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공수처 추천 26일까지"…결단내린 이낙연
입력: 2020.10.12 05:00 / 수정: 2020.10.12 05:00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이달 26일까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 추천위원 선정을 완료하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8일 대표-법사위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이달 26일까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후보 추천위원 선정을 완료하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8일 대표-법사위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제공

'정기국회 성과 절실·명분 충분' 판단한 듯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공수처법) 합법적으로 통과된 것은 지키는 게 옳다."(8월 29일 당대표 당선 직후 인터뷰 중)

"(공수처) 설치는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다. 법에 따라 설치·가동되기를 바란다."(9월 7일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공수처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책임." (10월 8일 민주당 법사위원 연석회의 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법정시한 석 달 가까이 출범하지 못한 가운데 신중론을 유지해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여당은 제1야당에 이달 26일까지 공수처장 후보 추천 위원 선정을 완료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민생 경제 분야 성과가 저조한 가운데 올해 정기국회 내 눈에 띄는 검찰개혁 과제를 끝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자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 위원들과의 연석회의에서 "법도 정해져 있고 사무실도 마련돼 있는데 법의 운명이 법을 지키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좌우되는 비정상적 상황이 석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며 "(공수처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는 피할 수 없는 책임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가 끝날 때까지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는다면 법사위에 계류 중인 공수처법 개정안을 즉각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법사위에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과 김용민 의원 등이 낸 공수처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법사위원인 박범계 의원도 "(야당이) 10월 26일까지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 공수처법 개정을 위한 최소한의 입법 조치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며 시한을 못 박았다.

공수처 모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여당의 독주' 비판 우려도 당내 일각에서 나오지만, 강경파의 '강행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위원추천이 안 된 것은 노력했는데 '못 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안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며 "더이상 기다리기 어렵다"고 압박했다. 야당 결단을 두 달 넘게 기다려온 만큼 이른바 '명분 쌓기'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당은 21대 국회 임기 시작 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수처 출범' 의지를 밝힌 이후부터 여당 법사위원들이 앞장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현재 법상 전체 7명 중 당연직 3명을 제외한 4명에 대해 여야 교섭단체가 2명씩 추천하게 돼 있는데 구성 요건을 변경해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게 핵심이다. 다만 이때까지도 지도부는 무리하게 속도내지 않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막 취임한 이 대표가 '대야 협치'를 내세운 시기였고, 4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조가 절실했다.

이후 여당은 야당 지도부 발언을 활용하며 역제안하는 전략으로 접근해왔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달 8일 주호영 원내대표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촉구하자 이를 지렛대 삼아 '공수처-특별감찰관·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동시 논의 카드를 제시하며 공을 넘겼다. 그러나 이 역시 국민의힘이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이 먼저'라며 일축해 강경론 쪽으로 당 여론이 쏠렸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남 후 공수처 발언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 3일 국립민속박물관 앞 광장에서 열린 제4352주년 개천절 경축식 후 대화하는 이 대표(오른쪽)과 김 위원장. /임세준
이 대표는 지난 3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남 후 공수처 발언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 3일 국립민속박물관 앞 광장에서 열린 제4352주년 개천절 경축식 후 대화하는 이 대표(오른쪽)과 김 위원장. /임세준

이 대표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개천절 경축식에서 만나 "공수처 출범과 공정경제 3법안 처리에 관해 의미 있는 의견교환이 있었다"고 공개한 이후 이 대표 발언은 세졌다. 지난 5일 그는 공수처 등에 대해 "여야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길"이라며 "처리를 늦출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온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오는 11일 오후 국회에서 최고위원 워크숍을 열고 최고위원들과 공수처 개정안 등 정기국회 운영 방향 등에 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개인으로서도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 3월 중도사퇴할 경우 정기국회 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그는 취임 이후부터 정기국회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민생·경제 입법에도 눈에 띄는 성과가 미미한 상태에서 핵심 지지층이 요구하는 '공수처 출범'은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현재까지 "공수처를 출범시켜야만 민주당이 재집권한다" "공수처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가느냐, 뒤로 가느냐는 중대한 일이다. 다른 일보다 먼저 추진 해달라"며 출범을 촉구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공수처가 10월까지 안 되면 탈당하고 주변에 탈퇴를 권고하겠다"는 경고도 올라왔다. 이 대표 페이스북 글에도 "협치니 뭐니 하면서 개혁입법 미적대는 것이 제일 실망스럽다"는 댓글이 달려 있다.

'신중파'였던 이 대표 국정운영 스타일이 달라진 점도 이번 결단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 대표 스스로는 본인이 급한 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언론에서 신중하다고 지적해 놀랐다고 한다"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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