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바이든도 '미·중 갈등' 조짐…난감한 '한국'
입력: 2020.11.19 05:01 / 수정: 2020.11.19 05:01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 갈등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한국 정부의 균형외교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경제 회복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AP·뉴시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 갈등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한국 정부의 균형외교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경제 회복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AP·뉴시스

美, RCEP에 맞서 TPP 재추진 시 선택은?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전부터 중국에 견제구를 날렸다. 무역 문제와 관련 중국을 정조준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국제사회뿐 아니라 중국에도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헛된 기대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앞으로 미·중 갈등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한국 정부의 균형외교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미·중 갈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심 중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17일(현지시간) 미국 델러웨어주에서 경제 정책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가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중국에 대항해 민주주의 국가들과 제휴할 뜻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주도의 세계무역 질서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RCEP에 서명한 정부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경제적 협력도 발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측에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이를 인식한 듯 "RCEP은 중국 주도의 협상이 아니다"라며 "중국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RCEP에 참여한 15개 국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중국을 압박했지만, 동맹국과도 방위비분담·무역 등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동맹국들과 협력해 전방위적으로 대중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RCEP에 서명한 정부는 난감한 상황이다.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경제적 협력도 발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대통령이 RCEP 협정 서명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는 모습. /뉴시스
RCEP에 서명한 정부는 난감한 상황이다.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경제적 협력도 발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대통령이 RCEP 협정 서명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는 모습. /뉴시스

구체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TPP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직후 탈퇴하면서 남은 회원국들이 미국이 강하게 주장해온 항목들을 동결하고 협정을 ‘포괄적(Comprehensive)·점진적(Progressive) TPP’(CPTPP)로 바꿔 추진한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브릭스 정상회의 화상회의에서 이를 예상하듯 "규칙과 법을 무시하고 일방주의를 일삼으며 다자간 기구에서 탈퇴하고 합의를 어기는 것은 전 세계인들의 보편적인 바람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각종 국제기구와 협정에서 탈퇴한 것을 지적한 것이지만, 향후 전면전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분석도 나온다.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중국은 한반도에 접근하려는 모양새다. 외교소식통 등에 따르면 현재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한국과 일본을 방문할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시 주석의 방한도 예상된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18일 세미나에 참석해 시 주석의 연내 방한에 대한 질문에 "코로나19가 안정되면 제일 먼저 방문하는 나라로 한국을 지정했다"며 "그것에는 변함은 없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시 주석의 방한이 확정적임에도 우리 측 의사로 한중정상회담이 지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소식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눈치를 보는 우리 정부 때문에 한중정상회담이 계속 지연됐다"면서 "무산될 뻔했지만, 아직 정상회담의 불씨는 잘 살린 것 같다. 시 주석 방한은 정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이같은 미·중 갈등이 향후 더 심화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우리에 대한 양측의 압박도 시간의 문제라고 내다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확정적임에도 우리 측 의사로 한중정상회담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 주석이 심포지엄을 주재하는 모습. /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확정적임에도 우리 측 의사로 한중정상회담이 지연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 주석이 심포지엄을 주재하는 모습. /AP·뉴시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RCEP 관련 견제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 중국 주도의 경제질서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반중국 전선인 TPP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 정부의 참여를 촉구할 수 있다"면서 "한국이 TPP에 참여한다면 이전과 같은 중국 보복 시나리오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전문가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대외교류 부총장은 통화에서 "미·중 갈등은 이미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현재는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아닌 미중이 패권을 다투고 있는 상황으로 이 구조에서 우리에 대한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의 대응책으로 우 부총장은 "미중 시대에 맞는 외교를 해야 한다"면서 "양측 사이에서 선택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유연성을 발휘해 우리 국익에 맞는 선택을 한다면 양국도 더 이상 압박을 해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우리 정부를 시험대에 올릴 TPP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추진하지 못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TPP를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2016년 선거에서 러스트벨트(동북부의 쇠락한 공업지대) 지지를 잃어 트럼프 당선으로 이어진 만큼 지지층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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