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분석] '코로나'라지만…국감이 '노잼'인 이유 세 가지
입력: 2020.10.15 05:00 / 수정: 2020.10.15 05:00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가 5일차를 지나고 있지만,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노잼 국감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에 대한 영상 국정감사. /이새롬 기자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가 5일차를 지나고 있지만,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노잼 국감'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에 대한 영상 국정감사. /이새롬 기자

현장·전문성·정책 3NO…"文정부 공약 이행 점검은 어디로?"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가 5일차를 지났지만, 꽃을 피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14일 기준 국정감사 5일차까지 각 상임위에선 활발하게 감사를 진행 중이지만 지난해 국감, 재작년 국감과는 달리 '한 방'이 없다는 목소리가 다수 나온다.

이렇듯 국감에 '노잼'(NO 재미, 재미가 없다는 신조어)이란 별칭이 붙은 데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증인, 참고인 출석의 제한과 현장 국감이 어려워진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내·해외 가릴 것 없이 현장에서 직접 치러지던 국감이 국회 상임위원장에 한해서만 진행되고 있어 '기분이 안 난다'는 평가다. 일부 상임위는 영상 장비를 동원해 장거리 이동 없이 화상으로 감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물리적인 한계로 국감 풍경이 확 달라졌지만, 여야 모두 '민생 국감'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국감 역시 지난 9월 대정부질문과 마찬가지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의혹 관련 공방,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의 해외 여행, 여당 인사와 옵티머스·라임 금융 사기 연루 의혹 등 정치권 인사의 신변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특히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선 추 장관과 의원들의 거친 설전을 반복했다. 법사위에 속한 보좌진들은 "매일 추미애, 어제도 추미애, 평소에도 추미애다"라는 푸념섞인 한숨을 쉬기도 했다.

이번 국감은 코로나19로 의원들 사이엔 투명 칸막이가 설치되고 모든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언해야 했다. 수용 인원도 50명으로 제한돼 활발한 질의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 /남윤호 기자
이번 국감은 코로나19로 의원들 사이엔 투명 칸막이가 설치되고 모든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언해야 했다. 수용 인원도 50명으로 제한돼 활발한 질의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 /남윤호 기자

√노잼 포인트 1. 코로나19로 제한적인 국정감사…"기분이 안 난다"

이번 국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국감장 인원을 50인 이하로 제한한다. 의원 뒤에서 대기하는 보좌진은 물론 각 기관의 관계자들도 인원을 최소화해 배치하고, 대부분 밖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 보좌진은 이를 두고 불편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여당 보좌진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의원과 함께 앉아 있어야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를 할 수 있는데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의원 사진도 잘 찍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현장 국감이 제한된 것과 관련해선 "기관 국감을 국회에서 하면 국감보단 상임위 전체회의를 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일부 상임위는 영상 국감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국회 과방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한국정보화진흥원(NIA),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KDATA)에 대한 국감을 처음 영상으로 진행했다.

외통위 또한 직접 가서 하던 재외공관 국감을 전면 영상으로 진행했다. 14일 열린 국회 외통위 국감엔 주UN 대사와 장원삼 주뉴욕 총영사, 박경재 주LA 총영사, 이상진 주뉴질랜드 대사가 화상으로 감사를 받았다.

증인 출석도 다수 제한됐다. 여야 합의사항이긴 하지만 방역 문제를 이유로 증인 채택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증인을 통해 정부 실책을 꼬집는 야당 입장에선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쳐 제대로 지적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왔다.

전문가 및 보좌진은 모두 의원의 전문성을 국감의 중요 키워드로 꼽았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 등 국정감사. /이새롬 기자
전문가 및 보좌진은 모두 의원의 '전문성'을 국감의 중요 키워드로 꼽았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 등 국정감사. /이새롬 기자

√노잼 포인트 2. 153명 바뀐 국회, 얼마나 달라졌을까…절실하게 느낀 '전문성'

"신상품이 무조건 좋다고 보진 않는다. 구제도 좋은데, 우리는 늘 새로운 것들만 원하는 거다. 새로움이 우선돼야 하는 건 아니고, 새롭게 들어오는 사람이 전임보다 얼마나 의정활동에 대해 준비됐는지 보고 설득해야 하는데, 우리는 자꾸 '판갈이', '물갈이'만 외치다 보니 의정활동 계획에 대해 검증해본 바가 없다."

이광재 한국 매니페스토 사무총장은 초선 교체율 50%가 넘은 현 국회 상황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 총장은 통화에서 "다음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교체의 어떤 잣대가 있어야 한다. 준비된 자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국감은 국회의원 대부분을 차지하는 초선 의원을 향한 기대감이 크게 포착됐다. 하지만 대부분 국회 경험이 없는 초선 의원들이 전문성·유연성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진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역구 의원 보좌진은 통화에서 "각 상임위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혀 관련 없는 상임위에 가면 의원과 보좌진이 서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다른 비례대표 의원 보좌진은 "19대 때도 초선 의원을 모셨지만 장관급 공무원 출신이었고, 국정감사를 받아봐서 시간 안배나 질의서 순서를 본인이 직접 확인해 수월했다"면서 "이번 의원은 국정감사를 받아본 적이 없어 처음 경험하다 보니 질의서 순서와 분량도 시간에 맞춰 드려야 하고, 의원도 하루에 3~4시간씩 주무시며 공부하고 있다. 노력하신다"고 설명했다.

홍금애 국감 NGO 모니터링단 집행위원장은 이번 국감을 두고 "너무 형편없는 상임위가 많다. 내부에선 이번엔 '워스트(worst) 상임위 국감 모니터를 20년 넘게 한 실무자 입장에서 '이야, 국감도 진짜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하고 있구나'를 느낀다. 아마추어가 전문가를 감사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국감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줄 전문가가 없다. 국감 전문가란 그룹이 없다. 그렇다보니 국회의원은 자신이 최고고, 선배들한테 배워야 하는데 배울 분위기나 여건이 안 되고, 보좌관한테 배워야 하지만 이들도 목숨을 부지해야 하니 싫어하는 건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흔히 결산 심사가 국감에 반영돼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반영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 사람들(의원)이 그전에 있었던 회의록은 읽고 오는지, 시정조치 사항을 보고 오는지, 보고는 잘 되고 있나 점검은 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기본이 안 돼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모르면 열정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 그나마 구관이 명관이라고 재선, 3선 의원들은 국감처럼 한다. 초선은 찾아보기가 너무 어렵다"며 "국민들이 의원들 교육비를 어디까지 지출해야 하느냐"고 힐난했다.

전문가는 여든 야든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질의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한국무역보험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송갑석 여당간사와 이철규 야당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전문가는 "여든 야든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질의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한국무역보험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송갑석 여당간사와 이철규 야당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노잼 포인트 3. 집권 4년차 정부 지적은 어디로…? 전문가 "공약은 고용계약서"

또, 이번 국감에선 '민생을 관통하는 질타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감은 각 기관의 살림살이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공약의 실현 여부를 세세히 따져야 하는데 '정책 국감'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국감 초반 야당인 국민의힘에선 국감 전략으로 '정책 질의는 심야에'란 항목이 포함된 '국감 전략'이 지시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시 "관련 내용을 전달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또 각당의 '우수 의원 평가 기준'에 SNS, 카드 뉴스 등 항목이 추가되면서 여야 보좌진은 "SNS국감을 하란 거냐"라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총장은 이와 관련해 "외국의 국정감사는 정권 집권 4년차에 공약을 평가한다"며 "그런데 지금 여든 야든 지난 대선 때 나온 공약에 대해선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공약을 '고용계약서'라고 본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고용계약서대로 했는지, 왜 하지 않았는지, 그럼 처음부터 이 계약의 문제가 무엇인지 따져줘야 한다. 이게 있어야 다음 대선 때는 어떤 정책을 우리가 선택할지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국감은) 야당이 잘해야 하는 거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근 1년 넘게 일하고 있지 않나. 혁신을 외치며 새로 바꾼다고 하지만, 그런 것들이 국감을 통해 드러나야 한다"며 "얼마나 정책의 변화가 왔는지, 이 정부가 본인들 나름대로 잘못하는 게 많다고 하면 그것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 등이 국감을 통해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 않고 있다.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15일엔 11개 상임위에서 국감이 진행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 국감은 서울시청에서 열릴 예정이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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