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오른쪽) 전 동양대 교수는 1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해 "설마 싸구려 입에서 고급스러운 비유가 나오겠느냐"고 꼬집었다. /더팩트 DB |
유시민 北 김정은 '계몽군주'비유는 고급 비유 발언에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계몽군주' 발언을 두고 한때 절친이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김근식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가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사과 메시지를 내자 유 이사장은 '계몽군주'라고 평가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달 25일 노무현재단 유튜브로 생중계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나왔다.
유 이사장은 이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이전과 다르다"며 "이 사람이 정말 계몽군주이고, 어떤 변화의 철학과 비전을 가진 사람이 맞는데 입지가 갖는 어려움 때문에 템포 조절을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북한은 계몽군주, 남한은 혼군"이라고 비판했다. 혼군은 사전적 의미로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을 말한다.
진 전 교수는 물론 야권에서 비판이 거세지자 유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식자우환(識字憂患·글자를 아는 것이 오히려 근심이 됨)"을 언급하며 "너무 고급스러운 비유를 했다"고 말해 논란이 커졌다.
특히, "북한은 3대 세습하는 왕조 국가니까 김정은은 독재자"라며 "생물학적 운명 때문에 자신의 의자와 상관없이 전제군주가 된 사람"이라고 하면서 독재자가 체제 유지를 위해서 개혁적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일컬으려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내가) 계몽 군주라고 한것에 떠드는 분들은 2500년 전에 아테네에서 태어났으면 소크라테스를 고발했을 사람들"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또 진 전 교수가 나서 비판했다. 그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 '계몽군주' 비유가 고급비유라는 유 이사장에 대해 "설마 싸구려 입에서 고급스러운 비유가 나오겠느냐"고 꼬집었다.
김근식 교수는 유 이사장의 발언에 "고급스러운 비유라고요? 천지분간 못하는 비유이지요"라고 비판했다. /김근식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
진 전 교수는 "어느 나라 계몽군주가 고모부를 처형하고, 이복형을 암살하고, '코로나 방역'에 소총을 사용하느냐"고 비판했다. 또한 "살해당한 사람 장례식장에서 범인이 '계몽 범인'이라고 하는 격"이라며 "증거인멸을 증거보전이라 하던 개그 감각으로 이젠 블랙유머에 도전하시나 봅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유 이사장의 발언에 "고급스러운 비유라고요? 천지분간 못하는 비유이지요"라며 "계몽군주라는 고급스런 단어를 써서 국민들이 오해했다고 했지만, 계몽군주는 유 이사장만 아는 고급단어가 아니라 고등학교 세계사만 배워도 다 아는 보통단어다. 본인의 지식세계가 상당히 고급지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은이 선대 군주와 달리 조금이라도 세련되고 유연한 계몽군주가 되길 바라는 건 탓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그가 계몽군주이길 바라는 유이사장의 기대가 지나쳐 사실을 왜곡하고 혹세무민하는 걸 비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김정은의 잔혹함은 애써 무시하고 사과한 것만 부각시켜 계몽군주로 추켜세우는 것이야말로 봐야 할 것을 보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실왜곡의 극치"라며 "고급스런 비유가 아니라 천지분간 못하는 비유라서 욕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