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2030'을 잡아라…등돌린 '靑心' 되찾기 나선 민주당
입력: 2020.09.27 00:00 / 수정: 2020.09.27 00:00
더불어민주당이 청년 문제를 다룰 기구 출범을 예고했다.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는 이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 오른쪽 첫 번째는 김태년 원내대표. /이새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청년 문제를 다룰 기구 출범을 예고했다.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는 이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 오른쪽 첫 번째는 김태년 원내대표. /이새롬 기자

청년 최고위원 제안에 '청년 소통 창구' 개설 예정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 등으로 2030 청년들의 여권 민심 이탈 추이가 지속되는 가운데, 여당에서 청년 소통 창구 신설 등 이들을 붙잡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전처럼 생색내기용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부터 최근 추 장관 아들 의혹까지 연달아 터져 나오는 '불공정'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청년층의 여당 지지율이 회복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리얼미터 여론조사(YTN 의뢰,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조사 기간, 전국 유권자 2515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20대 청년층의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평가는 36.6%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낮았다. 20대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34.9%)이 민주당(29.6%)을 7.4%포인트 앞질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20대의 여당 지지율이 낮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조국 전 장관 때부터 계속 겹쳐왔던 게 추 장관 이슈로 재점화된 것"이라며 "청년층은 콘크리트 지지층이 아니기 때문에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분석했다.

심상찮은 청년 민심에 문 대통령은 '청년의 날'을 맞아 '공정'만 37번을 언급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1987년생 '청년 정치인'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에 대해 청년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연설 자체가 잘 구성돼 있지만, 심장에 와닿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조금 공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여당 내에서 '이대로 두면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청년 문제를 들고 나선 이는 이낙연 대표가 깜짝 발탁한 24세 박성민 최고위원이었다. 박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껏 청년들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자리해왔다"며 민주당 내 각계각층의 청년들과 정례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자고 공개 제안했고, 이 대표는 곧바로 당에 "박 최고위원의 문제의식에 응답하는 해답을 이른 시일 내에 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청년 기구 출범은 앞서 이 대표가 예고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6일 "민주당과 저는 청년의 현실과 마음을 더 가까이 보고 들으며 헤아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청년들과 더 원활하게 소통하고 청년들 문제에 더 기민하게 대응하겠다. 그런 일을 도울 본격 기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박 최고위원의 공개 제안은 이 대표와 사전 상의하지 않고 이뤄졌다. 박 최고위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표님과 (청년 소통 창구의 필요성에 대해)문제의식 정도는 공유했는데 미리 상의드린 건 아니었다. (대표님이 바로 답변하실 줄은) 몰랐다. 빨리 작업에 착수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껴 공개제안을 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낙연 대표는 최고위원에 24세 박성민 전 청년 대변인을 발탁하는 등 청년 문제 해결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년의 날(19일)을 맞아 박성민 최고위원(첫 번째)을 앞세워 입장하고 있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이낙연 대표는 최고위원에 24세 박성민 전 청년 대변인을 발탁하는 등 청년 문제 해결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년의 날(19일)을 맞아 박성민 최고위원(첫 번째)을 앞세워 입장하고 있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이 대표의 뒷받침으로 관련 기구는 조만간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박 최고위원은 "사실 제가 생각해오던 모델이나 방식이 있어서 당직자와 여러 얘기를 나눴다"며 "청년과 정례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직접적인 창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국회의원들이 부를 때만 와서 말하는 시스템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청년을 만나는 날이라는 게 당에 고정적으로 있었으면 해서 이런 문제의식을 전달했고 실무진 측에서도 제 얘기를 듣고 논의했다. 이번 주쯤 정리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전에는) 정책 측면을 강화했지만 이번에는 소통 자체에 방점이 있다. 정책 부분은 이미 (당에서) 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 대화가 전제되면 좋은 정책들이 나올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청년 기구도 일회성에 그치고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청년층 민심 이반이 눈에 띄게 나타나자 당·정·청은 지난해 5월 당에 청년미래기획단, 정부에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청와대에 청년정책관실을 각각 신설하기로 했다. 이후 지난해 6월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이 신설됐고, 국무총리실 산하 '청년정책조정위원회'는 지난 18일 출범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친문 인사들이 대거 고용되며 취지와 달리 '친문 청년 스펙 퍼주기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청년 당사자인 박 최고위원이 그동안 당 주요 인사들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오고 있어 새로 출범할 기구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앞서 박 최고위원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30대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했다'는 뜻) 발언에 대해 "청년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YTN '출발 새아침'에서도 추 장관 아들 의혹 관련 민심과 동떨어졌다는 김재섭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지적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를 봐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굉장히 동의한다. 정치권에서 국민들과 관련된 현안 다룰 때 사법적인 영역으로만 따지다 보면 국민 눈높이를 놓치기 쉽다"며 "다만 정치적 목적으로 이 사안을 지나치게 활용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의혹이 빨리 소명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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