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이 동북아 정세를 관리하는 차원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중 간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방문한 왕 부장이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회담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미·중 갈등 외교 전쟁터 된 '동북아'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의 한·일 방문에 미국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역갈등 중인 중국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 한·일 방문을 통해 미국의 반중 전선 확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왕이 부장의 방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한·미·일 공조 강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왕 부장이 일본과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당장 중국이 동북아 정세를 관리하는 차원의 방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일련의 한일 간 고위급 인사의 교류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25일 방한한 왕이 부장은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하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앞서, 왕 부장은 24~25일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예방하는 등 외교일정을 소화했다. 왕 부장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내년 7월 개막하는 도쿄 하계 올림픽과 오는 2022년 개최 예정인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양국이 협력하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캘 브라운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장진호 전투 70년을 기리는 트윗을 올리며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국대사관도 이날 트위터에 브라운 수석부대변인의 트윗을 한국어로 번역해 올렸다. /주한미국 대사관 트위터 |
중국이 미국 행정부 전환기를 틈타 "도쿄올림픽 협력"이란 카드로 선수를 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협력이 반중 전선으로 번지지 않게 견제하겠다는 의도라는 평가다.
왕 부장의 방한 일정에도 미국과 신경전을 펼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났다. 이날 강 장관과 회담을 마친 왕 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한이 미·중 갈등에서 주변국 확보 차원이냐는 질문에 "이 세계에 미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에 190여 개 나라고 있고 모두 자주 독립 국가"라고 답했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전선에 동참하지 말라는 뜻을 전한 것이냐는 질문에 왕 부장은 "외교가 그렇게 간단한가"라며 "외교를 학자들처럼 하면 외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학자들이 각종 추정은 할 수 있다. 상관없다"라고 말했다.
왕이 부장의 방한·방일 일정에 미국은 다급해진 상황이다. 미국 측에서도 이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캘 브라운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장진호 전투 70년을 기리는 트윗을 올리며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국대사관도 이날 트위터에 브라운 수석부대변인의 트윗을 한국어로 번역해 올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양자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전문가들은 현재 동북아 정세를 둘러싸고 미·중 간 갈등이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중갈등을 고조시켰던 트럼프 행정부의 수명도 끝났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같은 형세는 지속될 걸로 예상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은 다자적인 경제질서에 당장 나서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내 문제로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중국은 그 틈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왕 부장이 한국과 대화채널을 만들고 한·중 FTA를 언급한 것은 미국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며 "이렇게 된다면 바이든 행정부도 조급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이번 왕 부장의 방한·방일에 "중국의 입장에선 동북아에서 지역적인 가치사슬을 구성해내는게 목표"라면서 "그 중에서 한국과 일본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우호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면 중국이 미중경쟁에서 버틸 수 있는 교두보를 가져 오는것"이라며 "즉, 미중전략경쟁을 대응하기 위란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 형성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