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내정과 관련해 '연내 출범'으로 데드라인을 정하고, 공수처법 개정안 투트랙 추진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는 이 대표. /국회=이새롬 기자 |
민주당, 법 개정 병행 '연내 공수처 출범' 가이드라인 제시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국민의힘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내정하면서 여야가 '공수처' 2라운드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추천위 구성 이후 후보 선임 작업이 지지부진할 경우 야당을 배제하고 30일 이내 추천 절차를 완료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동시에 검토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야당과의 후보 추천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연내 반드시 공수처 출범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공수처 법안 제정 당시 야당의 '비토권 보장'을 주장하며 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조했던 여당이 스스로 이를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26일 야당의 '공수처 출범 지연 전략' 가능성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추천위원으로 내정한 이헌 변호사가 지난 2015년 당시 새누리당 추천 몫으로 세월호 참사 특조위 부위원장을 맡은 이력을 문제 삼으며 "혹시라도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는 방편으로 악용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당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추천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공수처장 임명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공수처장 추천에는 추천위원회 총 7명 위원 중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후보 추천이 불가능한 구조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추천위 구성 이후에도 보수 성향 추천위원들이 '비토권'을 행사하며 지연 전략을 펴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추천위원회가 가동하더라도 그동안 야당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온 공수처 모법 개정 카드를 접지 않고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마냥 기다릴 순 없고 공수처법 개정 논의는 개정 논의대로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추천위가 공수처 출범을 지연시키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추천위 구성 이후 30일 이내 공수처장 선임을 완료해 연내 공수처를 출범하겠다는 데드라인도 제시했다.
윤 의원은 "백혜련 의원이 낸 안에 따르면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가동된 이후 30일 내에는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국회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서면으로 각 교섭단체에 10일 기간 이내에 기간을 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하고, 위원회가 소집되면 30일 이내 수사처장 후보자 추천 의결을 마치도록 하고 있다. 의결 시한은 1회에 한해 10일 이내로 연장 가능하다. 즉, 처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구성부터 의결까지 50일 이내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는 안이다.
이와 관련,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백 의원 안에 담긴) '50일 이내'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며 "매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사위 소속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1월 안에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야당이 역제안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위헌'이라며 공수처 출범 자체에 반대해온 국민의힘은 지난 20일 유상범 의원 대표발의로 기소권을 폐지하고 수사범위에서 직무범죄를 제외하는 등 공수처 권한을 축소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저희가 동의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견차가 극명해 여야 간 공수처법 개정안 협의안 도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추천위원 내정으로 여당의 공수처법 강행 움직임을 부각하고 라임·옵티머스 동력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26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이새롬 기자 |
국민의힘은 추천위원 내정으로 여당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비토권'을 통해 공수처장 추천에 최대한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민주당이 야당에 배정된 추천위원 2인을 강제적으로 빼앗겠다고 개정안을 내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자 추천위원을 추천하려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추천위원으로 법무연수원장을 지낸 검사 출신 임정혁 변호사, 박근혜 정부 때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를 내정하고 27일 오전 중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또 정부·여당에 편향된 인사가 공수처장에 임명되는 것부터 막겠다는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가장 중립적이고 독립적으로 야당과 국민이 믿을만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면 동의하겠다"며 "지금 추미애 장관이나 조국 전 장관처럼 편향적이고 자격이 없는데도 밀어붙이는 인사라면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에 대해선 '말 바꾸기' '독단' 모습을 부각해 역공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여당의 공수처법 강행 부담을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관철하는 동력으로 삼아 연말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공수처법 통과 당시) 야당이 반대하면 공수처장 후보가 임명되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 중립성이 보장된다고 민주당이 선전했다"며 "그런데 야당이 반대하면 이제 법을 바꾸겠다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