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文대통령, '종전선언' 다시 띄웠지만…현실적 한계
입력: 2020.09.24 00:00 / 수정: 2020.09.24 00:00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한국시간)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한국시간)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청와대 제공

북·미 호응 관건…美 대선 국면에 北 독자 노선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을 다시 꺼내 들었다. 장기간 교착 국면에 빠진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실화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남북 철도 연결 사업, 공동 방역 등 우리 정부의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온 북한이 호응할지 미지수다. 미국도 11월 대선 국면에 접어든 만큼 적극적으로 북한과 대화에 나설지도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나아가 세계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서 '종전선언'에 합의했다. 당시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정치적 선언 이후 평화협상도 빠르게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북한의 비핵화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종전선언은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중단됐고, '대북전단' 문제 등으로 남북관계마저 악화한 상태다. 문 대통령이 다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은 북한을 움직여 교착 국면을 뚫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정치 지도자의 연설 메시지는 의지와 신념의 표현"이라면서 "멈춰서 있는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의 시계를 분침, 초침이라도 움직이게 하기 위해 문 대통령께서는 하셔야 할 일, 하실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늘 아침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당장 오늘 밤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내심을 갖고 내일을 준비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긴 호흡으로 한반도 평화 문제를 풀어나갈 방침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이 다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은 북한을 움직여 교착 국면을 뚫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6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남·북·미 정상.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다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은 북한을 움직여 교착 국면을 뚫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6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만난 남·북·미 정상. /청와대 제공

뿌리 깊은 적대관계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촉진자'를 자처해온 문 대통령이 거듭 종전선언을 화두로 제시한 것은 한반도 프로세스가 2018년으로 회귀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의치 않은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첫 과정으로 돌아간 셈이다.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의 호응이 관건이지만, 기대 가능성은 작다. 장마와 태풍 피해 복구에 총력을 쏟고 있는 북한은 대화에 나설 움직임이 전혀 없고, 미국은 대선 국면에 접어든 데다 신흥 강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패권 다툼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3년간 연설 때마다 북한 문제를 입에 올렸던 것과 달랐다. 그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확산한 것을 두고 중국 책임으로 돌리며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북 문제를 풀 뾰족한 방법이 없기에 종전선언처럼 실속 없는 과거 레퍼토리가 다시 나오는 것"이라며 "종전선언 자체가 새로운 상황 변화를 북한에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기에 북한은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포함해 한국과 중국, 일본, 몽골이 참여하는 방역·보건 분야 협의체 신설을 새롭게 제안했다. 애초 정부는 북한에 코로나19 방역·보건 협력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국경 봉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적 연대와 협력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다자협력 관점에서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방역과 보건 분야가 취약한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고리로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여보겠다는 구상이 엿보인다. 하지만 이미 북한은 정부의 독자적 협력 제안에 침묵하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위기보다 태풍 피해 복구에 집중하는 현지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일본과도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역사 문제로 냉랭한 관계가 지속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한일 간 현안을 두고 극명한 인식 차를 드러냈던 아베 정권 계승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일 관계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이 문 대통령의 '방역 협의체'에 참여할지 미지수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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