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김종인 vs 안철수, 야권연대 주도권 경쟁 속내
입력: 2020.11.10 00:00 / 수정: 2020.11.10 00:00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재편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재편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연대' 필요성 공감하지만, 주도권은 내가?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내후년 대선까지 염두에 둔 반문연대 논의이기 때문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모두 양보 없는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체로 연대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방법론에선 시각차가 극명하다.

최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문재인 정권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상당 부분 일치한다.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의 절차적 민주주의 파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공격, 탈원전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 등 최근 현안으로 범위를 좁혀도 해당 사안에 대한 양당 입장은 일맥상통한다.

사실상 같은 행보를 하는 양당은 차기 대선의 전초전인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승리하는 것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데는 의견이 같다. 하지만 누구를 구심점으로 하느냐를 두고 국민의힘은 자신들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입장이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신당 창당까지 고려한 새로운 '혁신 연대'를 제안했다.

안철수 대표의 혁신 플랫폼 제안에 국민의힘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안철수 대표의 '혁신 플랫폼' 제안에 국민의힘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안철수, 혁신으로 포장한 5번째 신당 창당 시사

안 대표는 지난 6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중심이 된 국민미래포럼 특강에서 재보선 승리를 위해선 범야권 '혁신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비공개 토론에서 안 대표는 구체적 방법에 대해 "새로운 정당의 형태가 될 수가 있고, 연대체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오전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당은 어느 한 정치인이 밖에서 무슨 소릴 한다고 거기에 휩쓸리거나 할 정당이 아니다"라며 "일부 의원들이 안 대표에 동조하느냐 안 하느냐 그건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 플랫폼을 말한 건 범야권의 공동 노력 없이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라며 "저는 화두를 던진 거다. 현재 상황이 과연 야권의 위기, 대한민국의 위기인가. 만약 거기에 동의한다면 제가 생각한 최선의 방법이 혁신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고 재차 새로운 형태의 연대를 강조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안 대표의 혁신 플랫폼 제안에 관심 없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김종인 위원장은 안 대표의 혁신 플랫폼 제안에 "관심 없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안 대표는 이어 "혁신 플랫폼은 스펙트럼이 다양할 수 있다"며 "지금 상황을 얼마나 엄중하게 보는가 그 차이에 따라 그 스펙트럼에 여러 가지 해법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대표가 제안한 혁신 플랫폼에 대해 이번 주에 관련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김종인 위원장은 혁신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야권재편을 고민하고 필요성을 느낀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선을 긋고 있지만, 안 대표의 제안에 동조하는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도 있는 만큼 이들과 먼저 야권재편 논의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통해 "국민의힘 당세만으로 어려운 정국을 돌파하고 다가오는 재보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안 대표가 주장한 야권재편론은 서둘러서 해야 할 일"이라며 "야권 전체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오로지 혁신과 통합의 길로 나가야 할 때"라고 했다

안철수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 세미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의 혁신과제와 미래비전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대표가 지난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 세미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의 혁신과제와 미래비전'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김종인 "관심 없다"…주호영 "안철수 방식 회의감"

하지만 김 위원장과 함께 국민의힘 투톱이면서, 안 대표와의 연대에 적극적이었던 주호영 원내대표도 혁신 플랫폼에 대해선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민생정책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어떤 과정을 거치던 (범야권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늘 주장해왔다"면서도 "지금 시점에서 안 대표가 주장하는 그런 새로운 창당이라던지 혁신형 플랫폼이 가능한지 회의감을 갖고 있다. 방향이 같고 합쳐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구체적 방법은 좀 더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재보선이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103명의 국회의원을 가진 국민의힘이 3명의 의원을 보유한 국민의당과 동등한 입장에서 기존 정당의 틀을 깨고 신당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이번에 또다시 당을 만들면 다섯 번째로 신당을 창당하는 안 대표의 잦은 창당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과 상당해 효과를 장담할 수도 없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모두 뭘 해도 안 되는 상황에서 안 대표가 먼저 치고 나온 게 혁신 플랫폼 제안"이라며 "안 대표가 자신을 중심으로 야권을 재편해 서울시장 후보 선출에 관여하고 대선은 본인 뛰겠다는 자기중심적 셈법"이라고 말했다.

박 정치평론가는 이어 "안 대표는 선거 때마다 신당을 창당해 이번에 또 만들면 벌써 다섯 번째다. 이런 무책임한 정치, 구태 정치 답습을 국민의힘이 받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김 위원장 입장에선 밖에서 당을 흔드는 불쾌한언행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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