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취임 50일을 맞이한다. 대권주자 약점으로 꼽힌 '당 기반 구축' 작업이 순항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최고위-전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하는 이 대표. /남윤호 기자 |
혁신위·TF·윤리감찰단 연달아 꾸려 당 정비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17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50일을 맞았다. 후보 시절 주요 현안마다 신중한 입장을 보여 '고구마' 별칭이 붙었지만, 당 대표가 된 후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당을 일사불란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혁신위원회를 비롯해 최고위원 중심 TF(태스크 포스), 윤리감찰단을 연달아 출범 시켜 약점으로 꼽혔던 '당 기반' 구축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당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비상설 특위 '2020 더 혁신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난 11일 최고위원 워크숍에서 이 대표가 먼저 말을 꺼낸 이후 3일 만이다.
일각에선 혁신위 설치가 대권을 위한 이 대표의 당 장악 시도라는 해석이 나오자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결단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대표님이 워크숍에서 먼저 말씀을 꺼냈다. 의지가 강했다"라며 "자꾸 대선용이라는 시각이 있어서 괜히 오해하지 않게 빨리 정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신속히) 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표 측은 '당 기강 잡기' 시각을 경계하고 있지만, 혁신위가 "100년 정당 설계도를 그리는 역할"을 하게 되는 만큼 당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이낙연표 민주당'으로 탈바꿈하는 조직으로 작동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당원 구조 다양화가 혁신위 주요 과제로 설정된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민주당 정무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배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원 구조가 좀 더 다양성이 보장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쪽 의견이 과대 대표되지 않도록 잘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당원 제도를 손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시대 미래 의제 발굴과 당원 구조 다양화 등 과제를 위해 혁신위원회 출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전국위원장들과 인사를 하는 이낙연 대표(가운데)와 김태년 원내대표. /남윤호 기자 |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당 모형이 '지지자 중심'과 '당원' 중심이 있다. 우리는 당원 중심이지만 대선 등 선거 때는 여론조사를 반영한다"며 "지지자 중심과 당원 중심 사이에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어떻게 초점을 맞출지가 관심"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공정경제 3법 등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라는 친문 지지층의 강한 요구를 받고 있다. 지난 4차 추가경정예산안 본회의 처리 과정에선 '통신비 2만 원 지급' 논란으로 당 지지층의 '보편 복지' 노선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친문 지지층이 당 대표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였지만, 향후 대권 행보 등 자기 정치를 펼쳐야 하는 이 대표로선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혁신위의 당원 구조 다양화 시도는 의미심장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출범한 윤리감찰단과 TF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9월 출범한 윤리감찰단은 국회의원 다주택 보유 전수조사를 실시한 뒤 다주택 처분 대상 국회의원에게 처분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한 상황이다. 대상을 확대해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에게도 다주택 현황과 처분계획을 요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늦어도 연말까지는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조사는 내년 4월 재보선과 내후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기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 3월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이 대표로선 '당 다주택 보유자 감소'는 내세울 수 있는 성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또 최고위원 7명 모두에게 전문 분야별 TF단장직을 맡겨 지도부 의견을 조율하는 등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고 있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이 같은 움직임이 결과적으로 대권 기반 마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략통인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혁신위나 TF 출범이 당 기강 잡기라는 분석에 대해 "당 대표로서 당의 자원을 총동원해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당 운영 의지와 전략을 보여주는 것이지 대권 조직을 늘려간다고 보는 건 억측"이라면서도 "그렇게 요소요소에 당 자원을 배치해 잘 이끌어나가면 결국 개인적인 정치 기반, 대선 기반을 공고히 하는데 도움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가 경선 초기에 나왔던 '엄중' 이낙연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상당히 빠르고 과감하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당을 일사불란하게 끌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 대권주자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려면 당내 기반 구축이 필요한데 (본인 지지층) 당원 모집 같은 것은 너무 노골적이고, 제도를 통해 '이낙연 사람들'을 채우는 게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때도 당 핵심 자리를 본인 사람으로 바꾸면서 확실히 당 입지를 구축한 바 있다"며 "이 대표가 현재 기반을 확대 강화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가 석 달 연속 이재명 경기지사에 밀렸다는 결과가 나왔다.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기소됐다가 16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 /뉴시스 |
한편 '라임·옵티머스'사태 여권인사 연루설, 전세 대란 등 민주당 악재가 쏟아지며 이 대표 개인 대선주자 선호도는 하락하는 추세다. 한국갤럽이 16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10월 13일~15일 전국 유권자 1001명 대상, 표본오차 ±3.1%포인트 신뢰수준 95% 신뢰수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 대표는 17%로, 석 달째 이재명 경기도지사(20%)에 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