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北 김정은, 일본에 대한 태도 변화…북일관계 지각변동?
입력: 2020.11.03 05:00 / 수정: 2020.11.03 05: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 일본 국민과의 우호 활동을 벌이라고 주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이 정무국 확대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조선중앙TV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 일본 국민과의 우호 활동을 벌이라고 주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이 정무국 확대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조선중앙TV 갈무리

"미국 대선 이후 북일관계 개선 여지"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 일본 국민과 우호 활동을 벌이라고 주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취임한 직후인 데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특수한 시점이기 때문에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조총련의 '총련분회대표자대회' 참가자들을 격려하는 축하문을 보내면서 "일본 인민들과의 우호친선 활동을 능동적으로 벌여 재일 동포사회의 존립과 발전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을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한 "동포 자녀들을 총련의 바통, 애국 애족의 계주봉을 이어나갈 역군으로 키우기 위한 사업에 시간과 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면서 "재일 동포사회를 위해 우리 동포들의 더 좋은 생활, 더 밝은 미래를 위하여 아낌없는 지원과 정성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김 위원장 메시지가 이례적이라면서도 미국 대선 이후 북일관계 개선에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 중국 한국전쟁 참전 70주년 등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서를 교환하면서 중국 인민들에게 연일 감사를 표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인민군의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인민군 전사자묘를 참배하는 모습. /조선중앙TV 갈무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 중국 한국전쟁 참전 70주년 등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서를 교환하면서 중국 인민들에게 연일 감사를 표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인민군의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인민군 전사자묘를 참배하는 모습. /조선중앙TV 갈무리

◆북미 협상 위해 남한·중국 여론 관리

북한이 주변국 국민에 관심을 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 중국 한국전쟁 참전 70주년 등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서를 교환하면서 중국 인민들에게 연일 감사를 표했다.

이는 대북제재, 코로나19, 수해 삼중고 속에서 북중 우호 행보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또, 북한으로선 중국과 우호관계를 강화할 경우 차기 미국 정부와 비핵화 협상에 나설 때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들어 남한 국민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공무원이 지난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격당한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이례적으로 사과했다. 아울러 지난달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육성 연설에선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서는 남북관계 상황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됐을 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 대선 이후 새 판을 짜게 될 북미 비핵화 협상을 위해선 남한 협조가 필수적인데, 민주주의 국가인 남한에서 여론이 변하면 정책기조도 북한에 불리하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이에 화답하듯 2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납북자 문제와 관련 김 위원장과 무조건 만나 해결하고 싶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스가 총리가 일본 국회 본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이에 화답하듯 2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납북자 문제와 관련 "김 위원장과 무조건 만나 해결하고 싶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스가 총리가 일본 국회 본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日 비판하던 북한, 태도 바꾼 이유는?

다만 일본에 대한 우호 메시지는 그동안 북한이 일본에게 보여준 태도와는 다른 분위기란 평가가 나온다. 앞서 북한 매체들은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온 바 있다. 특히 대외선전 매체는 욕설을 섞어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를 내기도 한다. 최근까지도 대외선전 매체에선 아베 총리 사임을 두고 '치매' 때문이라는 등 강도높은 비판이 나왔지만, 김 위원장의 우호친선 발언으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이후 국면에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스가 신임 총리 취임 이후 북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일본 전문가의 분석도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 발언 배경에 대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일본의 전략적 태도도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베 정부는 북미 대화를 훼방하거나 대북 강경노선을 자신의 군사적 입지를 위해 활용해온 바 있다"면서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한·미·일 간 동맹강화를 재건하면서 북한과 관계를 개선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북한은) 일본과 관계를 활성시키는 분위기 만들려고 할 것"이라면서 "그런 상황에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스가 총리가 취임한 이후 아베 전 총리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대북외교를 진행하려고 한다"면서 "최근 다키자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방한해 이도훈 한반도 교섭본부장을 만났던 것도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김 위원장의 언급은 일본에 여지를 남겨두는 신호"라며 "북일정상회담이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또,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협상 시작까지 7~8개월이란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북한으로선 일본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이에 화답하듯 2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납북자 문제와 관련 "김 위원장과 무조건 만나 해결하고 싶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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