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민주당 '정책 뒤집기' 후폭풍…'홍남기 유예'로 덮어질까
  • 문혜현 기자
  • 입력: 2020.11.05 05:00 / 수정: 2020.11.05 05:00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사퇴 해프닝으로 당정간 갈등은 일단락 됐지만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홍 부총리. /이새롬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사퇴 해프닝'으로 당정간 갈등은 일단락 됐지만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홍 부총리. /이새롬 기자

선거 앞두고 위태로운 당정청 관계?…야당 "정치쇼" 비판[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재산세·대주주 요건' 정책 뒤집기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계속된 정책 혼선으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로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받아들였다.

당정 갈등은 홍 부총리의 사퇴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관계 불안정성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간사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그야말로 엉성한 정치쇼"라고 힐난했다.

4일 열린 예결특위 회의에서 추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반려했는데도 사퇴를 고집한다면 그것은 하명이고, 반려를 수용하고 계속하겠다면 (공개적으로 사의표명한 것이)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예산심사 김을 다 빼버렸다. 그만두는 장관을 상대로 질문할 필요성이 저희는 없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홍 부총리는 "인사권자 뜻에 맞춰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 하겠다"며 "제가 정말 진심을 담아 사의표명을 했는데, 이것을 '정치쇼'라고 이야기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과 관련해 여러 논의가 있었고 최종적으로 현행 유지됐다. 그동안 제가 쭉 주장해왔던 것과 다르게 스스로 말하게 된 것"이라며 "두세달 논란에 대해 누군가는 진정성을 담아 책임있게 반응해야하지 않나 해서 물러날 뜻을 전한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차 설명했다.

민주당은 홍 부총리의 공개 사의 표명을 정치적 행동이라고 비판했지만 문 대통령의 반려 이후 흔들림 없이 나가야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월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 /이새롬 기자
민주당은 홍 부총리의 공개 사의 표명을 '정치적 행동'이라고 비판했지만 문 대통령의 반려 이후 "흔들림 없이 나가야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월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 /이새롬 기자

앞서 지난 3일 홍 부총리는 여당 의원에게도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비판을 들어야했다. 기재위 회의에서 홍 부총리가 책임을 언급하며 사의를 표명하자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정치적 행보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반려 소식이 알려지자 공식 입장을 통해 홍 부총리를 감쌌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홍 부총리의 책임의식의 발로로 이해한다"며 "경제회복을 앞두고 총력을 기울여야 될 시기에 경제수장으로서 흔들림 없이 나가야 될 것이다. 앞으로 민주당은 홍 부총리와 함께 경제회복과 K-뉴딜의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당헌 뒤집기'에 이어 '정책 뒤집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때마다 묵인 혹은 반려로 이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일 민주당의 서울·부산 시장 후보 공천을 못박은 전당원 투표는 73%가량 무투표로 유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은 당정청의 불협화음을 지적하며 공세 수위를 한껏 높였다. 황규환 부대변인은 4일 논평에서 "문 정권의 아집이 계속되는 한 제2, 제3의 홍 부총리는 계속 나올 것이다"라고 힐난했다.

황 부대변인은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무작정 사표를 내던졌다가 하루 만에 말을 바꾼 홍 부총리의 행동은 경제수장으로서 무책임한 것"이라면서도 "무엇보다 홍 부총리의 사의표명 이유가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 '당청과의 이견'이라는 것은 곱씹어 볼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실상 4년마다 바뀌는 정권의 아집이 전문가·관료 그룹의 전문성과 소신, 정책을 지배하려 할 때의 폐해에 다름없는 것"이라며 "홍 부총리는 재정준칙 도입, 재난지원금 지급, 2차 추경 증액 등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피력했지만 그때마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를 힘으로 억눌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옳고 그름의 여부를 떠나 전문가와 관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는커녕, 정권이 미리 정해 놓은 답에 다른 목소리를 내면 윽박지르고 무시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장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당정 갈등이 재현될 경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6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당장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당정 갈등이 재현될 경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6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이에 향후 당정청 갈등이 다시 표출될 경우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당정 회의가 전시 효과로 이뤄졌고, 실질적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없었다는 결과 같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선거가 다가오면 정부와 당의 이견이 많다. 당은 선거 때 민심이 중요하고, 정부는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조율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홍 부총리 사의 표명은) 어떻게 보면 일개 해프닝이 아닐 수 있다"며 "민주당과 문 정부가 정책적 측면에서 따로 놀면 문제가 많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게 집권당의 프리미엄, 안정성이다. 안정성은 당정 조율이 잘 된다는 게 기본 전제인데, 그렇지 못한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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