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실에서 개최됐던 사전 환담에서 "좋은 인재를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왼쪽부터) 김명수 대법원장, 문 대통령, 박병석 국회의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청와대 제공 |
"청문회 기피 현상 실제로 있다"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본인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실에서 개최됐던 사전 환담에서 "인사청문회도 가급적 본인을 검증하는 과정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밝혔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브리핑을 열고 전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전날 비공개 환담에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세계무역기구(WTO) 결선 라운드 진출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 "승패에 상관없이 이번에 대통령께서 후보 연좌제를 깼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 남편이 정태옥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임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부부는 각각의 인격체 아닌가"라며 "각자 독립적으로 자유로운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 시 남편 또는 부인이 누구인지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강 대변인은 "실제로 문 대통령은 남편 또는 부인이 누구인지 개의치 않고 인사를 해왔다"라며 "2017년 지명한 민유숙 대법관 같은 경우도 남편이 당시 야당 소속이었다"고 말했다. 민 대법관 남편은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인사청문회도 가급적 본인을 검증하는 과정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화제가 인사청문회에 이르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국회에서도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과 자질 검증은 공개로 하는 방향으로 청문회 제도를 고치려고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국회에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까지 발의된 상태지만, 논의에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그 부분은 반드시 개선됐으면 좋겠다"라며 "우리 정부는 종전대로 하더라도 다음 정부는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인사청문회 풍토 문화에서 다음 정부는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이다.
문 대통령은 "좋은 인재를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 청문회 기피 현상이 실제로 있다. 본인이 뜻이 있어도 가족이 반대해서 좋은 분들을 모시지 못한 경우도 있다"라면서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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