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과 국민의힘, 좌우 극단에 위치한 두 정당 수장은 같은 시선 눈길[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종철 신임 정의당 대표가 13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이 반대하는 '노동법 개정'에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치 이념 지형상 가장 먼 거리에 있는 두 정당 수장이 민감한 분야인 노동과 관련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김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나면 경제구조, 사회구조도 바뀌어야 하고 제일 중요한 과제가 우리나라 노동 문제"라며 "노동관계법이 일부 노동조합 소속 사람들에게 혜택이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근로자들에게 혜택이 못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소위 진보정당을 지향한다고 얘기하고 있고, 의석도 180이나 확보했기에 차제에 보통 때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하지 않냐"면서 "그래서 경제 3법뿐 아니라 노동법도 같이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했는데, 정의당에서 앞장서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해고를 쉽게 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전체 근로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노조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김 위원장의 말을 좋은 의미로 발전해서 보면 덴마크 유연안정성 모델(고용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고용복지제도)일 것"이라며 "국가가 (노동자를) 재교육 시키고, 독일에서 하는 노동자이사제도를 해서 경영에 대해 노동자도 알 수 있게 하고 사회안전망 강화, 산업별 노조 가입을 한다면 변화된 시대에서 여러 가지 논의를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안 나오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그런 것을 거론해야 나오는 것"이라며 "노동관계법 전반을 검토하자면 자연적으로 그런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자체를 거부하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라고 노동법 개정에 부정적인 더불어민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그런 부분에서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김 위원장이 전향적으로 (입장을) 내주고, 진보적 입장을 수용해서 말해주면 민주당도 자극을 받고 정의당도 앞장서서 얘기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 대표는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차별받지 않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나 다른 나라처럼 수당을 많이 준다든가 이런 얘기를 국민의힘에서 먼저 말해주면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은 1년간 쓸 인건비가 정해져 있는데, 노사협의는 자연적으로 직장인 노조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임금이 간다. 그만큼 비정규직의 포지션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노동 내부 양극화 현상이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은 정치적 결단을 하지 않으면 절대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김 위원장이 그런 식으로 전향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는 부분을 던져주면 국민을 위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정의당이 앞장서서 그런 얘기를 하면 저도 같이 그 얘기를 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지점을 확인한 두 사람이 향후 실질적 정책 공조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