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제 머리 깎을까' 8년 간 손 놓은 국회의원 재산신고법
입력: 2020.09.21 05:00 / 수정: 2020.09.21 05:00
21대 국회의원들의 총선 전후 재산 신고 증가액이 커 기준이 느슨한 공직선거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회 사무처가 준비한 제21대 국회의원들에게 배급된 배지. /남용희 기자
21대 국회의원들의 총선 전후 재산 신고 증가액이 커 기준이 느슨한 공직선거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회 사무처가 준비한 제21대 국회의원들에게 배급된 배지. /남용희 기자

선관위 "후보자 재산 심사 현실적으로 어려워…제도 개선은 국회 몫"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21대 국회의원의 총선 전후 재산 신고 증가액이 1700억 원을 넘어 '고무줄 재산'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후보 시절 재산 심사 강화와 당선 후 신고 재산 내역 공개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국회가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입법화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주목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14일 초선과 재등록 의무 국회의원 175명의 재산 증감 내역을 분석한 결과, 재산이 후보 때보다 1인당 평균 10억 원이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회의원이 후보 시절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에 한 재산 신고(지난해 12월 기준)와 당선 후 국회사무처에 한 재산 신고(지난 5월 기준)를 비교한 것인데 경실련에 따르면 재산이 100억 원 이상 늘어난 의원도 3명이었다. 의원들은 총선 전후 재산 신고 기준이 달랐고, 지난 6월 공직자윤리법이 바뀌면서 액면가로 매기던 비상장주식을 재평가한 것이라는 등 해명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 외곽에선 후보 때 재산 신고 기준이 당선 후보다 느슨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회의원 재산신고 관련 문제는 후보자 시절 신고한 재산 심사 과정이 사실상 부재하고, 당선 후 재산 내역이 비공개 전환돼 고의적 축소 가능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21대 국회의원 175명 후보등록 재산 신고와 당선 이후 재산신고 비교분석 결과 발표를 발표한 경실련. /뉴시스
국회의원 재산신고 관련 문제는 후보자 시절 신고한 재산 심사 과정이 사실상 부재하고, 당선 후 재산 내역이 비공개 전환돼 고의적 축소 가능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14일 '21대 국회의원 175명 후보등록 재산 신고와 당선 이후 재산신고 비교분석 결과 발표'를 발표한 경실련. /뉴시스

경실련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공직자윤리법 신고 기준에서 부동산 재산은 공시가 또는 실거래가로 돼 있는데 후보 등록 때는 상대적으로 낮은 공시가로 했다가 당선 이후 실거래가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며 재산신고 기준이 총선 전후 일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으로는 부동산을 개별공시지가와 실거래가 중 높은 금액을 기재하게 돼 있지만, 사실상 후보자 선택에 맡기고 있다. 이처럼 일관되지 않고 부정확한 기준이 심사와 검증을 어렵게 만든다.

이 관계자는 또, "후보 등록 때는 직계존비속에 대한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가 당선 이후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게 (재산 증가의)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후보자 때는 피부양자가 아닌 가족 재산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고지거부 허가 요청과 심사가 별도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실상 재산신고 고지거부를 후보자 임의로 해도 이를 제어할 장치가 따로 없는 상황이다.

반면 의원이 되면 직계존비속이 월 소득 기준을 충족하고 1년 이상 따로 거주하는 등 독립생계나 타인 부양인 경우에만 고지 거부할 수 있다. 실제로 경실련 발표에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모 재산이 추가돼 재산이 12억 원, 같은 당 이수진(비례대표) 의원도 약 6억 원 늘었다.

공직자윤리법에는 중앙 선관위가 재산 신고사항을 심사해 심사 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임의조항일 뿐 지금까지 실행된 적이 없다. 사실상 후보가 '임의'로 작성해도 허위 여부를 걸러내기 어렵다. 후보자 재산 규모는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기준 중 하나로 유권자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실련 관계자는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에 대한 검증 기관이 없다. 신고받는 선관위는 별도로 공직자 윤리위를 꾸리고 있지만 임의 조항이라 제대로 가동도 안 되고 있다. 제대로 검증이 안 이뤄지고 후보자가 신고한 대로 공개하고 그걸로 끝"이라고 했다.

고의적 재산 누락 의혹이 있어도 현행법상 후보 때 신고한 재산 내역이 비공개라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이 관계자는 "선관위에서 총선 때 신고한 재산 내역을 일정 기간 후 다시 닫아버려 당선 이후 이게 허위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게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002년 신설된 공직선거법 제49조 12항에는 '선거일 후에는 (선관위에 제출한 자료를) 공개해선 안 된다'고 돼 있다. 실제 이번 경실련 발표 역시 자체적으로 선관위에 공개된 내역을 따로 보관해 비교·분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선관위의 감시가 강화돼야 할 것 같다. 현재로선 후보자가 소명을 제대로 못하면 후보자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7일 제382회국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이 회의를 마친 뒤 본회의장을 나서는 모습. /남윤호 기자
지난 7일 제382회국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이 회의를 마친 뒤 본회의장을 나서는 모습. /남윤호 기자

이에 대해 선관위는 선거를 관리하는 게 주 업무이며 검증할 권리가 없고, 시간과 인적으로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공직자윤리법 10조 2항에 따르면 등록 신고서를 제출할 때 증명서류를 별도로 제출하는 조항이 없다. 말 그대로 신고서만 제출하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재산 관련 내용을 제출했을 때 신고한 내용이 형식만 맞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전 국민에 공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보자 등록 후 선거운동 기간이 바로 시작된다. 선관위 주요한 사무는 선거관리인데 국회의원 후보자는 최소 1000명이 넘는다. 이를 심사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진 않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02년 공직선거법이 재산 신고 공개로 바뀐 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전 국민에 공개해 국민에 직접 검증받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보자 재산 신고에 대해 국민의 이의제기나 허위사실 신고 등으로 검증토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런 부분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려면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선관위가 후보 때 재산 신고 내역을 국회와 공유해 재산 검증 이중 업무 부담을 덜어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선관위는 공직 후보자로서 재산신고를 받는 것이고, 우리는 국회 소속 공직자 대상으로 재산 신고를 받기 때문에 관할이 다르다. 선관위로부터 (자료를) 공유받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2급부터 4급 비공개 대상자까지 포함해 총 1300여 명을 국회 사무처 직원 3명이 심사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나 행정안전부, 금융기관 등 200여 곳 자료 바탕으로 심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등기부 한 번 조회하는 것도 오래 걸려 (국회의원 재산 심사를) 꼼꼼히 보긴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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