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北 만행…文대통령 '종전선언' 낮아진 기대감
입력: 2020.09.25 00:00 / 수정: 2020.09.25 00:00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북한이 해상에 표류한 우리 공무원을 총으로 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만행에 대해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북한 당국에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요구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북한이 해상에 표류한 우리 공무원을 총으로 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만행에 대해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북한 당국에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요구했다. /청와대 제공

남북관계 경색 심화 불가피…北 호응 가능성 '뚝'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북한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을 사살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장기간 교착 국면에 빠진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북한의 호응 여부도 기대감이 낮아지게 됐다.

군 당국은 지난 2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 A 씨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24일 밝혔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해상에서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우리 국민을 피살한 데 이어 시신을 훼손한 것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북한에 메시지를 발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북한 당국에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청와대도 "국제 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동"으로 규정하면서 강력히 규탄했다.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겸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한다고 했다.

정작 북한은 묵묵부답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부는 유엔사 군사정전위를 통해 북에 사실관계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하는 통지문을 발송했지만, 북한은 아직 반응이 없다"라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35분쯤 북한에 전통문을 전달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코로나19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남측 공무원을 사살하고 불태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더라도 도를 넘은 북한의 반인륜적 만행으로 인해 냉랭한 남북관계는 또다시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북한으로부터 우리 국민이 희생된 일은 매우 엄중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24일 북방한계선(NLL) 인근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업무중 실종된 우리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피격 당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희생자가 탑승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제공
국방부는 24일 북방한계선(NLL) 인근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업무중 실종된 우리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피격 당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희생자가 탑승한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제공

지난 6월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측을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한편, 남북 소통과 협력의 상징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완파했다. 지난해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된 이후 사실상 독자노선을 걷는 북한이 이처럼 막 나가면서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사실상 남측에 등을 돌린 북한이 우리 국민의 목숨을 앗아감으로써 남북관계는 더욱더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지난 23일(한국시간)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재차 종전선언을 제안한 시기와 맞물려 이번 사건이 터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문 대통령은 최근 국제사회 앞에서 종전선언을 띄우며 냉전시대의 적대적 관계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근본적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와 동력을 잃은 평화프로세스의 상황 변화를 모색할 타개책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민간인을 사살하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은 공허해졌다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단호한 태도를 분명히 한 데다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국민적 여론마저 싸늘한 상태다. 아울러 북한의 반인륜적 행위를 지켜본 국제사회가 종전선언에 적극 지지할지도 미지수다.

다만 북한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면 양상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북한이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점과 사실상 남측과 소통을 단절했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북한은 2008년 7월 금강산관광을 갔던 박왕자 씨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한 뒤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또 '종전선언 정신이 유효한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사고가 있었지만 남북관계는 지속되고 또 앞으로 견지돼야 하는 관계"라고 답했다. 또 "문 대통령 연설은 지난 15일 녹화됐고, 18일 유엔으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북한이 22일 오후 9시40분쯤 해상에 떠 있던 A 씨에게 총을 쏴 사살한 시각 이전이다. 이를 근거로 청와대는 이번 사건과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연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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