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청와대에 두 번 무시 당한 주호영 '부글부글'
입력: 2020.10.31 00:01 / 수정: 2020.10.31 00:0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앞두고 진행된 사전 환담에 참석하려다 청와대 경호처 직원에게 몸수색을 당한 것과 관련해 경호처 관계자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앞두고 진행된 사전 환담에 참석하려다 청와대 경호처 직원에게 몸수색을 당한 것과 관련해 경호처 관계자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文 답변서' 두고 주호영-최재성-민주당 '동상삼몽'

[더팩트ㅣ정리=박재우 기자]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지난 26일 대부분 마무리됐습니다. 운영위원회·정보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등 겸임 상임위를 제외한 상임위의 국감이 끝난 것입니다. 무기력한 야당과 여당의 철통 방어에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보좌진과 취재진에게 수고의 의미로 간식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29일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를 배출하는 작업에 착수한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맡았던 2015년 만든 당헌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되면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된 것을 바꾸기로 한 것입니다. 민주당의 내로남불 행태 반복에 야당에선 거센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을 찾았습니다. 보통 문 대통령이 국회를 찾으면 여당 출신 보좌진들의 팬심으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는데요.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문 대통령의 '과잉 경호' 논란으로 국회가 시끄러웠습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과의 사전 환담장에 입장하려다 청와대 경호처 직원에게 '몸수색'을 당하고 그냥 돌아갔습니다. 이에 앞서 주 원내대표는 지난 7월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야당과 국민이 묻고 싶은 10가지 공개질문에 대한 답도 듣지 못하고 '무시'를 당했습니다. 먼저 과잉 경호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文 무응답'에 '몸수색'까지…주호영, 잇단 '굴욕'

-문 대통령이 지난 28일 국회를 방문했습니다. 지난 7월 제21대 국회 개원 연설 이후 약 3개월 만에 방문한 건데요, 556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을 위한 방문이었습니다. 이 시정연설은 매년 진행되는 절차로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서 예산 편성의 큰 틀을 국회에 밝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했을 때 청와대 경호처의 과잉 경호가 도마 위에 올랐죠?

-네, 주 원내대표가 사전 환담장에 입장하려다 경호처 직원으로부터 신체 수색을 받은 게 논란이 됐습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는 철통 경호가 상식입니다. 다만 관례상 정당 원내대표 검색 절차는 생략됐는데, 경호처가 이를 깬 것입니다.

-야당의 거센 항의로 논란이 커지 경호처는 "정당 원내대표는 검색 면제 대상이 아니다"라며 "경호업무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유연상 경호처장은 현장 경호 검색요원이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유감을 표했습니다. 이후 주 원내대표가 유 처장의 사과를 받아들임으로써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입니다.

-권총을 휴대한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본회의장에 배치된 것도 논란이 됐죠?

-그렇습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30일 권총을 소지한 경호처 직원이 본회의장에 다수 배치된 것을 파악했다며 이를 문제 삼았습니다. 야당으로서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억압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는 철저히 통제됩니다. 비표를 받아야 출입할 수 있고 사전 검색도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야당으로서는 사실상 안전지역인 국회 본회의장에서 굳이 무장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생각은 다릅니다. 법률에 따라 경호처는 경호행사장에서 어떠한 위협에도 대처하기 위해 무기를 휴대하고 임무를 수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에 하나 비상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때문이죠. 청와대 측의 해명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권총을 휴대한 경호처 직원이 본회의장에 배치된 것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일 것 같습니다.

-지난 7월 문 대통령을 향한 '신발 투척'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보수성향 한 시민이 국회에서 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진 사건이죠. 이로 인해 경호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당시 경호책임자인 경호부장이 전보 조치됐습니다. 아마도 이런 일이 있었기에 과잉 경호가 이뤄지지 않았겠느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의원실을 방문해 면담을 마친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 본관 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주호영 원내대표 10대 질의 답변서를 들고 있다. 최 수석은 이 문건을 주 원내대표 면담 자리에는 갖고 가지 않았다가 민주당 사무실 근처에서 사진기자에게 공개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6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의원실을 방문해 면담을 마친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 본관 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주호영 원내대표 10대 질의 답변서'를 들고 있다. 최 수석은 이 문건을 주 원내대표 면담 자리에는 갖고 가지 않았다가 민주당 사무실 근처에서 사진기자에게 공개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주호영-최재성-민주당, '대통령 답변서' 미전달 네 탓 공방

-지난 26일 주 원내대표와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의 국회 회동엔 묘한 일이 있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7월 당시 강기정 정무수석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10가지 공개질문'을 전달했는데요, 후임인 최 수석이 이 질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을 전달하기 위해 주 원내대표를 찾아온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고, 민주당까지 가세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네, 이번 회동에 최 수석은 어찌 된 일인지 '빈 손'으로 주 원내대표의 의원실을 찾았습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대단히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답변을 전달하겠다고 한거 아닌가요? 왜 빈 손으로 간 거죠?

-양쪽, 여기에 민주당까지 가세해 삼자의 말이 다릅니다(웃음). 먼저 최 수석은 주 원내대표와 만나 자리에서 "(10가지 질문은) 서면으로 답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답변서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주 원내대표가 무시당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은 출입기자들에게 공지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실관계를 바로 잡고자 공유한다"며 "원래 비공개로 답변서를 전달할 예정이었는데 주 원내대표가 일방적으로 공개로 전환해서 답변서를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답변서는 민주당 풀단에서 촬영했다"고 다른 말을 했습니다.

-최 수석과 민주당의 말이 조금 다르네요. 공개질문을 공개된 자리여서 답변을 전달 못 한다는 것도 이상하고요. 그런데 주 원내대표 측은 '빈 손이었다'고 했는데, 갑자기 답변서 사진은 어디서 나타난 건가요?

-그게 국회 본관 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입니다(웃음). 논란이 된 후 최 수석이 가져가지 않았던 '주호영 원내대표 10대 질의·답변'이라고 인쇄된 종이를 취재기자들에게 촬영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주 원내대표 앞에선 안 가져왔다는 뉘앙스로 말한 뒤 나중에 기자들에게 답변서를 가져왔지만, 공개된 자리여서 전달 못 했다고 한 겁니다.

-국민의힘 반응은 어땠나요?

-'황당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너무 황당하다. 만남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어떤 말을 뒤집어쓸지 모를 뻔했다"며 "최 수석의 배달사고(?)인가"라고 말했습니다.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한 유명 트로트 가수의 히트곡을 인용해 "대통령 답신, 네가 왜 거기서 나오냐"라며 "문 대통령의 답변을 전달하겠다고 방문 요청을 한 뒤 빈 손으로 와서 답변서는 다른 곳에서 언론에 노출했다. 공개질의 답을 왜 비공개로 전달하려 했는지, 언론 사진 속에 표지만 공개된 답신 종이 뭉치가 다급히 출력한 표지뿐인 문서인지조차 알 수 없는 의아한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취재진과 보좌진에게 간식을 전달했다. 간식은 초코파이와 마들렌이었다. /독자 제공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취재진과 보좌진에게 간식을 전달했다. 간식은 초코파이와 마들렌이었다. /독자 제공

◆ 국감 마감 알리는 이낙연 '간식 선물'

-훈훈(?)한 소식도 있습니다. 사실상의 국감이 종료된 날인 27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국회 취재진과 보좌진에게 간식을 전달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대표는 '국정감사 기간동안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손글씨 스티커가 붙은 간식을 돌렸습니다. 취재진에게는 전북 전주 풍년제과에서 판매하는 초코파이를, 보좌진에겐 대전 성심당 부추빵·튀김소보루빵·마들렌을 전했습니다. 두 곳 모두 대전과 전주의 유명한 제과점입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초코파이를 선물했는데요. 각당 대표·원내대표들의 연이은 선물을 받은 보좌진과 취재진은 이를 개봉하고 다과 시간을 가졌다는 후문입니다(웃음).

-두 대표가 비슷한 간식을 보내는 바람에 '맛 비교 평가'가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한 여당 보좌진은 "저는 단 걸 좋아해서 김 원내대표가 준 초코파이가 더 맘에 들었다. 물론 성심당 마들렌도 정말 맛있었다"고 했습니다. 취재진들 사이에선 이 대표의 초코파이가 더 인기를 끌었는데요, 소분돼 나누기 편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의 선물로 국감 기간이 마침내 모두 끝났다는 게 느껴집니다. 이제 겸임 상임위 국감만 다음 주에 예정돼 있습니다. 국정원 국감에선 박지원 국정원장이 어떤 말을 꺼낼지, 운영위에선 여야가 충돌하는 현안이 많아서 원만한 국감을 치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민주당 SNS에 공개된 이낙연 대표 아이돌 얼굴 보정 사진. 이 대표는 소통을 위해 얼굴 변형 어플을 사용했다. /민주당 제공
민주당 SNS에 공개된 이낙연 대표 아이돌 얼굴 보정 사진. 이 대표는 소통을 위해 얼굴 변형 어플을 사용했다. /민주당 제공

◆이낙연, '꽃미남 아이돌' 변신? "소통은 인정"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아이돌' 얼굴 보정 사진이 화제인데요. 이 대표 젊은 시절 모습인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웃음). 지난 28일 이낙연 대표가 민주당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당원·지지자들과 생방송을 진행했는데요. 그 일정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SNS에서 유행하는 얼굴 변형 어플 페이스앱(FaceApp)을 사용해 이 대표 얼굴을 '아이돌'처럼 꾸민 겁니다. 얼굴뿐만 아니라 이 대표를 '여니'라고 칭하면서 "소통형 아이돌로 변신?"이라고 소개하기까지 했네요(웃음).

-지지자들이나 취재 기자들 반응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일단 민주당 출입기자들은 직업 정신을 발휘했습니다. 이 대표의 젊은 시절 사진을 찾아 '아이돌 이낙연'과 비교해본 건데요. 차이가 난다는 의미에서 "이 정도면 가짜뉴스 아니냐", "민주당 가짜뉴스TF가 나서야 할 때"라는 등의 드립(웃기기 위해 즉흥적으로 하는 말)이 쏟아졌습니다. 다만 그동안 '호랑이 선생님', '엄중 이낙연'으로 불렸던 이 대표가 '친근함', '소통형'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했습니다.

-이 대표의 청년 세대와의 소통 의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유튜브에 출연해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성격 유형 MBTI 검사를 받았습니다. 'MBTI가 무엇인지 알았냐'는 물음에 "몰랐다.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뭔가 생각도 했다"고 답변하는 등 '아재개그'로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이 대표는 자신의 MBTI가 '사교적 외교관'형인 ESFJ라는 결과를 받고 "제가 지금까지 일하면서 재밌다고 생각한 건 외국 지도자와 만났을 때였다"고 부연했습니다.

-어쨌든 이 대표가 청년층을 공략에 나선 건 우연이 아닐 텐데요?

-그렇습니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에 차기 대권주자 선두 자리를 내줬는데요. 이 대표로선 '청년층'이 지지 취약계층입니다. 7월 한국갤럽에 따르면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청년층(만18세~29세) 선호도는 8%대로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지사 대법원 판결이 사실상 무죄 결론난 뒤인 8월에는 9%로 이 지사(17%)보다 한참 못미쳤습니다. 9월과 10월에도 각각 16%과 10%로, 17%와 15%인 이 지사보다 청년 지지도가 낮은 편입니다. 이 대표의 청년층을 향한 구애 작전에 먹힐지 앞으로 주목해봐야겠네요.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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