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인사들의 복당 논의에 친문 정치인들의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가운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밖에서 역할해달라"며 선을 그었다. 12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 대표. /남윤호 기자 |
'중립기어' 이낙연…당내 분란에 선긋기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동교동계' 인사들의 복당 관련 소식에 더불어민주당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하다) 반응이 나오고 있다. 친문·영남 의원들은 강한 반대 목소리를 냈고, 당 수석대변인까지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자 동교동계와 인연이 깊은 이낙연 대표는 "밖에서 역할을 해 달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내부 갈등을 차단하고자 선을 그었지만, 호남 세력을 기반으로 한 동교동계와 멀어질수록 당내 입지는 줄어들 거란 전망이 나온다. 또 이번 상황을 계기로 민주당 내 친문 순혈주의 기류가 확실해졌단 분석이다.
이 대표는 12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동교동계 원로들은 민주당 바깥에서 원로다운 방식으로 민주당을 도와주시리라 믿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공천을 받아 정계에 입문한 이 대표는 동교동계 대표 인사인 권노갑·정대철 전 의원과 각별한 사이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반대 의견을 표하고 집단탈당해 친문 인사들과는 앙금이 쌓여있는 상태다. 이런 이유로 이 대표가 동교동계 인사들과 복당을 논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친문 인사들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앞서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 전 의원을 '정대철 씨'라고 표현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측근인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정대철 전 의원을 '정대철 씨'라고 부르며 불쾌한 기색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더팩트 DB |
그는 이날(12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대철 씨는 더불어민주당에 관심 갖지 말아주시길 바란다"며 "자신과 주변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공당을 이용하려는 의도는 구태정치"라고 꼬집었다.
이어 "복당에 대한 자가발전을 멈추십시오. 원님 덕에 나팔 불 생각을 거두십시오. 후배 정치인들에게 부끄럽지 않습니까"라고 질타했다.
이후 민주당에선 '이 대표 처신이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대통령 곁에서 일했던 한 여당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 입장은 이미 정리된 것 같다. 이 대표께서 오늘 점잖게 잘 말하지 않았나. 저도 같은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동교동계 인사들의 복당을) 격하게 반대할 것도 없는 게, 실체가 없다"며 "저는 그 문제에 대해 결사반대할 이유도 없지만, 그들이 당의 발전에 대단히 기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 같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표현은 그렇지만 입장을 달리해서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오기도 하지 않나"라며 "(동교동계 인사 복당 문제가) 너무 과장이 돼 지금 김 전 대통령을 모셨던 분들이 민주당에도 있는데 마치 밖에 있는 것처럼 설명이 되어서 답답하다"며 당내 주류 세력의 차가운 시선에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동교동계의 복당이 이 대표에게 유리할 것"이라면서도 "친문계가 반대하면 어렵다. 명분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12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 대표. /남윤호 기자 |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친문 순혈주의가 작동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통화에서 "친문 순혈주의라고 하면 중간에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해서 친문이 되는 건 아니다. 과거부터 오랫동안 문 대통령을 지지해왔다는 데 입각한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당시 동교동계가 문 대통령을 반대했고, 자신들이 주류이기 때문에 지금 충분히 본인 힘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나온 '동교동계의 복당 반발 기류가 이 대표에게 불리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대해선 "당연하다. 이 대표는 친문이 아닌 상태"라며 "이 대표가 사실 호남을 무시할 수 없어서 동교동계를 이렇게(복당논의) 한 건데, 선을 그을 경우 호남의 토착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도 "친문계에서 반대하면 이 대표가 처신하기가 쉽지 않다. 좀 더 신중한 모습"이라면서도 "동교동계가 더 많이 들어올수록 이 대표 입지가 좋아질 거다. 문제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 사람들 받을 명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moon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