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시중은거' 강신업 변호사 "대통령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입력: 2020.11.08 00:00 / 수정: 2020.11.08 11:42
강신업 변호사(전 바른미래당 대변인)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을 하지 못한 것이 현재의 어려운 정치 상황을 초래해했다고 분석했다. /서초동=이새롬 기자
강신업 변호사(전 바른미래당 대변인)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을 하지 못한 것이 현재의 어려운 정치 상황을 초래해했다고 분석했다. /서초동=이새롬 기자

"文대통령, 조국 쳐냈으면 세종대왕처럼 됐을 것"

[더팩트ㅣ서초동=이철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개헌을 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만 2인자로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옛 바른미래당 인재영입 1호로 정계에 발을 들였던 강신업 변호사(56, 전 바른미래당 대변인·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의 목소리는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점점 격앙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 모든 정치 세력을 싸잡아 비판했다.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대통령제는 실패했다.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변호사는 정계에 입문했지만, 바른미래당이 공중분해 하며 실망감을 안은 채 여의도를 떠났다. 그의 말을 빌려 표현하면 '시중은거' 중이다.

강 변호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압축적으로 정치를 경험했다. 최근에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등을 바라보며 결국엔 정치가 문제라고 여러 방송에서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강 변호사는 대한변협 공보이사로 검찰개혁에 대해 누구보다 방향성을 잘 알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이란 하나의 목표를 두고 끝없는 갈등을 빚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 꼬인 정국을 정치권 밖에 있는 그는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강 변호사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 야당, 법무부, 법원, 검찰, 경찰 등 대부분 권력기관이 국민을 불행하게 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거침없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파벌 전체주의의 국가…文대통령, 레임덕 시작

그는 정부와 민주당 그리고 일명 문파(문재인 대통령 적극 지지층), 그중에서도 민주당에 대해서는 '적폐 정당' '사라져야 할 정당'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현재 상황을 미래 vs 과거, 자유민주주의 vs 파벌 전체주의, 민주 공화정 vs 문파 귀족국가 등으로 평가했다.

강 변호사는 "민주주의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어야 하는데 문파가 주인인 나라가 됐다"며 "일부 문파가 좌지우지하다 보니 민주당에는 당내 민주주의도 없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의 표명 등을 보면 단순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가르마를 못 타고 있는데 이미 레임덕의 시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국가가 천하위공(天下爲公, 천하가 한 집의 사사로운 소유물이 아니다)이어야 하지만, 천하위문(天下爲文)의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국가가 '천하위공'(天下爲公, 천하가 한 집의 사사로운 소유물이 아니다)이어야 하지만, '천하위문'(天下爲文)의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당에 밀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여당이 제동을 거는 것에는 "당은 선거용 정책을 밀어붙여야 하기 때문"이라며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의식한 탓으로 보았다.

강 변호사는 공화정도 무너졌다고 했다. 그는 "공공선의 실현, 공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데 신분 국가가 됐다.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도 없는 신분제 국가로 서민은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살아가라는 게 민주당과 현 정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연장선에서 최근 정부의 집회 자유를 제약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공동체 전체를 위해 할 수 있을 때가 아닌 이상 최소한으로 자유를 제약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자유에 대한 제한이 과하다고 본다. 본인들만 누리고 있다. 따라서 현재 자유는 파벌 자유주의다. 문파, 민주당만 자유를 누린다. 이거야말로 연성 파쇼국가이고 파벌 전체주의"라고 강 변호사는 주장했다.

국가가 '천하위공'(天下爲公, 천하가 한 집의 사사로운 소유물이 아니다)이어야 하지만, '천하위문'(天下爲文)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왜 현재를 천하위문으로 보고 있을까.

그는 "현재 대한민국은 문 대통령과 문파의 나라다. 문파의 득세, 공적인 걸 추구하는척하며 문파들이 권력과 이익을 나눠 먹는다"라며 "세상에 왜 인물이 없겠는가. 그런데 계속 회전문 인사만 하고 있다.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모든 게 바뀌었다"고 했다.

◆文대통령의 선의와 개혁, '조국' 사태로 방향 틀어져

강 변호사는 문 대통령이 다 잘못했다고만 보는 것인지 궁금했다. 대화 내내 문 대통령과 문파를 향해 날 선 비판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문 대통령은 무척 선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촛불민심으로 대통령이 됐다. 정권의 정당성도 분명히 있다"면서 "당시 시대정신은 문 대통령이었고, 그렇게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2기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창출, 서민이 잘사는 나라 등 문 대통령 선의에 국민은 호응했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적폐청산, 재벌적폐청산 등 국민은 문 대통령에게 권위주의 타파를 기대했다. 그런데 이런 선의가 조국 전 장관 사태를 시작으로 방향이 틀어졌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문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 사태에 냉정했어야 한다고 보았다. 질문에 답하는 강 변호사.
강 변호사는 문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 사태에 냉정했어야 한다고 보았다. 질문에 답하는 강 변호사.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면서 균열이 생겼다는 게 강 변호사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검찰이 적폐청산에 집중할 것으로 보았지만, 칼끝이 정권으로 향하면서 개혁이 멈췄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 문제가 나왔을 때 정리했어야 한다. 내치는 것이 불가했다면, 법대로 처리하라고만 했어도 문 대통령은 세종대왕과 같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다시 말하지만, 문 대통령은 선한 사람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옹립된 상황으로 힘이 없었고, 이런 이유로 개혁도 멈춘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의 적극 지지층인 문파의 역할은 무엇일까. 여전히 대통령의 지지율은 40%가 넘는다. 나쁘게만 볼 수 있을까. 강 변호사는 문파에 부정적이면서도, 현재 문 대통령을 버티게 하는 유일한 힘의 근원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것이다.

그는 "문 대통령은 힘이 없다. 그래서 문파가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게 문파"라며 "민주당 등 정치세력에게 조국은 분명 차기 대통령 후보였을 것이다. 물론, 문 대통령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기를 마쳐달라고 한 것만 보아도 정치 세력과 뜻이 같다고 볼 수 없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더 이상 쓸 카드 없어…秋 개각으로 사라질 것

강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윤 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으로 넘어갔다. 그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그리고 두 사람의 정치적 행보를 어떻게 예상하고 있을까.

그는 "윤 총장의 승리라고 본다. 추 장관은 쓸 카드를 다 썼다. 평검사들이 반기를 드는 것과 고위 검사가 반기를 드는 것은 다르다. 추 장관은 인사권, 수사지휘권, 감찰권 등 다 썼다. 하지만 나올 게 없어 보인다"면서 "만약 윤 총장에 대한 감찰에서 아무 것도 나오지 않으면, 추 장관의 지금까지 행동은 명분을 잃는 것은 물론, 검찰개혁이 아닌 검찰 장악이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을 놓고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에 대해 강 변호사는 추 장관은 이미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썼다. 윤 총장이 이겼다고 평가했다.
검찰개혁을 놓고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에 대해 강 변호사는 "추 장관은 이미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썼다. 윤 총장이 이겼다"고 평가했다.

추 장관이 정권의 보위를 위한 세력의 칼잡이라는 것이다. 검찰개혁, 공수처 등은 법률로서 가능하다는 게 강 변호사의 의견이다. 또, 이미 그렇게 된 상황이다. 사퇴 압박을 받으면서도 버티는 윤 총장의 향후 거취도 정치권의 관심사다. 그는 윤 총장의 향후 거취를 묻자 "쫓겨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윤 총장은 이미 정치를 시작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의 태도는 여당을 향해 '가만두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치권도 윤 총장이 지난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선후보 선호도에서도 이낙연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윤 총장의 이름이 올랐다. 야권의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된다.

강 변호사는 "윤 총장이 대통령은 아니더라도 메기 역할은 할 것 같다. 윤 총장이 퇴임 후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고 민주당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일부에서는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에 문 대통령의 가르마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가르마를 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윤 총장을 보면 누구의 편도 아닌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는 사회공정, 경제의 공정이 중요한 것 같다. 문 대통령이 바보가 아닌 이상 윤석열을 모르겠나. 문 대통령이 가르마를 안 타는걸 보면 대통령이 생각할 때 추 장관은 아닐 수 있다. 즉, 다음을 생각하는 정치세력과 문 대통령의 생각에 간극이 있다는 것이다. 추 장관은 개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물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문연대' 빅텐트로 미래세대에 정치개혁 물려줘야

윤 총장은 자의반 타의 반으로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 또,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은 바로 20대 대통령선거 체재로 전환된다. 그러나 현재 야권에선 윤 총장을 제외하고 대안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더욱이 야권의 지지율은 여전히 지지부진이다. 인물도 없다. 결국 민주당을 제외한 세력의 합종연횡, 즉 빅텐트가 다시 한번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로 시작했던 제3지대는 우리 정치권에서 다시 성공하기엔 무리가 있다. 문제는 새로운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강 변호사는 "현재의 난국을 헤쳐 나갈 새로운 유형의 지도가가 나와야 한다. 고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하는데, 그분은 국민과 눈 맞추고 대화하는 분이었다. DJ 같은 지도자여야 한다"며 "안철수도 홍준표 안 된다고 본다. 윤 총장은 어떤 당에 들어가기보다 시민후보 추대 형식으로 밖에서 활동하며 반문연대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윤 총장을 중심으로 반문연대 빅텐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민의힘으로 모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는 다만, 다음 정치세력은 정치개혁에 대한 분명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미래세대에게 개혁된 정치를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개헌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제도를 통한 정치와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 제도에 문제가 있는데 왜 사람만 나쁘게 보느냐며 앞으로의 정치세력은 제왕적대통령제를 개헌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고 다시 한번 대통령제를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제도를 통한 정치와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 제도에 문제가 있는데 왜 사람만 나쁘게 보느냐"며 앞으로의 정치세력은 제왕적대통령제를 개헌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고 다시 한번 대통령제를 비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 개헌을 했어야 한다. 이를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며 "처음 개헌안은 정치개혁이 아니었다. 차기 대선이 한참 남았고, 뚜렷한 다음 후보도 없었던 좋은 기회였는데 그걸 놓쳤다. 그때 왜 조국을 앞에 내세웠는지…"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 변호사는 "문 대통령이 내놓은 개헌안을 조국에게 설명하게 했다. 이로 인해 조국은 2인자가 됐다"면서 "당시 개헌에 정치개혁이 담겼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개헌 타이밍을 또 놓치고 말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고 다 인정한다. 대통령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문 대통령이 1987년 헌법에 손을 댔어야 한다. 이원집정부제나 4년 중임제로 개헌을 했다면 정치개혁과 함께 국민의 삶도 바뀌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해 국민만 정치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 4류 정치가 바뀌어야 나라가 산다"라며 개헌에 대한 아쉬움을 거듭 토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치개혁과 검찰개혁은 제도에 있는 것이지 사람에 맞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제도를 통한 정치와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 제도에 문제가 있는데 왜 사람만 나쁘게 보느냐"라며 "기소는 검찰이 수사는 수사청을 만들어하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형사사법체계 개혁은 분명 잘 못 가고 있다. 이념의 줄타기만 하게 만들고 있다. 정치의 일류화를 통해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는 미래세대에게 정치개혁을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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