대위를 흔들려는 이들이 있어 안타깝다"며 "김종인 비대위는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흔들림 없이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2월 1주 차 주간집계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3.4%포인트 상승한 31.3%로 4.4%p 하락해 29.7%를 기록한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다만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은 스스로 잘해서 상승한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잇따른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평가가 많다.

당내 반발을 뚫고 김 위원장의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가 임박한 가운데 그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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