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청년의 날'을 맞는 청년들의 절규
입력: 2020.09.19 00:00 / 수정: 2020.09.19 00:00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병역 특혜 의혹이 커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병역 특혜 의혹이 커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취업난에 공정 훼손 등 암담한 현실에 좌절하는 청년들, 문 대통령에 호소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절망에 빠진 청년과 미래세대를 구렁텅이에서 구해주십시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청원 제목이다. 이 청원은 소득 격차와 사회 통합, 국가 예산과 공공 의료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정부의 정책 기조와 계획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격차와 불평등을 꾸짖은 청원인은 청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암담하다는 시각을 녹였다. 5000자가 넘는 방대한 분량 가운데 눈길을 끄는 한 부분이다.

"취임 초기 80%대의 지지율로 많은 국민이 한 마음으로 응원을 할 때도 있었으나 최근 지지율은 초기 지지자들 절반 가까이가 등을 돌리고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책 내용이나 정책 추진 계획과 전략은 도외시하고 맹목적인 찬성과 반대가 난무하는, 정말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으신지요?"

20·30 젊은 세대는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토로하고 있다. 갖은 노력에도 취업의 벽이 높고 내 집을 마련하는 것도 '로또'만큼 어렵다. 사회로 나온 초반부터 가시밭길을 걸으니 인생이 암울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것들'이 결혼도, 출산도 기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년들은 구직난, 주거난 등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토로하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2017년 5월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가진 유세에서 청년들과 악수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청년들은 구직난, 주거난 등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토로하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2017년 5월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가진 유세에서 청년들과 악수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사실 청년들은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가 컸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에 청년층은 굳건한 지지로 지원했다. 그러나 청년들은 여전히 사회 전반에 대한 불공정이 깊이 박혀 있고, 기회와 평등은 좀처럼 체감하기 어렵다고 한다. '헬조선은 빨아도 헬조선'이라는 한 누리꾼의 자조섞인 비아냥이 안타깝다.

이른바 '조국 사태'와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윤미향 민주당 의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성금 유용 의혹에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병역 특혜 의혹까지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에 잇따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다'는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이 무색하다.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청년 세대들이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그만큼 실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를 주도해온 기득권 장벽은 여전히 견고하며 사회적 지위 상승은 꿈에서나 가능할 법한 것이 현실이다. 절망적인 현실 앞에 선 청년 세대들은 달리 도리가 없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청년구직 촉진 수당을 신설하고, 바로 청년 내일채움 공제를 크게 확대하는 등 다양한 청년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은 '젊은' 청와대 부대변인(임세은)을 발탁했다. 청년층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서다. 30대 젊은 세대를 중요한 자리에 앉힌 것 자체가 적잖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청년 세대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인간 관계와 미래까지 포기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사회 밖으로 내몰리는 수난시대를 청산할 수는 없는 걸까. 19일은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첫 '청년의 날'이다. 이를 계기로 '구렁텅이에서 구해달라'는 청원인의 외침처럼, 젊은 세대의 아픔에 대해 다시금 깊이 있게 고민해봤으면 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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