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2020년 11월 3일 제59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고 백악관의 주인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의 모습. /AP.뉴시스 |
미국 대통령이 국제정세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유럽, 중동, 아시아 그리고 한반도 정세까지 뻗어있다. 2016년 11월 부동 사업가 출신'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돼 경험해보지 못한 한반도 정세가 연출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이 누가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운명은 달라진다. <더팩트>는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3일)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정치 속에 깊숙이 들어가 미 대선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바이든, 우세 속 트럼프의 코로나 확진 '변수'와 10월 서프라이즈?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트럼프 임기 4년은 악몽의 계절!(한승수 전 외교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어려워지고 분열될 것.(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
국내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4년 임기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세계경찰이라고 불리던 미국이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자국 이익만을 앞세운 국제질서 재편에 목소리를 내면서 '분열'을 조장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안정적인 국제질서 대신에 지난 4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갈등'과 '분열'을 부축일 것이라고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 기조와 동맹(한미·미일·나토) 무시 전략으로 그동안 국제질서를 어지렵혀왔기 때문이다.
미국 내부에서도 이런 평가가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지난 4년을 바라보고 있다. 임기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이민자를 막아내기 위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추진했고, 미국 주요 제조업 일자리를 뺏어간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또, 인종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대들에 대해 강경진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법과 질서(Law and Order)를 강조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이루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두 가지 상반된 평가가 공존하는 가운데, 과연 누가 11월 3일 제59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고 백악관의 주인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선거 한 달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소식도 나와 미국 정가는 '패닉'에 빠진 상황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가장 큰 특징은 '간선제'와 '승자독식제'이다. 2016년 뉴욕에서 선거를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외. /AP.뉴시스 |
◆ '1인 1표제' 아닌 미국 대선
미국 대통령 선거 가장 큰 특징은 '간선제'와 '승자독식제'이다. 50개로 이뤄진 각 주(State)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미국 특유 문화가 섞인 독특한 제도이다.
먼저, 대통령 선거에서 1인 1표 직선제를 택하는 우리와는 달리 미국은 '간선제'다. 유권자가 대통령을 직접 투표하지 않는 대신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을 뽑고 이들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선거인단 수(538명)는 각 주마다 인구 비례에 따라 할당돼 있다. 선거인단 중 다수를 획득하면 승리한다.
또, 각 주에서는 한 표라도 더 얻는 후보가 선거인단 수를 모두 가져가는 이른바 '승자독식' 방식이다. 다수의 결정보다는 각 주의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런 독특한 제도가 만들어졌다. 미국 건립 당시 미국 헌법제정자들이 '연방제'를 표방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도 때문에 대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다고 해도 선거인단 수에서 뒤처진다면, 승부가 뒤집힐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46.1%의 득표율로 힐러리(48.2%)에 졌지만, 선거인단은 304명을 얻어 힐러리 후보(227명)를 이겼다. 힐러리 후보가 전체 득표 수가 100만 표 이상 앞섰음에도 선거인단 수에 뒤쳐 패배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대선에선 경합주(스윙스테이트, Swing State)에서 얼마나 많은 표를 얻느냐가 관건으로 작동해왔다. 러스트벨트(미시간, 펜실베니아, 위스콘신)와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등이 대표적인 승부처로 꼽힌다. 후보들도 이 경합주 득표를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대선에서는 우편 투표가 확대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한 남성이 우편투표 신청 용지를 무인신청함에 투입하는 모습. /AP.뉴시스 |
◆ 관전 포인트: 코로나19·우편투표·대법관 지명
미국 대선에서 쟁점으로 떠오르는 이슈는 주로 의료보험 개혁, 인종문제, 총기규제 등의 내용이다. 다만, 이번 대선은 코로나19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이 적절했는지, 우편투표 방식 선거가 공정한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첫 대선 토론회에선 △코로나19 대유행 △경제 △인종 문제 △주요 도시의 폭력 사태 △선거의 청렴성 △대법관 임명 등 6개를 주제로 놓고 두 후보가 격돌했다.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선 민주당으러부터 거센 비판을 받는다. 조 바이든 후보는 대선 캠페인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학을 무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에 대한 모순된 메시지 제공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대선 캠페인 기간 도중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코로나19에 확진되는 헤프닝까지 벌어졌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대선에서는 우편 투표가 확대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각 주에서 진행되는 투표 관리와 투개표는 주 정부 관할인데, 앞서 언급된 경합주에서는 진보성향의 주지사가 많이 당선돼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신뢰할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온갖 음모론을 꺼내 들었고, 심지어 '대선 불복'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최근 숨진 진보성향의 루스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 선정 문제도 대선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달 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임 연방대법관으로 지명된 에이미 코니 배럿을 소개하고 있다. /AP.뉴시스 |
아울러 최근 숨진 진보성향의 루스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 선정 문제도 대선 핵심 이슈다. 민주당은 차기 대통령이 후임자 인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지명했다.
앞서, 2016년 오바마 대통령도 임기 말 보수 성향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별세하자 진보 성향의 메릭 갈런드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당시 야당이던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 인준에 나서지 않아 무산된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후임자 인선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현재 미국 상원의 의석분포는 그때와 달리 여당 공화당이 53석, 야당 민주당과 무소속이 47석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배럿 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을 밀어부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역할까지 하고 있어 다양한 사회 문제를 헌법적 잣대로 해석해 입법기관 못지 않는 기능을 하고 있다. 대법관 구성에 따라 판결이 달라져 사회 분위기도 바뀌게 된다. 만약 배럿 판사가 상원 인준을 거쳐 임명된다면 연방대법관 9명 중 보수진영이 6명으로 진보 3명에 비해 이념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된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
◆ 누가 유리할까? 옥토버(10월) 서프라이즈?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는 '초대형 변수'가 터졌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이 느슨한 방역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지 '동정론'이 일지 아직까지는 미지수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코로나19 확진' 변수가 터지기 전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선 결과 예측에 대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바이든 후보가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옥토버(10월) 서프라이즈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반전을 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정치 전문가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는 지난달 16일 "현재로서는 바이든이 유리하다"면서 "여론조사 대부분이 바이든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상황에서 상당히 패닉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와 체인리서치가 토론이 열렸던 지난달 29일 밤부터 30일까지 유권자 92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은 54%, 트럼프 대통령 41%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차 범위 ±3.22% 포인트)
그러면서 안 교수는 "현재 대법관 후보 임명이 미국 대선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라면서 "또, 여전히 남아있는 변수는 10월 서프라이즈"라고 말했다. 최근 10월 서프라이즈에 대해 백신 공급 일정 발표, 북미협상의 진전을 꼽고 있는데, 안 교수는 "백신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고 "북미협상에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패색이 짙어지면 북한과도 무언가를 해볼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국 내부에서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유엔총회 연설에서 언급했고, 폼페이오 장관 방한이 예정돼 있어 '종전선언'이 10월 서프라이즈가 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안 교수는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는 바이든 후보가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10월 서프라이즈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반전을 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
반면,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지난달 15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리해 보인다"면서 "바이든 후보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실패하려면 공화당이 분열해야 하는데 최근 흑인들의 시위로 인해 다시 결집하고 있다"면서 "토론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존재감을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고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아울러, 박 교수도 최근 대법관 임명 이슈가 미국 대선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민에게는 이 의제가 외교정책보다 관심이 높다"며 "현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 관련해서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고 했다.
'종전 선언'이 10월 서프라이즈가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추진으로 미국도 폼페이오 장관 방한 등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인해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정책 관련해서 입지가 좁아졌다"고 말했다. 또, "미국으로서는 이 사건이 오토 웜비어 사건을 연상시키게 했다"면서 "만약 미국이 북한과 무언가를 추진한다면, 반 인륜적인 집단과 대화를 나누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코로나19 확진 소식에 트럼프 캠프는 모든 대중행사를 취소했다. 대선을 한달 앞두고 선거 유세에 차질을 빚어 트럼프 캠프 진영으로서는 대형 '악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15일 마이애미에서 열릴 예정이던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2차 대선 후보 토론회 개최도 불투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