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과 정치 동향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 이날 박지원 국정원장이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균 1차장, 박 원장, 박정현 2차장. /뉴시스 |
"김정은 '대원수급', 김여정도 직책 올라갈 것 예상"
[더팩트|내곡동=문혜현 기자] "우리 국민 피격사건 관련해 시신 수색 정황이 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시에 따라 사건 경위를 조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월북 문제나 시신 소각 문제는 (국정원 입장이) 국방부 입장과 동일하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3일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감사 후 브리핑에서 우리 측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태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하 의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추가 수색 지시는 '사과 통지문' 발표 이후 추가로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번 사건 이후로 북한 언론 노출이 잦아지면서 북한 통신망 이용량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는 국정원에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박지원 국정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진행된 국감에서 국정원은 이날 김 위원장의 신변 관련 정보, 통치방식 변화, 군의 세대교체와 8차 당대회 준비 등 동향과 김여정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근황 등을 보고했다. 또 코로나19로 국경을 폐쇄한 북한의 상황도 전해졌다.
◆ '발 물혹' 치료한 김정은…매년 6~7kg 체중 증가로 '140kg'
국정원은 이날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상세히 보고했다. 하 의원은 "종합적으로 말하면 (김 위원장이) 살은 좀 쪘지만 건강에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2014년 족근관증후군으로 발에 물혹이 있어 지팡이를 짚는 등 잘 걷지 못했는데 고쳤다. 정상보행이 가능하다"며 "살은 쪘지만 젊은 나이라 비만이 건강의 큰 문제는 아니다. 체중은 2014년 90kg에서 매년 6kg 증가해 현재 140kg대다. 작년엔 130kg대였다. 8년간 평균 6~7kg 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 의원은 "김 위원장의 통치방식이 현장지도 중심에서 '정책지도 중심'으로 바뀌었다"며 "과거엔 현장에 방문해서 공장·농촌 등 활동하다 최근엔 노동당 회의에 집중한다"고 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올해만 17차례 직접 당 정책회의를 주재했다. 이는 지난 8년간 했던 당 회의가 3회인데 비해 6배 증가한 수치다.
하 의원은 이날 "(현장지도는) 핵심 측근이 관장한다"며 "김여정 후보위원은 여전히 외교안보 뿐 아니라 당을 총괄하며 행사 및 국정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2개월 동안 김 위원장 수행을 중단했지만, 그때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방역·수해 등 별도로 관장했다"고도 했다.
특히 김 후보위원에 대해 "내년 1월 8차 당대회때 당 직책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김 위원장도 좀 더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지금 원수인데, 대원수급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통치 방식 변화·군 세대교체 등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 국감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 '군 세대교체' 시도…열병식서 '통신교란용 장비' 등장
여당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북한 조직개편 및 고위급 인사 교체 소식을 전했다. 김 의원은 "북한이 인민무력성이란 명칭을 '국방성'으로 바꿨다. 군사력을 방어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국제 통용명칭을 사용해 정상국가 위치를 부각하기 위한 조치로 판단된다"고 했다.
또 70대 전략군사령관을 50대로 교체한 내용을 밝히고 "지휘관 중 40%인 24명을 교체해 군 세대교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군작전통인 이영길 전 총참모장을 사회안전 일각으로 보내 사회 통제 강화가 예상되고, 전광호 경제부장은 당 참관 행사에 불참해 신변 이상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최선희 부상의 공개활동은 없지만, 미국 대선 결과 분석 및 대선 후 대미 정책수립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날 국정원 국감에선 지난번 북한 열병식에서 최초로 공개된 내역에 대한 보고도 이어졌다. 하 의원은 "신형 ICBM의 길이 및 직경이 증대됐고, 공개된 탄도미사일이 9종 76대로 사상 최대였다. 재래식 무기도 새로 공개된 것을 포함해 15종 149대였다"며 "사상 처음으로 전자전·화학전 무대가 공개됐다. 전자전은 전화조란 작전부대로 호칭됐는데, 특이한 건 통신교란용으로 추정되는 개인장비를 매고 있다.화학전 부대도 생화학탐지세트로 추정되는 소형 가방을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병식에선 김 위원장의 호위부대가 처음으로 전격 공개됐다. 하 의원은 "김 위원장 호위부대가 (열병식날) 총동원 됐는데, 호위부대 4개 부대가 이번에 동원돼 당 중앙위원회 보위처, 국무위원회, 호위국, 호위사령부 부대가 지휘관 얼굴을 포함해 처음으로 동시에 공개됐다. 소개될 때 명칭은 '김정은 결사보위부대'란 명칭으로 소개됐다"고 했다.
김 의원은 내년 1월 예정된 북한 8차 당 대회와 관련해 "최대 정치 이벤트로 준비하면서 민심을 수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내외 공공국면을 타개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하고 있으며, 당 대회를 통해 충성맹세 의식을 하려는 것 아닌가 판단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이 열병식 당시 동원된 장비를 평양에 잔류시키고 군단별 훈련에 다시 돌입한 정확이 포착된다고 한다. 내년 8차 당 대회에서 열병식을 다시 열어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정원은 8차 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 위상을 강화하려는 권력구조 개편과 새로운 대내외 노선을 정리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기에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최우선 과제로 하면서 관리에 실패한 관료를 군법으로 다스리는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이날 국정감사에서 김상균 1차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 북한 '코로나19' 공포 상상이상…"관리 태만 관료 사형도"
북한은 최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경을 폐쇄하는 등 최고 수준의 방역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하 의원은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강조하면서 비상방역법에 코로나19 태만죄를 심사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관료에 대해 무기징역, 사형선고까지 가능하게 한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은) 당 관리자를 파견해 방역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코로나19 관리 위반은 민간법이 아니라 군법에 따라 처벌한다"며 "국경을 봉쇄하고 북중 접경지역에 지뢰를 매설하기도 한다. 방역을 이유로 북한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환자를 열차로 이송하면서 철로용 수레를 이용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수해와 관련 "함경남도 지역 여의도 면적 10배에 달하는 곳이 침수 피해를 입어 납과 아연 생산량이 30%로 줄었다. 평년 대비 20만 톤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남측 물자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 8월 중순 남측 물자를 북한으로 반입한 세관들이 대규모 처벌을 받았다"고 했다.
하 의원은 북한이 코로나19를 두려워하는 이유에 대해 "당 정치부 회의 문건에 '(코로나19) 유입시 큰 재앙이 온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2월 27일 당 회의 문건에 '30만이 죽을지 50만이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북한엔 코로나 대응 수단이 0(영)이다. 이런 문구가 있었다. 물질적·기술적 수단이 0과 같다.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해 트라우마 같은 게 있고, 그래서 외부물자도 아예 안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와 관련해 우리 정부와 북한이 공식 협력하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 의원은 관련 질문에 "정부가 하는 건 없고 민간단체가 조금 지원하는 게 있다"고 답했다.
한편 김 후보위원과 최 부상에 대해 김 의원은 "김 후보위원 후계자 관련해 준비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했고 '김여정·최선희'라인은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은 미국 대선 이후 대북정책 변화 전망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공수사권 이전을 둘러싼 여야 설전도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