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 그러셨잖아요?"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타에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문재인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 후 달라진 여당 의원들의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새롬 기자 |
'내 편 아니다' 싶으면 옹호했다가도 마녀사냥…불신 키우는 '마이너스 정치'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2013년 11월 10일 박범계 의원 페이스북)
"될 만한 사람이 지명됐다고 생각합니다."(2019년 7월 8일 이철희 의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발언)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을 이끌 적임자임을 충분히 보여줬다. 솔직히 이만한 사람 또 없지 않은가"(2019년 7월 11일 이인영 원내대표 정책조정회의 발언)
호평이 악평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이 옹호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대대적 수사를 진행하자, 노골적으로 불만과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이 177석 거대 여당으로 바뀐 직후에는 검찰에 대한 압박이 한층 심해져 공공연하게 '윤석열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급기야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선 버티는 윤 총장과 '사퇴'시키려는 민주당의 거센 공방이 펼쳐졌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의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다"라는 비판에 윤 총장은 "선택적 의심 아닌가. 과거에 저에 대해 안 그러지 않았느냐"고 맞받았다. 윤 총장 아내와 장모를 둘러싼 의혹을 두고도 민주당과 윤 총장은 거세게 충돌했다. 여당 의원들의 공공연한 사퇴 촉구 발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잇따른 수사지휘권 행사는 윤 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들어 스스로 나가게 하려는 시그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윤 총장은 추 장관과 여권의 검찰 수사 개입에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내비치면서도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민주당은 '기승전공수처'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의 검찰 개혁을 기필코 완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감에서 나온 윤 총장의 발언과 태도는 검찰 개혁이 왜 그리도 얼마나 어려운지, 공직자의 처신은 어떠해야 하는지 역설적으로 드러내며 공수처 설치의 정당성과 절박성을 입증했다"고 했다.
하지만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문재인 정권 인사 다수가 연루됐다는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정부·여당이 사기꾼(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한팀을 이뤄 윤 총장을 몰아내려 한다고 의심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대검 국감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조변석개(朝變夕改), 아전인수(我田引水)적 행태는 공수처를 밀어붙이는 것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그렇게 칭찬하던 검찰총장을 국감장에서 마녀사냥 수준으로 공격하는 것을 보고 누구를 위한 국감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판단한 것과 다르면 정치인이건 사법부건 공격부터 한다. 상식적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부하 논란을 따지기 전에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건 아닌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22일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을 작심 비판했다. /이새롬 기자 |
민주당 내 소장파로 꼽히던 금태섭 전 의원이 탈당의 변으로 남긴 글도 의미심장하다.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며 "무엇보다 편 가르기로 국민들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편에 대해선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이전에 했던 주장을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 없이 뻔뻔스럽게 바꾸는 '말 뒤집기' 행태가 나타난다"며 "'우리는 항상 옳고, 우리는 항상 이겨야' 하기 때문에 원칙을 저버리고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긴다"고 질타했다.
내부에서 건강한 비판을 통해 잘못된 길로 가려는 당을 바로 잡아보려 했던 그는 결국 내부에서 '적'으로 규정 당해 공격을 당하다 절망을 맛보고 당을 떠났다. 내 편이었던 사람도 내 편의 문제를 지적하면 네 편으로 만들어 공격하는 정당, 건강한 비판이 사라진 정당, 내 편은 무조건 옳고 네 편은 무조건 틀렸다는 정당의 미래는 어떨까.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공자와 제자 자공의 대화에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군(안보)과 음식(경제)보다 '백성의 신뢰'를 꼽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치는 성공할 수 없고, 정치인과 정당의 신뢰는 내뱉은 말을 지키면서 쌓인다. 2019년 7월 윤석열 총장의 인사청문회 당시 각종 의혹을 내세워 공격하던 야당이 상황이 바뀌었다고 엄호에 나서는 것도 신뢰를 얻기 힘들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말을 바꾸는 집권 여당 민주당의 가벼운 정치 또한 신뢰를 잃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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