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재생과 보존 고집이 서울의 주거정책을 가로 막고, 발전을 중단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또, 최근 정부와 여당의 주택정책과 관련해 "아파트 사는 게 죄가 아니다. 주거마저도 국민을 계몽하려는 정부이고, 시대착오적 정부"라고 비판했다. /여의도=남용희 기자 |
"여성+경제, 두 가지를 다 가진 서울시장 후보라 민주당이 견제"
[더팩트ㅣ여의도=이철영 기자] "재개발 조합장이라 하고, 포퓰리즘이라고도 비판하는데, 좀 알고 지적을 해야죠."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하며 핫이슈인 주택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으로 위장한 투기성 재개발, 재건축 정책일 뿐"이라는 비판했다. 이에 이 전 의원이 내놓은 반박이다.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만난 그는 분주했다. 서울시장 출마선언 이후 본인과 관련한 기사부터 댓글까지 확인하고 분석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이 전 의원은 "국민의 주택 수요의 옮고 그름을 재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는 게 말이됩니까"라고 지난 20일 진선미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3선 의원 출신 경제통으로 정치권에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그것도 가장 인구가 많은 서울의 주거정책에 누구보다 날카롭게 분석했다. 그는 <더팩트>와 만난 약 40분간 인터뷰에서 서울의 미래에 대해 본인이 고민했던 생각을 털어놓았다.
◆유통기한 지난 집에서 살라는 정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비위 의혹으로 치러진다. 이런 이유로 이 전 의원은 이번 선거를 성범죄 심판 선거이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심판 선거라고 규정했다. 특히 이 전 의원은 주택정책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먼저, 지난 20일 진 의원의 발언을 꺼냈다. 진 의원은 "제가 지금 사는 아파트와 비교해도 전혀 차이가 없다"며 "꼭 소유가 아닌 임대로도 그것이 마련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아파트에 환상을 버리면 훨씬 다양한 주거 형태가 가능하다"고 했다. 당장 온라인에서는 진 의원 발언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 전 의원은 "본인들은 다 아파트에 살면서 아파트를 버려라? 전세보다 월세가 더 좋다? 국민계몽 시대가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이런 말을 하나"라며 "국민 수요에 맞게 만들어줘야 한다. 아파트 사는 게 죄가 아니다. 주거마저도 국민을 계몽하려는 정부이고, 시대착오적 정부"라고 쓴소리 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이 원하는 주거 형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았다. 지난 23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생각에 잠긴 이 전 의원. /남용희 기자 |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진 의원 발언 직전 정부가 주거 안정 방안으로 '호텔 리모델링' 임대 주택을 꺼내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국민이 바라는 주택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의원은 "60~70년대에 지어진 낡은 주택은 유통기한이 끝났다. 그런데 정부는 그냥 거기서 살라고 한다"라며 "집도 충분하고 보급률도 100%가 넘었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95.9%로 집 자체가 부족하다. 사람들은 새집과 본인 취향에 맞는 집에 살고 싶다는데, 자꾸 본인의 취향도 아니고 유통기한도 지난 집에서 살라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잘못해도 보통 잘못한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람들은 아이도 키워야 하고 개인적 공간도 있어야 해서 방 2~3개짜리 아파트가 필요하다는 데 정부는 '무슨 소리야, 원룸이면 충분하잖아'라고 하고 있다. 내 집 마련 징검다리인 전세를 가겠다는 데 돈이 없어지는 월세에 살라니 말이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주택정책·청년프리패스는 포퓰리즘이라니 참…
그가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공약이 '허니스카이(HoneySky)'와 '서울블러썸(SeoulBlossom)'이다. 허니스카이는 한강변 재건축단지 중심으로 공급해 경관, 휴식, 조망권 향상을 선택하는 단지에 단지 내 조경용 부지를 기부채납 받아 신혼부부 및 육아부부 전용동을 초고층으로 건설하는 방안이다.
'서울블러썸'은 80층짜리 직·주·의·문(직장+주거+의료+문화+복지+공공서비스) 일체형 초고층 시설로 교통유발을 최소화하고, 20개 층은 창업공간 및 사무공간으로, 10개 층은 수영장, 병원, 우체국, 주민센터지소 등 의료, 문화, 복지, 공공서비스 공간으로, 50개 층은 주거공간으로 분양과 임대를 혼합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전 의원의 이런 공약에 여당 일부에선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수익이 남는 일인데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서울시장 출마와 함께 내놓은 주택공약 서울블러썸과 허니스카이에 대해 설명하는 이 전 의원. /남용희 기자 |
그는 "서울블러썸은 시유지에 만들겠다는 것이다. 땅값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분양으로 수익이 나는 사업이다. 내부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공간으로 이는 사실상 건축비 충당 프로젝트"라며 "여당 일부에서 재개발 조합장이라고 하는데 재개발, 재건축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서울블러썸은 재개발과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니스카이는 신혼부부나 젊은 부부들에게 내 집 마련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시가 가지고 있는 땅과 재건축하는 조합들이 가진 땅을 맞바꾸면 땅값 없이 건축비만 들고 높게 세울 수 있다. 용적률만 올려주면 된다. 여기에 지분적립형으로 매달 어느 정도 금액을 내면 본인 집이 되게 해주는 것이다. 이건 임대가 아닌 분양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전 의원이 이런 공약을 내세운 건 서울의 강남, 강북의 격차 해소 때문이다. 그는 박 전 시장이 강북과 강남의 격차를 더 심화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은 보존과 재생이라는 브랜드를 고집, 발전을 중단시켰다. 주택정책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면서 "10년 동안 393개의 정비구역을 해제했다. 정비구역이라는 게 재건축과 재개발인데 이걸 막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시는 끊임없이 낡은 것이 해체되고 새로운 것이 생성되면서 발전해 나간다. 낡은 것을 해체해야 새로운 것이 생성되는 데 그것을 가로막아 발전의 사이클이 돌아가지 않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블러썸을 '강북과 강서' 4개 권역에 만들겠다고 말한 이유도 서울의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일환이다.
이 전 의원은 "서울블러썸과 허니스카이를 강북과 강서에 집중 배치해 강남과 격차를 줄이려 한다. 두 정책이 강북과 강서 발전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며 "마곡지구와 같은 것이 발전의 견인차가 된다. 마곡지구와 같은 것들이 만들어지면 클러스터가 된다. 공공이 선두주자가 되어야 기업이 따라 들어온다. 이런 걸 서울시장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9~30세 청년들의 지하철 요금 무료 이용 공약도 내놓았다. 당장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른바 '청춘프리패스'인데 청년들의 지하철 요금을 무료로 해주면서 이동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재원의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활동하지도 않는데 퍼주기를 한다면 포퓰리즘 비판을 받겠지만, 청년들이 이동하지 않으면 지원이 안 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청년들의 이동지원은 자기 개발, 취업활동 등 가장 중요한 지원으로 포퓰리즘과 다르다. 청년들 미래에 대한 투자라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재원과 관련한 지적도 있는데, 현재 서울시는 65세 이상 어르신 무료 지하철 비용으로 3800억 원을 사용한다. 문제는 중앙정부가 다른 지자체에 지원하면서 서울시에만 지원하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이 예산을 받으면 청년들 이동지원 비용 상당을 해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전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공약으로 19~30세 청년들의 지하철 요금 무료 이용을 내놓았다. 일각에서 포퓰리즘 지적이 있지만, 이 전 의원은 "청년들의 이동지원은 자기 개발, 취업활동 등 가장 중요한 지원으로 포퓰리즘과 다르다. 청년들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남용희 기자 |
◆그동안 쌓은 노하우, 서울시에 쏟아붓고 싶다!
이 전 의원에게 서울은 정치의 출발점이다. 그는 정치의 마지막도 서울이고 싶다고 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원래 지역구였던 서초갑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험지인 동대문을에 공천받으며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섰다. 아쉽게 낙선했지만, 이번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발점에 섰다.
그는 강남과 강북을 경험한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이런 이유로 불균형의 서울을 균형감 있게 바꾸고 싶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이 전 의원은 "서울은 저의 출발점이자 종점이다. 정치적 출발을 서울에서 했고, 정치를 서울에서 끝내고 싶다"며 "시작은 혜택을 받았지만, 이후 정치는 희생의 연속이었다. 공천을 한 번도 순탄하게 받아본 적이 없다. 따라서 그동안 받은 것을 서울에 쏟아부어 변화시키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치인들에게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대권 디딤돌로 여겨졌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이 전 의원은 "이상하게 서울시장을 대권 디딤돌 정도로 생각한다. 서울시민이 고통스러워지는 모든 출발이 여기에 있다. 그동안 시장들은 대권 생각에 서울 시민의 삶은 뒷전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그동안 경제학자로서,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배웠던 노하우를 통해 서울의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 전 의원이 인터뷰 후 사진 촬영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그러면서 "아무래도 여당은 이번 선거가 본인들 실책 두 가지 때문에 치러진다는 점을 의식하는 것 같다. 이 두 가지에 해답을 줄 수 있는 후보가 저라고 보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라며 "저는 여성이기 때문에 나온 게 아니다. 여성과 경제라는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고, 잘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의원은 마지막으로 "저는 맡은 일에 대해서는 끝까지 돌파해내는 장점이 있다. 경제뿐만 아니다. 또, 강북과 강남을 두루 경험한 균형감도 있다"라며 "저는 서울을 해외 어떤 도시처럼 만들고 싶지 않다. 서울을 세계 어느 도시에도 없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 그래서 모두가 서울처럼 되고 싶은 도시를 만들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 이혜훈 전 의원은 누구?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UCLA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다 정치권에 입문했다. 서울 서초갑에서 17·18·20대 국회의원,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새누리당·바른정당 최고위원,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21대 총선에서 동대문을로 지역구 출마했다가 낙선 후 최근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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