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의원·보좌관, 국감 끝나면 뭐해?…"방학 없이 다시 예산·입법의 시간"
입력: 2020.11.02 05:01 / 수정: 2020.11.02 05:01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20일 간의 치열한 일정을 보낸 국회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난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차별금지법 제안설명을 하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 /이새롬 기자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20일 간의 치열한 일정을 보낸 국회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난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차별금지법 제안설명을 하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 /이새롬 기자

'7분의 예술' 실현했나…아쉬움·보람 교차한 21대 첫 국감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지난 26일을 기점으로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운영위원회·정보위원회 등 일부 경임 상임위 일정을 제외한 국감 일정이 종료된 가운데 국회는 한숨을 돌리며 다음 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국감은 코로나19 여파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피감기관 소속 직원들은 물론 보좌진·취재진 모두 국감장 출입에 제한이 있었고, 모든 배석자는 마스크를 쓰고 투명 칸막이 안에서 질의응답에 나서야 했다.

그럼에도 이번 국감 역시 다양한 의제로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택배 노동자 과로사·산업재해 문제 등 사회 각 분야 현안으로 국회는 질타와 공방, 실랑이를 이어갔다.

300명의 국회의원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 이어졌다. 이른바 '국감 라이징 스타'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로 예리한 지적과 소신있는 발언으로 눈길을 끄는 이들이 있었다. 특히 국회 절반 이상을 차지해 주목받았던 초선의원 중 몇몇은 멋진 활약을 선보이기도 했다. <더팩트>는 이들에게 "국감 끝나고 뭐해?"란 질문으로 이번 국감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을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 19일 정무위 국감에서 질의하는 윤 의원. /이새롬 기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을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 19일 정무위 국감에서 질의하는 윤 의원. /이새롬 기자

◆의원들의 국감 후…"쉴 시간 없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초선, 비례대표)은 국정감사를 '7분의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여러 가지로 더 잘하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남지만 저희 정의당은 국감을 진행하면서 '위기극복 상황실'이란 이름을 걸고 시작했다. 저 같은 경우 기후위기·청년·여성·사회적 약자 문제를 기재위 안에서 제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다른 무엇보다도 보람있는 부분은 최대한 가치있는 질의를 하면서도 현실에서 곧바로 반영될 수 있는 내용을 질의하려고 노력했고, 실제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장애 당사자들의 국세청 홈택스 이용,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의 성별(가구주-배우자) 차별, 한국은행 성비 불균형 등을 예로 들었다. 장 의원의 지적 후 피감기관들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답변을 한 뒤 진척사항을 보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국정감사라고 하는 게 저에겐 '7분의 예술', '5분의 예술'이란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며 "중요한 아이템을 터뜨리는 것도 있겠지만, 제 개인적으로 정치인이 되기 전에 '이게 문제였다'고 생각한 가치를 그 자리에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변화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게 된 계기"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바로 예산국면이다. 정부 예산이 국회로 넘어온 시점에서 아주 큰 변화를 이뤄낼 순 없지만, 마지막까지 예산 측면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제대로 보완할 수 있는 투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 저에겐 다시 차별금지법의 시간"이라며 "민주당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미온적이다. 이상민 의원이 평등법 발의를 준비하신다고 하셨지만 발의도 안 됐다"고 토로했다. 장 의원은 또 "탈시설법도 올해 안에 상정될 예정이다. 그 부분(차별금지법·탈시설법)은 저의 정치적인 소명하고도 가장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감 후 '휴식 계획'에 대해 "못쉴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장 의원은 "하루라도 동생과 함께 가까운 곳에 다녀오고 싶은데, (일정을) 봐야할 것 같다. 국회 앞에 잔디밭이 예뻐져서 좋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을 강하게 질타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이 끝났다고 해서 방학은 아니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윤 의원은 이번 국감에 대해 "첫 국감이었고,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이 있어서 금융 쪽에 집중한 편"이라며 "신청했던 증인이 나오지 않아 거대 여당, 소수 야당의 한계를 많이 겪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금감원 국감에 대해 "(금감원이) 힘을 많이 가지고 있는 조직인데, 그 힘을 나쁜 사람들을 걸러내는 데 쓰지 못하고 제대로 배분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번 사건도 막을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많음에도 그런 부분이 이뤄지지 않은 흔적이 다수 보여 아쉬운 마음에 질타를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예를 들면 한국거래소 같은 경우 옵티머스 투자회사에 대한 상장폐지를 심사한 적이 있는데, 심사할 때 이상한 돈의 흐름을 발견했었다. 거래소와 유기적인 정보교류가 있었다고 해도 이상한 자금 흐름이 포착됐었다. 그게 금감원과 교류만 됐었어도 이런 수준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고 예방됐을 것"이라며 "기관들간 정보교류도 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부분도 부족해서 아쉬운 면이 많다. 그렇다보니 자꾸 언성이 올라가고, 정보보고가 잘 되는지도 확인하느라 지적할 게 많았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국감 후 계획과 관련해 "주말에 지방 등에 다녀올까 생각 중"이라며 "의원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면서 휴식 겸 충전 겸 복합적인 생각을 하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외교부의 성 비위와 기강해이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지난 7일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이 의원. /남윤호 기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외교부의 성 비위와 기강해이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지난 7일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이 의원. /남윤호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외교부 대사관의 성 비위·기강해이 문제를 비판해 이목을 끌었다. 이 의원은 "아직도 외교부의 잘못된 엘리트 주의와 그에 따른 갑질, 책임의식과 도덕성 결여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게 드러났다"며 "제가 4년 전에도 외통위에서 일했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번 국감도 여당이 증인 신청을 막아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데 실패했다"며 "명백한 국감 방해활동이라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번 국감은) 개운하다기보다 뭔가 묵직한, 해결되지 않은 불편함이 있다"며 "우리 외교관들은 공무원 중 엘리트다. 그런 사람들의 품성과 언행이 이것밖에 안 되나 싶다. 그래서 제가 '천박한 선민의식'이라고 했다. 장관의 리더십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국감 후 계획'은 야권 재편과 내년 재보궐 선거 준비다. 그는 "문재인 정권은 여러 가지 실정에도 불구하고 야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40% 콘크리트 지지율이 있다고 할 게 아니라, 나머지 세력들은 왜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에 대해 혁신과 방향의 담론을 제대로 끌고 가야 한다"며 "야권 입장에선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내후년 대선의 전초전이다. 이것을 잘 치를 수 있을것인지가 야권 전체의 과제다. 이 부분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쉬는 시간 이 의원의 휴식 방법은 '독서'다. 그는 "저는 못 읽었던 책을 읽을 것"이라며 "이쪽 생활을 하다 보면 정독은 하지 못한다. 꼭 읽어야 할 책들은 훑어 본다. 거기서 내가 꼭 필요한 부분을 끄집어내서 정독한다. 워낙 세상이 빠르게 변하니까, 우리가 어서 접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다. 그렇게 읽다 보면 시간이 잘 간다"며 웃었다.

21대 첫 국감을 끝낸 보좌진들의 소감은 저마다 다양했다. 코로나19로 전혀 다른 국감을 경험한 이들은 장단점을 꼽았다. /배정한 기자
21대 첫 국감을 끝낸 보좌진들의 소감은 저마다 다양했다. 코로나19로 전혀 다른 국감을 경험한 이들은 장단점을 꼽았다. /배정한 기자

◆보좌진들의 국감 후…"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평일·주말할 것 없이 밤낮으로 국회 의원회관의 불빛을 밝힌 보좌진들은 "드디어 국감이 끝났다"면서도 "끝난 게 끝난 게 아닌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부분 보좌진들은 국감 뒤 바로 이어지는 예산 정국에서 준비할 것들을 생각하고,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한 여당 보좌진 A 씨는 "21대 첫 국감이기도 하고 타 상임위에서 다른 상임위로 옮겨 처음 일하면서 걱정했던 부분이 많았다.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면서도 한켠으론 내년 국감 때 뭘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A 씨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연말 연초엔 의정보고서를 만든다. 한해 동안 지역에서 의정활동했던 내용을 정리하고, 지역 개선사항에 대한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 지역 현안을 찾거나 상임위 관련 현안을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 보좌진 B 씨는 "7번째 국감은 코로나19 덕분에(?) 수월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국감장 인원 제한, 현장국감 없이 국회에서 진행했던 것, 기관 배석 직원 최소화가 오히려 더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뒤에 수십 명의 간부들을 둔 피감기관장이 (국감 내용에 대해) 공부해오지 않고 등을 보이는 모습도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부분이 최소화됐다"고 말했다.

여당 보좌진 C 씨는 반대로 "코로나19로 현장의 긴장감, 박진감이 떨어진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 국회에 왔을 때 한달 넘게 쉬는 날 없이 출근했던 게 어제 같은데 이제 좀 적응이 된 것 같다"며 바빴던 날을 회상했다.

대부분 보좌진이 '쉬는 시간에 하고 싶은 것'은 숙면 등 휴식이었다. A 씨는 "그동안 정말 수면부족이었다. 숙면을 먼저 취하고 싶다"며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

B 씨는 "'트렌드코리아 2021을 비롯한 내년 준비를 위한 겨울잠(독서)에 들어갈 것"이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C 씨는 "미뤄둔 운동을 하고 싶다"면서도 "규칙적인 삶과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소박한 희망이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국회에 있는 이상 어렵다"며 웃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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