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정감사는 여권 핵심 인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옵티머스 펀드 사기' 관련 야당 공세가 거셌다. 이날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제시한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펀드 자금흐름도'를 지켜보고 있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 뒷모습). /국회=남윤호 기자 |
'野 정치공세' 반격 재탕 피로감·'검찰개혁' 진정성 훼손 우려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수천억 원대 펀드 사기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여권 핵심 인사 연루설이 제기되며 '권력형 비리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여당이 출구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의혹을 검찰에 넘기면서도 특별검사(특검) 요구는 일축했다.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검찰 수사가 '면피용'이라고 비판받는 가운데 이번 사태도 부실수사로 끝날 경우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동력을 상실할 우려도 있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기관리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권력형 비리게이트'로 규정하며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열을 올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 살아있는 권력 수사도 철저하게 하라고 했는데 지금은 수사지휘가 윤석열이 아니라 추미애한테 가 있다"며 "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관련 의혹을 수사하던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해체한 것이나 여권 핵심이 연루된 수사를 지휘하던 검찰총장의 수족을 잘라낸 이유가 무엇인지가 더욱 분명히 나타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움직임이 사실상 권력형 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주장이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자산운용사가 부실 운용을 숨기고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은 뒤 대부업체와 부실기업에 투자해 환매가 중단으로 투자자에 수천억 원대 손실을 안긴 사건으로, 최근 재판 과정에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20여 명이 넘는 정관계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로비 의혹까지 제기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이 수사팀에 그대로 맡겨선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며 특검 도입을 통해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옵티머스 사태 관련 감독 기능을 수행해야 할 금융위원회가 특혜를 줬다며 권력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 과장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대주주 변경 사후 승인 관련 통화한 녹취록을 공개하며 의혹 띄우기에 나섰다.
이낙연 대표는 12일 옵티머스 여권 인사 의혹 관련 검찰에 엄정 수사를 촉구했지만, 본인 역시 연관돼 있어 자칫 '면죄부를 위한 행위'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날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남윤호 기자 |
이에 대해 민주당은 관련 사건을 검찰 수사에 맡겨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이전 윤미향 의원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과 추미애 법무 장관 아들 특혜 의혹 때와 동일한 전략이다. 이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옵티머스, 라임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실체 불분명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검찰을 향해 "그 대상이 누구든 엄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아무런 의혹도 남기지 말고 진실을 밝혀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근거 없는 거짓 주장과 의혹 부풀리기에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특검 도입 등에 대한 야당 요구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실체도 없는 의혹 부풀리기식 정치공세에 이은 야당의 특검 주장 수용은 일고(一考)의 가치도 없다"며 "특검해야 할 최소한의 근거가 있어야 특검이 가능하다. 무책임하게 주장하는 건 민생·정책 국감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 대표 자신 역시 옵티머스운용 관계사로부터 복합기 임대료 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검찰 수사로 면죄부 받으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대표 측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에 '옵티머스 복합기' 임대료 지출이 누락돼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사실인지 확인되지 않지만 (맞다면) 위반"이라고 답했다.
추미애 장관 의혹 검찰 부실수사 논란이 지속된 가운데 '옵티머스'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없을 경우 향후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진정성 훼손도 우려된다. 12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는 추미애 법무장관. /남윤호 기자 |
이날 검찰의 옵티머스 수사팀 대폭 증원 예고로 수사가 정·관계 로비 의혹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인 가운데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여당에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추 장관 논란을 검찰 수사에 맡겼지만 검찰 '무혐의' 결론에도 '거짓해명' 의혹 등 여진은 이어지는 상황이다. 윤 의원도 검찰 '불구속 기소' 결론으로 당이 윤 의원 당직과 당원권을 정지하며 진화에 나서야 했다.
민주당이 정기국회 핵심 과제로 내세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위한 관련법 개정 등 계획도 옵티머스 사태가 맞물려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