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민주당, 윤석열에 밀리고 '라·스' 특검은 거부
입력: 2020.10.23 00:00 / 수정: 2020.10.23 00:00
2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관련 특검 도입 여부를 논의했으나 합의하지 못했다. 이날 국회 의안과에 라임·옵티머스 펀드 금융사기 피해 및 권력형 비리 게이트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국회=이새롬 기자
22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관련 특검 도입 여부를 논의했으나 합의하지 못했다. 이날 국회 의안과에 라임·옵티머스 펀드 금융사기 피해 및 권력형 비리 게이트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국회=이새롬 기자

윤석열 작심발언 '검찰농단' 여론 환기 속 26일 공수처법 강행 부담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라임·옵티머스 사태 국회 해법 마련을 위해 22일 여야가 머리를 맞댔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야당은 검찰 수사 지휘권이 무력화돼 이를 대체할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명분이 없다"며 거부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작심 발언으로 민주당이 라임·옵티머스 사태 핵심으로 규정한 '검찰농단' 논지가 밀리면서 다음 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강행 처리에 여당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김태년·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라임·옵티머스' 특검-공수처장 추천위원 동시 추진'을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줄곧 관련 특검 도입을 주장해왔으나 여당이 반대하자 공수처를 수용하면서 특검 압박 강도를 높이는 전략을 내세워 여당에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관련 검찰 수사가 현재 많이 진행됐고,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실효성'을 이유로 거절했다.

회동 후 김영진 민주당 수석 부대표는 "특검과 공수처는 딜의 성격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뒤 "속도가 생명이기에 때문에 시간을 끌어 범죄혐의자들의 증거인멸과 도주 등 여러 사항들 속에서 지금 특검을 여는 것은 적절치 않다.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실효성에서 수사의 일관성이 필요하고 특검의 수사능력이 지금보다 높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특검 통과 시 늦으면 내년 4월 중 결과가 나오므로 신속한 수사가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무부의 검찰 수사지휘권 간섭이 노골적인 상황에서 시일이 더 소요되더라도 정치 중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특검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올해 초 추미애 법무장관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시키는 등 현 검찰 체제에서 객관적인 수사는 어렵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 후 "민주당은 금융사기 사건으로 보고 권력형비리사건으로 보지 않는다고 한다"며 "우리는 계속 특검법안 관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서 오전 당 회의에서도 "민주당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하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특검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주 원내대표 대표 발의로 라임·옵티머스 사태 관련 특검법을 제출하기도 했다. 사실상 당론이다. 해당 특검 법안은 파견 검사 30명, 파견 공무원 60명 이내로 사실상 1개 검찰청 규모의 특검팀을 구성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순실 사태 당시 박영수 특검팀의 1.5배 규모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금융 사기 등 불법 행위, 정·관계 인사들의 로비 및 부당이득 등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 직무관련 범죄 등을 모두 특검 수사 대상으로 정했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여권의 검찰 향응, 수사지휘권 간섭 등에 대해 일갈했다. 법사위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잠시 중지된 후 국감장을 나선 윤 총장. /이새롬 기자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여권의 검찰 향응, 수사지휘권 간섭 등에 대해 일갈했다. 법사위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잠시 중지된 후 국감장을 나선 윤 총장. /이새롬 기자

원외에선 윤 총장이 등판했다. 윤 총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법무부의 수사 간섭이 지나치다고 작심발언했다.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최근 라임 관련 수사지휘권 발동 등에 대해 "제가 사기꾼이라고 말씀은 안 드리겠지만, 중범죄를 저질러 장기간 수감된 사람, 이번엔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들의 얘기 하나를 가지고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검찰을 공박하는 것은 정말 비상식적"이라고 꼬집었다.

여권이 제기한 '라임 사건 검사 술접대 의혹' 등도 전면 부인했다. 윤 총장은 "(윤석열 사단이라 불리는) 한동훈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2년 하는 동안 이 사람(검사)들을 데려다 쓰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또 "저는 직무가 배제돼 있다"며 "저희 검찰이 지금 어떤 입장인데 이걸 봐주고 하겠느냐"고도 했다. 앞서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김봉현 씨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일부 특수부 검사들이 그들만의 권력을 구축해서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오는 26일까지 공수처장 추천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법 개정을 강행해 공수처를 출범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윤 총장의 작심 발언으로 검찰 향응 등을 주장하며 공수처 출범 명분쌓기에 주력해온 여당으로선 스텝이 꼬인 셈이다.

민주당은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거절하면서 다음 주 공수처법 추진을 예고했지만 여야 및 법무부와 대검 간 힘겨루기 양상이 지속되고 있어 강행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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