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위한 개정안 작업에 착수하며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백혜련(오른쪽) 민주당 백혜련 간사와 악수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국회=이새롬 기자 |
당·정·청 "속도 내자"…수적 열세 野 개정안 저지 어려워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한 공수처법 개정 작업에 착수하며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고발 건으로 동력을 키우는 동시에 속도전을 예고하고 있어 야당의 반발에도 정기국회 내 개정안 처리가 예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1일 교섭단체 대신 국회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4명을 선정하는 내용을 담은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상정, 치열한 찬반 논의 끝에 법사위 제1소위원회로 회부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 공수처 설치안이 통과됐음에도 야당의 반발로 공수처가 법적 시한 내 출범하지 못하고 있어 특단의 조치로 개정안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법사위에서도 국민의힘의 문제 제기를 무력화하는 한편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김용민 의원은 야당이 지적하는 공수처법상 규칙 제정권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에 규칙 제정권이 있는 규정이 몇 가지 있다"며 규칙 제정권이 있는 감사원과 국가인권위원회를 예로 들면서 "(공수처 개정안의) 위헌 논란 부분은 현행 헌법 체계에서도 전혀 문제 되지 않고 개정안에서도 문제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난해 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공수처법 처리 당시 민주당이 야당의 비토권 보장을 강조하며 강행 처리 명분으로 삼았는데 이번 개정안은 이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공수처법 처리 때와 달리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하지 않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며 반발했다. 21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피며 의견을 나누는 김도읍(왼쪽) 국민의힘 간사와 유상범 의원. /이새롬 기자 |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법과 관련해 위헌 소지가 높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그렇다면 위헌 결정 여부를 기다려보는 게 좋지 않겠나. 제도라는 건 한번 만들면 고치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20대 국회 때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국민 설득용으로 '야당이 비토권을 갖고 있어서 아주 민주적이다'라고 하면서 공수처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렇게 날치기 통과하는 명분으로 삼았는데 지금 와서는 야당을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제1야당이 추천에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개정안 처리) 명분을 내세운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와 특별감찰관 추천위원을 동시 이행하자는 국민의힘 요청을 민주당이 거부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특별감찰관은 3년 방치하면서 공수처는 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이 부분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오히려 동시 이행안을 받지 않고 있다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설득해달라. 동시에 하겠다고 하면 적극 환영한다"라고 반격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배우자, 장모의 소송사기·직권남용 등 고발사건과 관련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며 야당의 공수처 출범 비협조는 검찰개혁을 무마하려는 시도라며 추진 동력도 키우고 있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와 가족 사건 관련해 성역 없이 공정하게 수사하기 위해서 하루빨리 공수처 설치에 협조하길 바란다"며 "끝내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공수처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청와대와 정부도 조속한 공수처 출범에 힘을 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권력기관 개혁의 남은 과제 완결을 위해 더욱 매진해야 한다"며 "공수처는 입법과 행정적인 설립 준비가 이미 다 끝난 상태인데도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조속히 출범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당·정·청이 합심하고 공수처장 추천 등 야당과의 협력에도 힘을 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공수처장 후보추천 위원 구성을 기존 교섭단체에서 국회 4명으로 바꾸는 내용의 개정안에 대해 찬성했다.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하는 추 장관. /이새롬 기자 |
추 장관도 이날 법사위에 출석해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수사기구 설치가 공수처법의 내용이고 국회의 논의를 거쳐서 제정된 것이기에 (공수처가) 신속히 출범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그는 또 "추천 위원 문제로 공수처장 자체를 선정하지 못하면 국민이 갖는 국회 불신도 상당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결단을 해야 하지 않나"라며 "이 자리 빌어 공수처법이 시행될 수 있도록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당·정·청이 한목소리로 공수처 출범 속도전을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뒤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법안소위는 8인 중 민주당이 5명, 국민의힘은 3명으로, 민주당이 안건을 밀어붙이면 야당이 저지할 마땅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김종민 의원은 이날 법사위에서 "공수처법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인데 소수의 방해에 의해 집행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처리돼야 한다. 아주 신속한 국회 차원의 입법대응이 요구된다"며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소위의 개정안 심의 기한을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기한 지정에 관한 부분은 좀 더 검토해서 논의하도록 하겠다. 1소위 위원들이 전체회의가 기한에 관한 논의까지 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논의 진행해달라"라며 소위 심사가 지연될 경우 전체회의로 넘겨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