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결말이 보이는 '공수처' 출범과 민주당의 '짐'
입력: 2020.11.30 05:00 / 수정: 2020.11.30 05:00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가 정치권에서 본격 논의된 지 2년여 만에 출범을 앞두고 있다. 11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간사(왼쪽)와 국민의힘 김도읍 간사(오른쪽), 윤호중 법사위 위원장. /남윤호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가 정치권에서 본격 논의된 지 2년여 만에 출범을 앞두고 있다. 11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간사(왼쪽)와 국민의힘 김도읍 간사(오른쪽), 윤호중 법사위 위원장. /남윤호 기자

'중립성·독립성' 우려 남기고 민주당 강행, 출범 예고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고등학교 논술 시간이었다. 선생님이 문제를 하나 냈다. "두 사람 앞에 맛있는 케이크가 있는데 모두 배가 고파 양보할 생각이 없다. 공평하게 나눠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물었다. 제 3자가 케이크를 자르게 하고 조각을 누가 먼저 먹을지는 가위바위보로 결정하자는 방법을 생각해냈지만, 선생님은 "두 사람 사이의 문제를 제 3자에게 맡겨선 안 되며, 가위바위보도 요행"이라면서 그 방법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둘 중 한 사람이 케이크를 자르고, 자르지 않은 사람이 먼저 조각을 고르도록 하면 된다"고 알려줬다. 세상 경험이 많지 않은 때였지만, 이야기를 듣고 "좋은 생각이군"하며 이마를 '탁' 쳤다. 이 방식이면 케이크를 자르는 사람은 선택권이 나중에 있어 최대한 반으로 자르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케이크를 자를 권리와 선택하는 권리를 가져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 후보 선정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몇 달째 공전이다. 야당의 발목잡기로 정국이 꽉 막힌 가운데 '공수처' 출범을 위한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4차 회의까지 열었지만 '검찰' 출신 후보 2명을 선정해야 한다는 야당 몫 위원 주장과 그외 다수 추천위원이 '검찰과 비검찰' 출신으로 후보군을 구성하자는 요구가 맞서 무산됐다. 현행 공수처법상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7명의 위원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돼 있다. 야당 몫 위원 2명 중 1명이 찬성하지 않으면 대통령에게 요청할 최종 후보 2명을 고를 수 없는 구조다.

현행 공수처법에도 '케이크 이론'이 녹아 있다. 대통령이 두 명 중 최종 한 명을 '고를 권리'가 있으니 야당에 '반으로 자를 권리'를 보장해준 것이다. 공수처 출범 자체를 반대해온 국민의힘 입장에선 최대한 자신 입장을 대변할 인물을 처장 후보로 내세우려는 게 당연하다. 그러면 대통령이 둘 중에서 그나마 여권에 부합한 인물을 고르도록 해 여야가 납득하고 합리적인 인물을 선정할 수 있다는 게 현행 공수처법 핵심이다.

지난해 공수처법을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통과시킬 당시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도 야당의 비토권 조항을 언급하며 "야당이 비토하면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없게 돼 있다. (공수처가) 대통령의 뜻에 좌지우지 안 되게끔 하는 장치"라며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조했다.

공수처법 의도와 달리 야당의 비토권은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 신속처리안건을 의결하고 있는 이상민 위원장(왼쪽). /이덕인 기자
공수처법 의도와 달리 야당의 비토권은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 신속처리안건을 의결하고 있는 이상민 위원장(왼쪽). /이덕인 기자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야당의 비토권 주장에 대해 묻자 "7명 중 6명이 합의토록 한 것은 야당 추천 위원 2명 중 1명 정도는 동의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라는 의미이지, 천년만년 반대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주장의 저변에는 "우리 당이 케이크 절반 이상의 비용을 냈기 때문에 더 가질 권리가 있다"는 저변의 논리가 깔려 있다. 21대 총선 결과 다수 의석을 차지한 만큼 공수처 처장 후보 선정에 민주당의 입장이 더 반영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케이크 비용' 만큼이 아니라 아예 케이크을 통째로 가져간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후보추천위를 '7명 중 6명'에서 '7명 중 5명' 찬성으로, 야당이 반대해도 후보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조만간 강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공수처법안 처리에 공조했던 정의당마저 여당의 이런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지난 26일 "공수처법 개정안이 논의되더라도 중립성·독립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정부·여당이 사실상 지명권을 가진 공수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틀 연속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의결을 미루며 '속도조절' 중이다. 하지만 결말은 뻔하다. 11월 내 공수처장 후보 추천 완료, 12월 인사청문회와 공수처 출범, 내년 1월 공수처 정식 활동이라는 로드맵은 변함없다는 입장이다. 21대 국회는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여당의 뜻대로 공수처는 출범할 것이다.

그런데 출범이 끝이 아니다. 민주당이 케이크 절반 이상을 가져간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야권과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는 노력을 출범을 위한 노력만큼 꾸준히 하길 바란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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