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3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화상으로 발언하는 이낙연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
'경제 수장' 홍남기는 침묵…이재명 "지역화폐로 일괄 지급하자"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3차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야당의 제안을 여당이 받아들이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본예산 처리 법정 시한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를 설득하고 야당과 지급 시기 및 방식, 재정 확보 방안 등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낼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야당의 '3차 재난지원금' 지급 제안에 유보적 입장을 취했으나 코로나19 확산 심화, 경제지표 악화 등을 고려해 현재 심의 중인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안을 편성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에 600명에 육박하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면서 자영업자들의 매출 감소 등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6일 "사실상 내년 예산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여러 예산이 다 들어가 있다. 재난지원금은 (내년 예산안 처리) 이후라도 추경을 통해 극복할 수 있지만 지도부에서는 코로나 극복 협치를 위해 본예산 때 같이 합의해서 하자는 취지로 지금 (3차 지원금 관련해) 협상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3차 지원금 지급'의 큰 틀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재정 확보 방안과 지원금 지급 방식 등 여야간 입장차가 크다. 야당은 한국판 뉴딜 예산을 삭감해 본예산 규모를 유지하면서 지원을 마련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당은 이에 반대하면서 내년도 본예산을 순증 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지급 방식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3조 6000억 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편성해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과 취약 가구에 나눠주자는 '선별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여야는 '3차 지원금' 주도권 싸움에 벌써 돌입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당장 피해가 큰 업종과 위기가구에 대해 조속히 재난지원금이 우선 지급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선별 지급'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어 "불요불급한 예산을 과감히 덜어내고 반대로 재난지원금과 같이 시급하고 필요한 것에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야말로 국회 본연의 역할"이라며 "재탕, 삼탕의 선심성 뉴딜사업을 포함한 100대 문제사업에 대해 현미경 심사를 통해 끝까지 파헤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5일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을 주장한 국민의힘을 향해 "시혜적 복지에 사고가 멈춰 있다"며 질타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 역시 '선별적 지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팩트DB |
민주당도 이낙연 대표가 "특별히 큰 고통을 겪으시는 계층"을 언급하며도 '선별 지급'에 방점을 찍은 분위기지만 당 내부에서 '전 국민 지급' 목소리가 또 나오고 있어 당내 선별·보편 논쟁에 대한 교통정리도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유력 대권주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역화폐 보편지급' 방식을 제안하며 3차 재난지원금 논쟁 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1차 '지역화폐 전 국민 보편지급'과 2차 '선별적 현금지원'의 경험을 통해 모두에게 공평하게 시한부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이 가계지원과 동시에 효과적인 경제정책임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차 지원금 선별 지급 방식을 주장한 국민의힘을 향해 "정책의 중첩효과는 생각지도 못하고 재정집행의 경제효과는 도외시한 채 시혜적 복지에 사고가 멈춰 있다"고 했다. 이어 "소멸성 지역화폐로 재난지원금을 보편지급하는 것이 재정집행의 효율성, 경제효과, 소득지원 등 모든 면에서 정답"이라고 역설했다.
정의당도 전 국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정 당국은 '3차 재난지원금'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역시 난관이 예상된다.
경제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현재까지 공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이 이날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브리핑에서 '3차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에 동의하냐'는 물음에 "3차 재난지원금 관련 논의는 (정부 내에서)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앞으로 국회에서 3차 재난지원금 문제에 대한 협의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내년 예산안이 법정기일인 12월 2일 내 확정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예산안 처리 기한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 3차 재난지원금 예산 편성 작업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내년 예산안 규모가 사상 최대인 556조원 수준인 상황에서 추가 증액에 대한 재정 부담도 크다는 분위기다. 정부는 올해 1차와 2차 재난지원금 모두 반대해왔지만 여당 압박에 못이겨 모두 받아들인 바 있어 향후 정치권 막판 논의 향배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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