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오른쪽) 국무위원장이 25일 북한의 우리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해 사과했다. 이와 관련해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8년 9월 평양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인사말을 하는 김 위원장.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남북 간 긴장 고조 방지하려는 의도"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이 북한에 사살된 사건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직접사과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노무현재단 주최로 10·4 남북공동선언 13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 위원장의 '사과' 소식에 "어떤 점에서는 남북관계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직접사과는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해당 사건으로 인한 남북 간 긴장 고조를 방지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앞서, 소연평도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 실종된 한 공무원이 북한으로부터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측은 이후 시신을 불태워 유기했다고 밝혀져 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북한군이 비무장한 우리 국민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운 행위는 어떠한 이유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밝히며 즉각적으로 규탄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서 실장이 2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김 위원장은 남측에 보낸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친서에서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 내용이 담겼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지난 8일과 12일 두 정상은 친서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금강산에서 발생한 박왕자 씨 피격사건 당시와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에 북측의 '유감' 입장은 있었지만,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사과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현직 통일부 장관도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해 "매우 신속하게 답이 왔다고 주목한다"면서 "과거에 몇 번의 사례를 통해 유감이란 표현이 사용된 적은 있지만 두 번씩이나 하나의 전문 속에서 미안하다고 밝힌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김 위원장이 직접 등판 해 사과한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면서 그 의도에 대해 분석했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해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북한의 메시지는 극단적인 대결국면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선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무마용 담화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김 위원장이 직접 등판 해 사과한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면서 그 의도에 대해 분석했다. 북방한계선(NLL) 인근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업무중 실종된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A씨가 탑승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제공 |
다만, 곽 대표는 우리 군이 발표한 '6시간 미스터리'에 대해 지적했다. 북한이 A씨를 체포한 지 6시간10분 후에 사살했는데 이 과정에서 북한 최고지도부가 이를 보고 받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때문에 곽 대표는 북측이 국면전환을 위해 A씨를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
양무진 북한대학교 대학원 교수도 통화에서 "유감 표명 사례는 이전에 있었지만, 최고지도자가 공식적으로 통지문을 보내 사과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문 대통령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일종의 청신호를 던진 것'이라고 봤다.
한국정부의 입장 발표 이후 즉각적으로 통지문을 보낸 것에 대해서 양 교수는 "이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또, 언젠가는 남북관계 복원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지문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리 국방부의 설명과는 전혀 다른 해명을 하고 있어 석연치 않은 부분이 남아있다. 북측은 "침입자가 탔던 부유물을 현지에서 소각했다"며 시신을 불에 태워 훼손했다는 남측의 주장을 부인했다. 아울러, 우리 정보 당국은 A 씨가 북측으로 이동하게 된 경위에 대해 월북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북측 통지문에 따르면 A 씨는 월북 의사를 전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