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2020 국회의원 후원금②] '월세·통신비'에 '후원금 품앗이' 여전
입력: 2020.11.25 05:00 / 수정: 2020.11.25 05:00
21대 국회의원들의 후원금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사무실 운영비, 여론조사 비용 등 전반적인 선거 준비를 비롯해 선배·동료 의원 지원, 코로나19 위기 극복 후원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정한 기자
21대 국회의원들의 후원금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사무실 운영비, 여론조사 비용 등 전반적인 선거 준비를 비롯해 선배·동료 의원 지원, 코로나19 위기 극복 후원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정한 기자

국회의원들은 국가로부터 막대한 금전적 지원을 받는다. 연봉으로 1억5188만 원의 세비를 받으면서, 별도로 의원실 지원경비(사무실 운영비, 업무추진비, 차량 유류비 등)로 연간 9620만 원을 수령할 수 있다(2020년 기준). 여기에 더해 정치자금으로 활용할 후원금도 모금할 수 있다. 후원금은 선거 없는 해에는 최대 1억5000만 원까지 모금할 수 있고, 올해처럼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 원까지 모금 한도가 늘어난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후원금은 선거가 있었던 올해의 경우 1월 1일부터 선거일 후 20일까지(올해 경우 5월 5일)의 모금 및 지출 내역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1차로 보고하고(보고시한 5월 15일), 5월 6일부터 12월 31일까지 모금 및 사용 내역은 내년 1월 31일까지 선관위에 보고해야 한다. <더팩트>는 2억 원 중반대의 세비를 받는 의원들이 추가로 모금하는 돈이 얼마이고,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보기 위해 선거관리위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관련 자료를 입수·분석했다. 그 내용을 정당-의원별 후원금 모금액, 사용 내역, 총선 낙선자들의 후원금 모금 및 사용 내역으로 나눠 3편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사무실 운영비부터 기부금까지…다양한 후원금 쓰임새

[더팩트|국회=허주열·박숙현·문혜현 기자] 국회의원들이 후원회를 통해 모금하는 후원금은 정치활동을 위해 소요되는 경비로만 지출해야 한다. 사적 경비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하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해질 수 있다. 의원들이 개인으로부터 받는 자금인 만큼 후원금은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돼야 하고, 그 회계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더팩트>가 선관위로부터 입수한 21대 국회의원들의 후원금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의원들은 통상 후원금을 선거 사무소 임대·사무실 집기 구입·의정활동 홍보비·유류비 등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로부터 받는 세비 목적과 겹치는 사용처가 상당한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의정활동용 숙소 임대료, 의정활동용 휴대폰 2대 이상 비용, 동료 의원 후원까지 더 넓은 범위에서 후원금을 사용하고 있었다.

국회 입성에 도전하는 정치 신인들은 정치 후원금을 여론조사 등 선거 기획과 부문에 거액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1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된 국회의원 배지. /남용희 기자
국회 입성에 도전하는 정치 신인들은 정치 후원금을 여론조사 등 선거 기획과 부문에 거액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1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된 국회의원 배지. /남용희 기자

◆초선·정치 신인, '컨설팅·여론조사'에 거액 지출

선거 준비를 하는 정치인, 특히 '원외 후보자'로 나선 이들은 정치 컨설팅 및 지역구 여론조사에 가장 많은 후원금을 사용했다. 특히 초선 의원들은 다양한 여론조사 업체와 함께 일하며 선거 판도를 분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분석 결과 의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여론조사 업체는 '윈지컨설팅코리아'다. 이 업체는 정례 여론조사와 더불어 정치·선거 컨설팅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이밖에 조원씨앤아이, 리서치디앤에이 등 28개 업체에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한 보좌진은 통화에서 "초선 의원 대부분은 선거철 컨설팅 업체를 이용한다. 도울 인력이 부족한 경우 업체에 요청하기도 한다"며 "업체 선정은 보통 추천으로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 경험이 있는 후보, 의원에게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총선 때 후보들이 많이 의뢰하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업체를 알아볼 방법이 딱히 없으니 그중에서 선택하거나 아는 업체를 선택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근조기 제작 및 배송에 후원금을 적극 활용했다. 근조기는 의원들의 '필수템'으로 주로 지역구 의원들이 주민들의 경조사를 챙기기 위해 사용한다.

또한 국내에서 근조기를 제작·배송하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보니 많은 의원이 한 업체를 이용하기도 했다. '슈빅'은 정치권에서 가장 자주 이용하는 근조기 배송 업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명한 업체"라며 "다수 의원이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의원들은 민들레나라, 케이플래그, 느린걸음, 꿀벌날다, 깃발나라 등 전국에 위치한 근조기 업체를 이용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민들이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연락하면 대부분 보내주는 편"이라며 "의원도 큰 무리 없이 주민들의 경조사를 돌볼 수 있어 친근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 중 하나"라고 했다.

◆'통신 장비'는 필수…'휴대폰 2대' 이상 쓰는 의원들

후원금은 의원들의 눈과 귀, 머무를 곳이 되기도 한다. 일부 의원들은 개인 휴대폰 통신비를 후원금에서 충당하고 있었다. 특히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의정활동 홍보 메시지를 보내는 의원들은 휴대폰 2개 이상을 운용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성원·유의동·김도읍 의원, 민주당 김영주·김두관·안민석·김한정·김상희·박완주 의원은 휴대폰 2대의 통신비를 모두 후원금으로 납부했다.

휴대폰 한 대당 평균 7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대의 통신비를 납부하는 의원도 있었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의원들 중에선 휴대폰 한 대로 개인 의정활동에 사용하고, 나머지 한 대는 문자 대량 발송을 위해 의원실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수도권 밖 지역구 의원들은 대부분 국회 근처, 혹은 지역구에 가족들과 지내지 않는 '의정활동용 숙소'를 마련하고 있다. 민주당 안호영·위성곤·강훈식,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 등은 후원회 기부금으로 서울에 오피스텔을 마련해 지역구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구에 거주지를 임대해 지내고 있다. 이채익·추경호 의원도 4월부터 의정활동용 숙소를 마련해 활동하고 있다.

3선에 달성한 이학영 민주당 의원(경기도 군포)은 19명에 달하는 후보자에게 정치 후원금을 전달했다. 지난 9월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 의원. /이새롬 기자
3선에 달성한 이학영 민주당 의원(경기도 군포)은 19명에 달하는 후보자에게 정치 후원금을 전달했다. 지난 9월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 의원. /이새롬 기자

◆돈이 향하는 곳에 관심이 있다…'동료사랑 나라사랑'

다선 의원들의 후원금은 선거철 다른 후보자에게 전해지기도 했다. 중진 의원들은 정치 신인, 험지 출마 후보에게 후원금을 보내 선거 활동을 지원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경기도 군포, 3선)은 가장 많은 숫자의 후보자에게 후원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지난 3월 30일 9명의 후보자에게 900만 원, 31일 8명 후보자에게 800만 원, 4월 1일 후보자 2명에게 200만 원 등 총 19명에게 후원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시 총선 기간이었다. (이 의원이 후원한 사람들이) 대부분 정치 신인, 영입인재"라며 "100% 경기도 지역 후보자다. 당시 재선이었고, 3선에 도전하는 것이어서 당을 위해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고 총선 승리에 기여하고 싶어서 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정치 신인들은 후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당의 중진 의원이 나서서 신인들을 지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원욱(경기도 화성시을, 3선) 민주당 의원도 총선 당시 이후삼·조승래·민병두·전현희·신정훈·강병덕 후보자 등 13명에게 후원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십시일반이라고 하지 않나. 선거 치를 때 초선 및 열악한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자에게 선의로 지원하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친분 있는 의원에게 주로 하고, 지역 상황에 따라서도 후원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의원이 정당인·당직자 출신이다 보니 다른 의원보다 더 후보자들을 챙기는 것 같다"며 "선거 때마다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분들이 있어 (후원) 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과 김광림 전 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진석 의원은 지난 1월 차명진 전 의원에게 각각 200만 원, 300만 원을 후원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14개 가량의 시민단체·공익단체에 정기후원을 하고 있다. 설 의원은 환경운동연합·민족문제연구소·새희망포럼·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 등 단체에 꾸준히 후원했다. 설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해당) 단체에 속해 있기도 하고, 자문위원으로 소속돼 있으면서 활동 정관에 따라 정기 후원액이 정해져 있어 하고 있다. 새희망포럼과 같은 경우는 회장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의원들은 또 후원금을 함께 일하는 보좌진에게 격려금 성격으로 건네기도 했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9명 보좌진에게 국정감사 우수의원상 격려금을 전했다. 또 명절 상여금 및 성과금을 지급하는 의원실도 다수였다. 조응천·송옥주·김병욱·김영진 의원 등은 의정보고서를 배포하는 인력을 고용하는 데 후원금을 쓰기도 했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등 여야 의원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사회에 후원금을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박 의원. /이새롬 기자
박재호 민주당 의원등 여야 의원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사회에 후원금을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박 의원. /이새롬 기자

◆'코로나19'에 마음 모은 의원들…이웃에 성금 보내기도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위기로 전무후무한 어려움 속에서 치러졌다. 다선 의원들은 지역구 및 도움을 호소하는 지역에 마스크 성금·특별 성금을 보내 위로를 전했다.

민주당에선 박재호(부산 남구을, 재선)이 지난 1월 자선사업 주관 마스크 기부 명목으로 400만 원을 후원했다. 오영훈(제주 제주시을, 4선) 의원은 지난 2월 코로나 대책을 위한 사회복지공동모금으로 100만 원을 지출했다. 조승래(대전 유성구갑, 재선) 의원은 지난 3월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대구광역시에 50만 원을 후원했다.

국민의힘에서 송석준(경기 이천, 재선) 의원이 코로나19 피해성금으로 100만 원,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5선) 의원이 대구광역시의사회 코로나 후원금으로 200만 원, 이종배(충북 충주시, 3선) 의원이 취약계층 마스크 지원을 위해 277만 원, 곽상도(대구 중구남구 재선) 의원이 코로나 특별성금 기부로 100만 원을 보냈다.

☞③편에선 21대 총선 낙선자들의 후원금 모금 및 사용 내역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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