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집행 정치를 단행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틀 연속 관련 언급을 삼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에게 사전 보고를 받고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청와대 제공 |
秋 '승부수'에 정국 혼란…文·靑, 이틀 째 침묵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결국 갈 때까지 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내내 갈등을 빚어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애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집행 정지를 단행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추 장관이 강력한 압박 카드를 꺼내들면서 이들의 다툼은 최종 라운드에 접어들은 양상이다.
추 장관이 밝힌 윤 총장의 비위 혐의는 △언론사 사주와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감찰 관련 정보 유출 △대면조사 협조의무 위반 및 감찰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의 손상이다.
윤 총장은 즉각 추 장관의 징계청구·직무배제 처분을 놓고 "부당한 처분에 대해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대응 방침을 분명히 한 만큼 법적 다툼이 기정사실화됐고, 따라서 두 사람의 갈등 국면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징계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도 충돌이 예상된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 1월 추 장관 취임 이후 검찰 인사로 인한 잡음과 반부패수사부 등 직접 수사 부서 13곳을 형사부 10곳과 공판부 3곳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추 장관의 직제개편안을 두고 윤 총장이 공식 반대하는 등 건건히 부딪혀왔다. '검언유착 의혹'과 '라임·옵티머스' 수사를 두고도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정치권은 물론 사회는 시끄러웠다. 여당은 추 장관을 비호했고 야당은 해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조 화환과 축하 화환이 법무부와 대검찰청을 휘감는 장외전도 지속하고 있다. 이번 직무배제 명령으로 야당은 "윤 총장은 거취를 결정하라"며 사퇴 압박을 한층 끌어올렸고 야권은 "폭거"라고 맞서고 있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 배제 및 징계 청구를 단행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갈등을 빚어온 두 사람이 결국 갈 데까지 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팩트 DB |
지난해 '조국 사태' 때처럼 국론 분열 양상 속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관전 모드'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충돌이 파국 직전으로 치달을 때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애초 두 사람이 난타전을 벌일 때마다 행정부 수반인 문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거리를 뒀다. '文의 침묵'이라는 조롱도 나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번 국면에서도 일체 언급을 자제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발표 직전 관련 보고를 받았으며, 그에 대해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밝힌 공식 입장은 짤막한 한 문장이 전부였다.
이를 두고 온갖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윤 총장에게 거취를 결정하라는 뜻으로 읽힌다는 시각과 문 대통령이 사실상 암묵적으로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심지어는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 완수를 위해 추 장관 뒤로 숨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치적 논란을 최대한 줄이고 징계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극도로 말을 아끼는 것은 민감한 사안이라는 특수성과 정치적 논란을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볼 여지는 충분하다. 그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극에 달하는 과정에서 정국은 난맥상이었고 국민은 혼란스러워했다. 사안이 엄중한 만큼 문 대통령이 정리를 할 필요가 제기됐었음에도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은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과연 이것이 문 대통령이 말한 책임 있는 정치인 것인지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