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들이 임기 시작일부터 10월 말까지 특별활동비와 입법활동비 명목으로 '57억 원' 가량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월 400만 원에 달하는 특별·입법활동비는 세금도 내지 않는 비과세다. 21대 의원들이 사용하는 배지. /남용희 기자 |
'법'만드는 의원들, 입법·특별활동 이유로 매월 400만 원씩 받아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21대 국회의원들이 임기 시작일부터 10월 말까지 특별활동비(특활비)와 입법활동비 명목으로 '57억 원' 가량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비로 분류돼 세금도 내지 않고(비과세), 영수증 처리도 하지 않는 이 돈을 두고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와 '세금도둑잡아라' 등은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왔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에게 불투명, 불공정하다는 논란이 있는 수당 문제 개선 요구는 '쇠귀에 경 읽기'인 모양새다.
최근 <더팩트>가 국회사무처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30일부터 10월 31일까지 21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된 입법활동비는 6월 9억7600만 원, 7월 9억4000만 원, 8월 9억3700만 원, 9월 9억3700만 원, 10월 9억3700만 원 등 총 47억3000만 원이다.
또한 의원들은 특활비로 7월 2억3000만 원, 8월 2억7300만 원, 9월 1억6800만 원, 10월 2억8000만 원 등 총 9억5200만 원을 받았다. 의원들에게 지급된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를 더하면 56억8300만 원에 달한다.
◆또다른 '월급' 입법활동비 47억, 특활비 9억 수령
입법활동비는 의원 1인에 월 313만6000원이 정액 지급되고, 특활비는 회기 중 1일당 3만1360원씩 지급된다. 회기를 연간 300일로 가정하면 매월 의원들이 받는 특활비는 78만 원이다. 입법·특활비 명목으로 매월 400만 원가량을 추가로 받는 셈이다.
사실상 고정급인 입법·특활비가 매월 조금씩 차이 나는 것에 대해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입법활동비의 경우 6월은 5월 30, 31일분을 더해서 다른 달보다 지급액이 좀 더 많고, 7월 말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 장관으로 가면서 의원 급여 대신 장관 급여를 받아 매월 조금씩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임할 경우 보수가 더 많은 기관에서 급여를 받는데, 의원보다 장관 급여가 더 많아 이 장관은 통일부에서 급여를 받는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활비는 회기 중 1일당 3만1360원을 지급하고 결석 시 감액하는데, 정기국회가 시작된 9월 특활비가 1억6800만 원 정도로 다른 달에 비해 6000만 원 이상 적은 것은 전월 회기 중 출결 현황을 반영해 다음 달에 지급하기 때문에 9월분은 다른 달보다 회기 일수가 적었던(18일) 8월분 내역"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입법·특활비는 국회의원 월급 지급 내역에 경비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월정액을 지급하는 활동비로 영수증 처리도 따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21대 국회의원들의 지난 6월~10월까지 입법활동비 및 특별활동비 지급 내역. /국회사무처 제공 |
이와 관련 녹색당은 지난해 11월 "국회의원들이 매년 받는 연봉 중 입법·특활비는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는데 법을 찾아보면 근거가 없다"며 "의원들이 받는 두 활동비를 합치면 웬만한 노동자의 연봉(2019년 기준 4704만 원)에 달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사라져야 할 대표적인 특혜·특권"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국회사무처는 "의원에게 지급하는 입법·특활비는 고유한 직무수행을 위해 명시적인 법적 근거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국회의원수당법)에 따라 직무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가 지급해 주는 것이다. 대법원에서도 입법·특활비는 의원의 직무활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 또는 수당과는 성격을 달리한다고 판시한 바 있으며, 이는 '소득세법' 제12조의 '실비 변상적 성질'의 경비로서 비과세 소득에 해당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행 의원의 보수 체계를 연봉제 중심으로 개편함과 동시에 입법·특활비 항목을 연봉에 포함시켜 과세 대상으로 전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하 국회의원수당법 개정안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국회의원들, 수당 문제제기에 '모르쇠'
하지만 바뀐 것은 없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 28명에게 △국회의원이 직무수행 대가로 지급받는 '수당'을 '봉급'으로 전환하는 등 수당 지급 체계 개선 요구에 대한 입장 △국회의원 수당 관련 근거 규정이 미비한 문제 개선책 △입법·특활비를 지급하는 것은 '중복 지급'이며 해당 수당을 폐지하되 기본 봉급에 포함해 과세 대상 소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입장 △봉급과 수당을 포함한 적절하고 합리적인 보수 체계 마련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는지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지난 12일까지 답이 온 의원은 민주당 김원이·이용빈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세 명으로 이들은 "전체적으로 동의한다. 수당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참여연대는 답하지 않은 의원 25명에게 재차 답변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응답시한인 18일까지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19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이에 참여연대는 19일 논평을 통해 "국회의원 수당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도 역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구속돼 의정활동이 불가능한 의원(정정순 민주당 의원)에게 매달 약 1000만 원가량의 수당이 지급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비판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는 21대 국회는 책임 있는 자세로 국회의원수당법 개정 논의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입법활동과 회의 참석이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 중 하나임에도 입법·특활비 등의 명목으로 사실상 중복 지급되고 있다"며 "이러한 각종 수당이 소득세법 시행령에 제대로 열거하지 않아 특혜성 면세 혜택을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법률에서 시행령으로, 시행령에서 규칙, 규정으로 권한을 위임하면서 국회의원 수당은 적법한 법적 근거도 없이 매년 인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의원 이하 국회의원수당법 중복지급, 비과세 처리 문제 등에 대해 국세청에도 문제를 제기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며 "법령상 보면 실비 변상적 급여가 아니면 비과세할 수 없는데, 입법·특활비는 고정급 성격으로 실비 변상이 아니라 과세 대상이 명백하다. 하지만 소득세 원천징수 의무가 있는 국회사무처도 안 하고 있고, 문제를 지적하고 추징해야 할 국세청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 변호사는 이어 "문제가 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데, 직무유기 내지 회피하고 있다. 일반 납세자와도 형평성에 전혀 안 맞다"라며 "고정 급여 성격인 입법·특활비는 폐지가 근본적인 방법이고, 당장 폐지가 안 된다고 하면 최소한 세금은 내야 한다. 고정액을 주고 증빙도 하지 않는 경비는 명백한 급여다. 급여로 보지 않는다면 증빙서류를 제출하고, 정산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입법·특별활동비를 포함한 21대 의원들의 올해 연봉은 1억5188만 원으로 월 평균액은 1265만 원이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