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에서 부동산 문제 해결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9일 재보선기획단 1차 회의에 참석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제공 |
與 "부동산 문제 반드시 해결" vs 野 "文 정부 부동산 실정 부각"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예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작해야 한다.(10월 19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동산 정책을) 하면 할수록 투기는 만연하고 피해는 서민에게 돌아간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 점이 가장 크게 부각될 것.(11월 6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미니 대선'이라 불리는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부동산 문제가 선거판을 뒤흔들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실정을 부각하면서 전면적인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새로운 접근"을 거론하면서도 정책 기조 변화에는 소극적이다. 주택 추가 공급 대책과 세종시 이전 등 '지역균형발전' 전략으로 탈출구를 모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야는 최근 재보궐선거기획단을 출범하는 등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 준비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지자체장의 성 비위 문제로 치르는 선거라는 점에서 인물 측면에선 '도덕성'을 최우선에 두고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책 면에서는 집값 상승과 전세난 등에 대한 부정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부동산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재보궐선거기획단에 참여하는 A 의원은 <더팩트>에 "아무래도 전세 문제도 있고 부동산도 상승세이다 보니 부동산 이슈가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부각될 것"이라면서 "부동산 문제는 국민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선거를 떠나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그러니 당도 정부도 지금 최선을 다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했다.
선거를 약 5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과 부산 지역에서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민주당 내 부동산 해법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11월 2~4일 조사기간, 전국 유권자 1504명 대상,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서 민주당은 서울과 부산에서 국민의힘에 각각 1.1%포인트, 4.7%포인트 뒤처졌다. 전국 지지율(민주당 34.7%, 국민의힘 27.7%)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당정이 주택 공시가격을 현실화 명목으로 급등 시켜 보유세 부담을 키워놓고 1주택자 재산세 감면 기준은 6억 원 이하로 결정하면서 임대차 3법에 이어 부동산 민심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향후 보궐 선거에도 부동산 문제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부동산 이슈가 보궐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며 "부동산 문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상수다. 더구나 선거가 4월 이사 철에 실시되니 이런 얘기가 안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부각하는 반면 민주당은 '국회 세종시 이전' 등 지역균형발전 전략으로 맞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 /이새롬 기자 |
국민의힘은 임대차 3법 등 정부·여당이 추진한 부동산 대책 실패를 최대한 부각하면서 시장 전문가형 후보를 찾고 있다.
국민의힘 부동산 시장 정상화 특별위원장인 송석준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서 "시장 요건은 다양한 자질을 가져야 하지만 특히 현재 서울시 경우 가장 큰 현안은 역시 주택가격, 전셋값 급등 문제 아니겠나. 이런 현장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과 처방을 내놓는 분이 당연히 절대 유리하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정책과 대비되는 규제 완화 법안들도 연달아 발의했다. 송 의원은 지난 3일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1세대 1주택자에 대해 재산세를 최대 절반까지 깎아주는 내용의 지방세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유경준 의원은 지난 9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담은 '노후도시의 재생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낙연 대표가 최근 부동산 정책에 대해 "새로운 접근"과 "반성"을 언급했지만 현재까지 눈에 띄는 정책 기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개별의원들이 '집값 안정'을 목표로 부동산 시장 규제 법안들을 내놓고 있다.
박광온 의원은 지난 3일 임대차 계약 기간을 기존 '2+2'에서 '3+3'으로 연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지난 6일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부동산서비스산업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은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부동산감독원) 설립 근거를 담은 것으로, 부동산 교란 행위 조사를 위해 금융·조세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관계기관에 각종 수사 관련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시세조작 등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한다는 조항도 있다.
진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내 집이 얼마였으면 좋겠다, 얼마 이하로 내놓지 않겠다는 개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라면서도 "노골적으로 시세를 담합하고 조작하도록 유도하는 글을 올리고 실제로 담합이 벌어지면 그것은 단속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지나친 감시가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국토교통위 여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이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부동산 감독원 설립은 정부에서 방향을 잡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에서도 해당 법안에 힘을 실어주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세종 완전 이전 목표를 밝히며 서울을 '경제·금융·문화' 중심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충청권 현장최고위에서 발언하는 이 대표. /뉴시스 |
민주당은 정책 기조 선회 대신 부동산 공급 확충과 '지역 균형 발전' 전략을 돌파구로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A 의원은 "부동산은 하나의 이슈라 유권자들이 그것만 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시는 국제도시, 세계적 도시로 성장해야 하는 과제가 있고, 부산은 부산 전체 경제 부활이라는 과제가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보궐 선거 후보의) 종합적인 시정 능력을 볼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10일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해 "수요만 억제해서는 해답이 안 나온다. 동시에 공급을 늘리는 일에 아주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지난 5일 발족한 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은 다음 달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공급대책을 포함한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는 '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국가균형발전과 서울의 매력적인 미래를 위해, 서울은 중장기적으로 동아시아의 경제·금융·문화 중심으로 발전시키고, 세종에는 국회의 완전 이전을 목표로 하는 단계적 이전을 추진하겠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고 여의도 부지 활용안을 서울시장 선거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위 관계자는 "국제 금융 도시 활용 등 고민이 있다. 다만 시장 후보가 확정된 후 후보 측 생각이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선 동남권 신공항을 두고 정치권이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정부는 법제처 유권해석을 거쳐 김해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는 절차를 앞두고 있다. 여야는 정부 최종 결론이 나기도 전인 지난 6일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타당성을 검증하는 용역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