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을 통해 두 미국 대선 후보에 대한 큰 '폭로'가 공개됐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불륜을 저질러 현재 아내 질 바이든을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 '성추행' 폭로가 나왔다. /가디언스 캡쳐 |
미국 대통령이 국제정세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유럽, 중동, 아시아 그리고 한반도 정세까지 뻗어있다. 2016년 11월 부동산 사업가 출신'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돼 경험해보지 못한 한반도 정세가 연출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이 누가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운명은 달라진다. <더팩트>는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3일)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정치 속에 깊숙이 들어가 미 대선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분열된 미국정치로 영향력 없는 '스캔들'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거 막바지에 접어들면 각 후보들은 상대 후보의 치부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선거 초반에는 정책 선거를 약속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상대방을 비방하고 나선다. 결국 유권자들 기억에는 후보 개인의 '스캔들'이 크게 남게 된다.
이번 제59대 미국 대통령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두 후보에 대한 큼지막한 '폭로'가 공개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 민주당 후보가 불륜을 저질러 현재 아내 질 바이든을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성추행' 폭로가 나왔다.
지난 8월 질 바이든의 전 남편 빌 스티븐슨은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에 불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두 사람(조·질 바이든)이 소개팅에서 만났다는 건 완전한 날조"라며 "바이든이 내 아내이던 질을 빼앗아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1972년 자신은 질과 함께 바이든 전 부통령이 델라웨어 상원의원에 처음 출마할 당시 그의 선거 캠프에 일하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과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스캔들도 나왔다. 전직 모델 에이미 도리스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20여 년 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도리스는 "트럼프가 자신의 혀를 내 목구멍으로 밀어 넣었고, 엉덩이와 가슴 등 내 온몸을 더듬었다"라며 "나는 ‘제발 그만하라’고 애원했지만, 그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구체적인 정황과 사진이 공개됐지만, 대선 구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사회가 정치적으로 분열된 까닭에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상대 후보에 대한 불신만 남고, 자기 진영 후보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만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비교적 미국 정치문화에서는 개인 후보의 '스캔들'이 별 영향이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겐 '스캔들' 영향력이 미미한데 그가 도덕적 우위로 당선된 후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스캔들' 영향력이 미미한데 그가 도덕적 우위로 당선된 후보가 아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2016년 대선 직전 트럼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제시카 드레이크. /CNN 갈무리 |
◆스캔들 셀 수 없지만…'트럼프'에겐 무용지물
2016년 대선 당시에도 선거 한 달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 할리우드 테이프(Hollywood tape) 스캔들이 터졌다. 미국 언론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리얼리티 쇼 '어페런티스' 출연 당시 테이프가 공개됐는데, "당신이 스타라면 여성들의 그곳을 움켜쥘 수 있다(Grab them by the pussy)"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 음성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공화당 지도부에서 후보자 지명 철회 목소리까지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되레 '르윈스키 스캔들' 등 힐러리 민주당 후보 남편 빌 클린턴의 성추문에 대해 언급하며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 전략인 '물타기'가 성공해 이 스캔들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밖에도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행을 폭로한 여성은 모두 26명으로 알려졌고, 최소 12명은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투 운동(Me too·나도 당했다)'이 미국에서 일자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과거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이 연방의회에 관련 의혹 조사를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의혹 제기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트럼프는 부인했고, 자신에 대한 음해세력의 조직적인 공격이라며 음모론까지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한 캠페인 연설에서 "내가 뉴욕 5번가 한복판에서 사람을 총으로 쏴 죽여도 지지자들은 나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스캔들에 신경 쓰지 않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극단적인 예였지만, 자신에 대한 지지자들의 신뢰가 '콘크리트'처럼 두텁다고 강조하면서 나온 발언이었다. 해당 발언으로 민주당 측에서는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 수많은 스캔들을 뚫고 트럼프 대통령은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대선 후보로서 '안정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이라는 정치 이력과 풍부한 국정경험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가 캠페인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
◆지루한 후보인 줄 알았는데… 바이든 '스캔들'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럭비공 같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대선 후보로서 '안정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이라는 정치 이력과 풍부한 국정경험 때문이다. 다만 70대 후반 백인 남성 후보라는 점에서 지루한 옛 세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36년간 연방 상원의원(델러웨어) 기간과 4년 부통령 임기 동안 문제없이 직을 수행하고 미국 국민들에게도 별다른 비판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대선 후보가 되자마자 그에 대한 폭로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뉴욕타임스(NYT)는 56세인 타라 리드가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리드는 바이든 후보가 상원의원이었던 1993년 당시 인턴 관리 업무를 하는 사무보조원으로 일했다. 리드가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스포츠 가방을 전달하러 가자, 바이든 전 부통령이 리드를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는 리드가 당시 성추행 사실을 신고했다고 밝혀 해당 고발기록이 있는지 진실 공방으로 곤욕을 치렀다.
성추행 의혹이 무마되기도 전에 바이든 후보가 현재 부인인 질 바이든과 불륜을 저지른 끝에 결혼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바이든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 공식 지명된 날이어서 파장은 컸다. 상대 진영에서는 "바이든은 가정파탄자"라는 비판이 나왔다.
아울러,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당시에도 바이든 부통령 시절 아들 헌터의 우크라이나 에너지업체 이사 재직을 둘러싼 이해 충돌 논란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해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비리 혐의를 조사할 것을 압박했다는 의혹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바이든 스캔들'로 규정하며 역공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도 러닝메이트인 조 바이든 후보처럼 '불륜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해리스 후보가 지난해 6월 민주당 토론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
◆부통령 후보들은? '해리스 불륜' vs '펜스룰'
대통령 후보 못지않게 부통령 후보 대결도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는 7일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서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토론회로 맞붙는다.
이들의 '스캔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먼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도 러닝메이트인 조 바이든 후보처럼 '불륜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출세를 위해 서른 살 연상 윌리 브라운 전 샌프란시스코 시장과 불륜행각을 벌였다는 내용이다. 캘리포니아 정가에선 해리스 후보와 브라운 전 시장의 관계에 대해서는 알려진 사실이다. 브라운 전 시장이 해리스와 만날 당시인 1990년에는 브라운 전 시장은 아내와 별거 중이였고, 이혼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 사회에서는 용인되는 분위기이다.
다만, 논란이 되는 부분은 당시 브라운 전 시장이 해리스 후보를 공직에 두 번이나 임명했다는 점인데 폭스뉴스 등 보수언론에서는 계속해서 이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브라운 전 시장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기고문에서 "해리스 뿐 아니라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의장,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신인 정치인들을 키우는 일환"이었다고 해명했다.
반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스캔들' 없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자신을 "기독교인, 보수주의자, 공화당원" 순으로 소개할 만큼 독실한 종교인으로 사생활이 깨끗하다. 특히, '펜스룰'이라는 단어가 생길 만큼 평소 행동에 조심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펜스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하원의원 시절이던 2002년 인터뷰에서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 둘이 식사를 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고 밝힌 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이 '펜스룰'은 오히려 성추행·성폭력의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면서 ‘유리천장’을 공고히 만드는 논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펜스룰'은 마이크 펜스(왼쪾) 미국 부통령이 하원의원 시절이던 2002년 인터뷰에서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둘이 식사를 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고 밝힌 데서 유래했다. 지난 4월 제너럴 모터스(GM) 인공호흡기 생산 라인을 방문해 발언하는 펜스 부통령. /AP.뉴시스 |
◆전문가들 "스캔들 별다른 영향 없을 것"
전문가들은 대체로 후보 개개인의 스캔들에 대해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은 정치적 분열이 심각해 유권자들이 자기 진영 후보의 실제 의혹 보다는 상대 후보를 향한 '가짜뉴스'에 더 관심을 갖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으로서 트럼프 개인의 성격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스캔들에 대해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캔들'은 별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스캔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최근에 나왔던 스캔들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은 철벽 지지층인데, 더 많은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끄떡없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 문명'의 저자 권용립 전 경성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사생활에 대한 잣대는 우리와는 좀 다르다"면서 "크게 부도덕하지 않으면 개인 사생활은 선거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특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 개인 사생활을 보고 투표하는 성향은 아니다"면서 "그들은 뉴딜 시대 이전의 미국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에 반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미국은 인종차별도 있었고, 기본적으로 보수적이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친 발언으로 그동안 뉴딜 시대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남부 지역 백인들을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도 "두 후보의 스캔들은 이미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스캔들이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원래는 논란이 되겠지만, 현재 미국 정치가 상당히 분열돼 있기 때문에 스캔들에 별 영향이 없다"면서 "해당 스캔들에 대한 양쪽 진영의 해석이 전혀 다르다" 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