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비하인드…금태섭 "청와대, '우리가 바보냐' 하더라"
입력: 2020.11.18 11:31 / 수정: 2020.11.18 11:31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오른쪽)은 18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에서 공수처 문제를 둘러싼 여당과 청와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이새롬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오른쪽)은 18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에서 공수처 문제를 둘러싼 여당과 청와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이새롬 기자

"싸운다고 여당 양보하지 않아…발목잡는 야당으로 몰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수처 문제를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격 공개했다. 금 전 의원은 "청와대에서 오신 분이 '우리가 바보인줄 아느냐. 연말까지 공수처법이 통과되지 않을 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강력하게 공수처를 추진하고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민주당은 개혁세력, 자유한국당(옛 국민의힘)은 수구세력으로 보이지 않겠느냐. 그러면 다음 해에 있는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금 전 의원은 18일 오전 국민의힘 초선 모임에서 개최한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서 공수처 문제에 대한 여당과 청와대의 뒷이야기를 설명하며 "야당은 10개를 양보하고 하나씩 얻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날 야당을 향해 '쓴 약을 삼켜야 한다'는 주제를 설명하면서 "저는 공수처를 반대한다. 그런데 제가 법사위 간사로 있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걱정했던 것은 국민의힘이 공수처 설치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다"며 "사실 정치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야당 입장에서 공수처를 받는 게 합리적이다. 여야 사이에 가장 첨예한 쟁점이었는데 야당이 공수처 문제를 양보하면 여당도 그에 상응한 양보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공간에서 야당이 하고 싶은 일을 추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쟁점이 어떻게 인식되는지 한번 비하인드 스토리를 얘기해보겠다"며 법사위 간사 시절 청와대와의 일화를 공개했다.

금 전의원에 따르면 2017년 정권교체 후 가을 금 전 의원은 당시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청와대 관계자들을 만났다. 청와대는 '연말까지 공수처법을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금 전 의원은 "제가 반대하고 안 하고를 떠나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고 어떻게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느냐"며 "저한테 요청을 할 것이 아니라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권성동 의원, 야당 간사였던 김진태 의원을 찾아가서 부탁을 해야 한다, 야당에 큰 양보를 해서 도저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일을 안 하면서 공수처법이 연말까지 통과되길 바라는 것은 바보스러운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때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당이 강력하게 공수처를 추진하고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면 민주당은 개혁세력, 자유한국당은 수구세력으로 보이지 않겠느냐. 그러면 다음 해에 있는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다"고 했다는 설명이다.

금 전 의원은 이를 두고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그 이슈를 놓고 지루한 다툼을 벌이는 것은 당연히 반대하는 쪽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소위 프레임에 걸리는 거다. 선거에서 이겨서 정책을 선택할 수 있을 때는 당연히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쓴 약을 삼키는 마음으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싸운다고 여당이 양보하지 않는다"며 "여당은 그런 싸움이 오래 갈수록 좋아한다. 여당은 어떤 일을 추진하려는 개혁세력, 야당은 기득권을 옹호하려는 개혁세혁으로 비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에 비해 야당은, '발목 잡는 야당'으로 몰려서 여당이 할일을 제대로 못하는데 핑계거리, 알리바이만 만들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쓴 약을 삼켜야 한다는 말씀의 요체는 이것이다. 정국은 여당이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다. 야당은 패배에 따르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변신의 노력을 해서 대안세력으로 바뀌었다는 인식을 유권자에게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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